불붙는 증세논란.."세제개편안 국회서 수정할수도"

세종=전슬기 기자 2017. 7. 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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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정부에 세제개편안 수정 요구‘정부안’ 없어도 국회서 논의 가능

사진=연합뉴스

60조원 초과 세수를 예상하며 ‘증세’를 집권 하반기로 미뤘던 문재인 정부가 당장 올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건드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내달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증세’는 없다고 밝혔던 정부도 청와대와 당의 움직임에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당청이 주장하는 증세 방식은 법인 연간 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를 3%포인트 높이고, 연간 소득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2%포인트 인상하는 것이다. 연간 3~4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증세안을 담지 않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담는 방안을 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세제개편안 내용 수정할까

기획재정부는 내달 초 발표할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등 명목세율을 건드리는 증세는 세제개편안에 담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이런 방향 아래 지난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5개년 계획에도 증세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 과제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0일 당과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증세 대신 세수 증가분 60조5000억원을 방법으로 제시해 거센 비난을 받았기 떄문이다.

세금 제도를 총괄하는 기재부도 당청의 입장 선회에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내년에 증세를 시행하려면 내달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여부를 담아야 한다. 당초 증세를 제외하고 발표하려고 했던 세제개편안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에서 증세 검토를 요구해 들여다보고 있다”라며 “세제 개편안 수정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올해 세제 개편안 발표에 증세를 담자는게 당의 입장”이라면서 “증세를 하자는 방향으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당청이 정하면 따라오지 않겠냐”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 증세 방안을 담지 않고 향후 국회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증세 법안을 발의해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가 발표하는 세제 개편안은 국회에 제출돼 의원들이 낸 법안과 병합해 심의되기 떄문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연간 소득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도 당초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없었지만 여야의 협상 과정에서 결정됐다.

현재 국민의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해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바른정당도 증세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 자유한국당이 반대해도 민주당이 증세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방법도 있다. 예산에 영향을 주는 세금 제도 법안은 국회의장이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당정청이 증세를 하기로 결정하면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 넣어 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안’ 방식이 가장 좋지만,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최종 공약집과 5개년계획 내용/출처=더불어민주당, 청와대

◆ 대상은 기업 100~200곳, 고소득자 4만명

당이 검토하는 증세 방식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이다. 대상자는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다. ‘부자 증세’로 범위를 좁혀 조세 저항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법인세는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번 대기업들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인다. 소득세는 연간 소득 5억원이 넘는 고소득층의 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한다. 지난 2015년 국세통계연보 기준 법인세 과표구간 2000억원 초과 대상 기업은 100~200곳으로 추산된다. 연간 소득 5억원 이상 초고소득자는 4만명 정도로 집계된다.

당은 이같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로 연간 3~4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해묵은 법인세 인상 논쟁, 세수 효과도 미미

문재인 정부의 증세는 대상자가 적어도 논란은 클 수 있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야권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많다. 여야와 정부는 지난해에도 연말 내내 법인세 인상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측은 증가하는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율을 낮췄지만 고용 증가와 투자 확대 같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적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법인세가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측은 글로벌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은 기업이 투자 입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는 인식이다. 높은 법인세율이 오히려 법인 세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들의 늘어나는 법인세 부담이 제품 가격 인상과 임금 감소로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시각도 있다.

증세를 통한 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빼고 조원 재달 방안으로 밝힌 세수 증가분 규모는 연간 12조1000억, 5년간 60조5000억원이다. 반면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로는 연간 3조~4조원을 걷어봤자 5년간 15조~20조 정도의 재원만 마련할 수 있다.

또 법인세와 소득세는 올해 세법을 개정해 내년 적용해도 제대로 된 세수 효과는 내후년(2019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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