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남북 대화를 보고할 사람이 없다
사전조율 없는 군사회담 성공 가능성 낮아
김정은 2015년 신년사 기억하고 대화 나서야
문재인 정부가 지난 17일 제안한 ‘21일 남북 군사회담’이 결국 불발됐다. 남북 적십자회담은 8월 1일로 제안해 아직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 북한이 왜 남북 군사회담에 대답하지 않았을까?
과거 김용순·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이런 상황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를 했다. 당시는 남북한이 사전 조율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김정일에게 보고했기 때문에 통일전선부장의 부담이 적었다. 국가들은 대부분 회담을 앞두고 의제를 포함한 사전 조율을 하게 마련이다. 아니면 양측이 예상되는 상황이면 굳이 사전 조율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개월 동안 비밀 접촉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전 조율이 없어 보인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대화 제의를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이번 군사회담·적십자회담을 그냥 뭉개고 있을 수 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한국의 회담 제안만을 들고 김정은에게 보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덜컹 보고했다가 김정은의 승인을 받는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지만, 설령 허락을 받고 회담에 나섰다가 실익이 없을 경우 뒷감당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회담에 실패하더라도 상관없지만 북한은 다르다. 김양건(1942~2015) 통일전선부장이 예를 보여주었듯이 2009년 싱가포르 비밀접촉 실패 이후 함께 갔던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주변 사정을 보면 남북한이 대화할 국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데다가 추가적인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번 제안에 응하거나 수정 제안을 해 오면 다행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21일 “북측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북한이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사전 조율을 할 수 있는 채널 확보가 필요하다. 서로의 생각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만 쏟아 내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5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이런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보고를 통해 결정하지 말고 직접 “대화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길 바란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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