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순수성에 대한 맹신이 불러온 폭력적 편견

이경택 기자 입력 2017. 7.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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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혐오나 증오라는 감정은 보통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기저에 있는 '표준' 또는 '순수성'이라 지칭되는 편견이 집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찰한다.

흔히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멸시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편견이야말로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우고, 집단적 편견을 덧씌워 혐오하거나 증오해 마땅한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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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대개 혐오나 증오라는 감정은 보통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마치 커피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물론 이질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혐오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 차원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혐오와 증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혐오라는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한 사회과학서이면서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으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오늘날의 혐오가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고 적대하는 행위에서, 또 그러한 행위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공모된다고 한다.

특히 그동안 혐오 문제가 주로 혐오 표현과 여성 혐오의 층위에서 다뤄졌다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혐오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폭로한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기저에 있는 ‘표준’ 또는 ‘순수성’이라 지칭되는 편견이 집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찰한다.

흔히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멸시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동일한’ 민족성이나 ‘본연의’ 성별, ‘정상적인’ 성적 지향과 같은 것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어지럽히는 이들이 있다는 식이다. 저자는 ‘표준’이라는 믿음 자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성’에 대한 맹신이자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편견이야말로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우고, 집단적 편견을 덧씌워 혐오하거나 증오해 마땅한 존재로 만든다. 저자는 이에 맞서는 방법도 제시한다.

“증오와 순수의 광신주의에 맞서려면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나서서 배제와 포함의 기술들에, 어떤 사람은 보이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인식의 틀에, 개인을 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으로만 보는 시선의 체제들에 저항해야 한다. 모든 사소하고 저열한 형태의 멸시와 굴욕에 용기 있게 이의를 제기하고, 배제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과 실천도 필요하다.”

저자 카롤린 엠케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런던대와 프랑크푸르트대,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정치, 철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분쟁지역을 다니며 저널리스트로 활약했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예일대에서 정치이론을 강의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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