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합몰의 최대위기 ①] "우리도 소상공인인데..주말 이틀 휴업은 부당"

2017. 7.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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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몰 규제 발표된후 아이파크몰 가보니…
-입점 상인들 “상권 죽는다” 한결같이 불만
-“시민입장에서도 편의시설 상실” 의견도
-영화팬 “조조ㆍ심야영화 사라지면 안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지난 20일 용산역 아이파크몰 4층 전문식당가. 디지털 무늬 군복에 짧은 스포츠컷을 한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었다.

용산역 국군장병라운지(TMO)와 문 하나를 두고 매장을 갖춘 이곳 식당가는 휴가를 나오고 복귀하는 군인들이 자주 찾는 쉼터다. 아침 전라도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하는 점심시간 전후에 군 장병들이 가장 많다. 이날 4층의 한 식당 종업원도 “점심때는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많아 식당이 가득 찬다”고 했다. 군인들 외에도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용산역 아이파크몰은 쇼핑몰이라 하기 보다는, 많은 여행객들이 기차시간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쉼터’다.

새정부의 복합몰 규제가 가시화됨에 따라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철도역에 위치한 용산역의 경우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경우 철도 승객들도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용산역.


아이파크몰 내부 식당가 모습.


아이파크몰 4층과 연결돼 있는 용산역 국군장병라운지(TMO).

이런 쉼터가 월 2회씩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정부가 최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도부터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 규제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새정부의 규제 방침에 따라 오전 10시에서 자정 영업, 월 2회 휴무가 진행될 경우 열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큰 불편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 입장에서는 매출이 줄고, 상인들 입장에서는 상권이 죽고, 시민들 입장에서는 편의시설을 잃게 된다. 죽어가는 소비심리를 살리겠다는 새정부의 바람도꺾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21일 현재 서울시내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7곳(현대아이파크몰, 롯데몰 은평점ㆍ김포점, 롯데월드타워, 스타필드 코엑스, 타임스퀘어, IFC몰)은 모두 기차ㆍ도시철도 역사에 인접해 있다. 이중 현대 아이파크몰을 포함한 4곳은 철도역 위에 위치하거나 통로가 연결된 ‘역사형 복합쇼핑몰’이다.

서울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른 용산역의 지난 2015년 철도수송(기차ㆍ도시철도) 여객량은 연간 3819만명(승차ㆍ강차 인원 포함).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영등포역은 4882만명에 달했다. 월 이틀간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경우 연간 약 26회씩 이곳 상권이 장사를 접게 된다.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4층 식당가의 한 상인은 “불경기 때문에 매출도 많이 줄었는데, 장사 잘되는 주말에 두번씩 문을 닫는 것은 부당하다”며 “여기 입점해 있는 상인들도 소상공인인데 왜 그건 생각못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얘기를 듣던 이 가게 종업원은 “아이파크몰은 인근에 식당가라고 할 곳도 많이 없다”며 “5분은 걸어나가야 하는데, 내가 밥을 먹으려는 열차 이용객이면 많이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많은 고객들이 영화 ‘군함도’ 레드카펫을 보러 아이파크몰 6층과 7층에 몰렸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극장에서는 조조영화와 심야영화가 사라질 수도 있다.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 마지막 영화시간은 25시40분, 다음날인 21일 첫 영화 시간은 오전 8시였다. 대형마트업계가 따르고 있는 현행 오전 10시~자정까지 영업시간을 어기는 시간대에 영화가 편성된 것이다. 새정부의 규제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극장도 조기 종료의 족쇄에 얽매일 수 있다. 군함도 레드카펫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심모(28) 씨는 “직장이 가까워 금요일이면 야근을 하고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데, 극장이 문을 닫는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아이파크몰은 활발한 증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CGV용산아이파크점을 증축해서 개관했다. 극장에서 보기힘든 소파와 테이블을 늘렸고, 극장에 식음료와 주류매장을 잔뜩 늘렸다. VR과 노래방 기기, 아케이드 오락공간도 마련해 앞으로 ‘체험형 영화관’으로서 자리잡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많은 열차 이용객이 찾은 매장 특성에 맞게 체험형 서비스를 늘린 것이다. 올해 말까지는 증축공사를 거쳐 쇼핑몰 상당부분을 기존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닌 체험형 공간으로 바꿔간다는 방침이다.

복합쇼핑몰 업계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 새정부의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합몰은 대개 1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많은 고객이 와 소비효과도 좋은 만큼 합리적인 판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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