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이소연 "소리꾼으로서 올 것이 왔구나 했죠"

이재훈 2017. 7.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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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판소리와 창극 작업만 했으면 물론 더 깊어졌을 거예요. 그런데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공부할 것이 다르고 많아서 시야가 넓어졌죠. 머물러 있지 않고 열려 있게 돼 감사해요. 뮤지컬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뒤 창극에 출연했을 때 도움도 더 많이 됐죠."

【서울=뉴시스】 이소연, 뮤지컬 '서편제' 중. 2017.07.21. (사진 = CJ E&M·페이지1 제공) photo@newsis.com

올해 여름 뮤지컬계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의 이름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소속 소리꾼 이소연(33)이다.

뮤지컬 '아리랑'(각색·연출 고선웅, 작곡 김대성, 25일~9월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재연과 '3년 만에 업그레이드돼 돌아오는 '서편제'(연출 이지나, 각색, 조광화, 작곡 윤일상, 8월30일~11월5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 등 굵직한 창작 뮤지컬에 연달아 출연한다.

특히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1993)로 유명한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서편제'에서는 해당 분야의 스타들인 이자람, 차지연과 함께 송화를 번갈아 맡았다.

최근 연지동에서 만난 이소연은 송화 역에 대해 "소리꾼으로서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린 '송화', 의붓동생 '동호', 송화를 한 맺힌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시력을 잃게 하는 아버지 '유봉'의 이야기로 우리의 소리와 한에 대한 미학이 묻어난다. 2010년 초연했고 네 번째 시즌인 이번에 변신을 꾀하는 뮤지컬은 소리 등을 기반으로 한 애절한 넘버로 절절함을 더했다.

이소연은 "'서편제'는 소리꾼을 제대로 소리꾼으로 그리는 작품"이라며 "소리꾼의 인생을 보여줄 수 있고 소리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며 뮤지컬배우로서의 매력도 보여줄 수 있어 기대가 느껴진다"고 했다. 2014년 세 번째 시즌에 이자람의 송화로 뮤지컬 '서편제'를 처음 접했는데 "소리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면서 "저 역시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이소연은 이미 2013년 국립창극단이 선보인 창극 '서편제'(연출 윤호진)에서 중년의 송화를 맡은 바 있다. 사실 이소연은 송화와 공통점이 많다. 그녀 역시 아버지 유봉 손에 이끌려 소리의 세계에 입문한 송화처럼 11세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소리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유봉처럼 소리꾼은 아니었지만 소리를 좋아하셔서 직접 배우기도 하셨어요. 생계도 책임지셔야 하시니, 당신은 적극적으로 못 하셨고 대신 제가 선택됐죠. 처음에 저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촌스럽게 여겼어요."

【서울=뉴시스】 이소연, 뮤지컬 '아리랑' 중. 2017.07.21.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대를 넘겨 다양한 무대를 접하면서 소리의 참 매력을 알게 됐다. "단지 음악적 기술이 아니더라고요. 판소리라는 창법을 통해 이야기에 절실하게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는 장르라는 걸 깨달았어요. 연극적인 면에서 판소리를 바라보게 되면서 또 달라졌죠. 판소리가 처음 들었을 때는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곱씹어볼수록 재미가 있거든요. 그걸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 고선웅 연출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남심(男心)을 쥐락펴락하는 '팜 파탈’이자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옹녀 등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이소연은 국립창극단의 간판이다.

그럼에도 2015년 자신에게 낯설었던 장르인 뮤지컬 '아리랑'을 통해 뮤지컬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던 까닭은 '아리랑'의 연출가인 고선웅,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감골댁을 맡은 배우이자 국립창극단에서 자신을 발탁한 예술감독 김성녀 덕분이었다. 이소연은 "두 분을 믿었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여지가 보였다"고 했다.

수난의 나날들을 이겨내는 예인 '옥비'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의 히로인 이소연은 '아리랑' 초연 당시 '신의 한수'로 통했다. 양반 송수익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캐릭터인데 나라와 그 사랑에 대한 한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뿜어져나오는 그녀의 소리가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아리랑' 출연 배우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만큼 비중이 나눠져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 '서편제'는 송화 원톱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비중이 크다.

"'아리랑'에서 옥비의 역할은 시대의 슬픔을 소리로 위로하는 것이었어요. 송화는 여인의 삶과 소리꾼의 인생을 보여줘야 하는 연기까지 더해져야 하니 부담도 되면서 기대도 커요."

단아한 외모와 달리 창극과 뮤지컬에서는 주체적인 여성을 주로 연기해왔다. "본래 성격이 진취적이고 강한 의지가 있어요. 그런 것을 추구하고 싶기도 하고. 송화 역시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있고, 계속 결심하죠. 꼭 소리꾼의 삶을 사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그런 부분에 감정 이입을 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라고 했다.

판소리에 대해서는 "무엇이 풀어지듯 하지만 결국은 맺어지는 느낌", 뮤지컬에 대해서는 "에너지가 점차 쌓이는 느낌"이라고 차이를 둔 이소연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프랑스 파리 공연 등 창극을 통해 해외 팬들을 만나고 뮤지컬을 통해 다른 성향의 관객들을 만나면서 점차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리랑'을 본 뒤 상당수의 관객이 그녀가 출연하는 국립창극단 창극을 보러 국립극장에 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소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중. 2017.07.21.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뮤지컬에서 제가 돋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저를 통해 판소리와 창극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저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죠. 더 많은 분들이 창극과 판소리를 접할 수 있도록 제가 다리 역할을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이소연 덕분에 소리꾼은 고루할 것이라는 이미지도 깨지고 있다. "소리꾼은 대중가요를 부를 할 때도 판소리처럼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소리꾼들이 가요도 잘 부르거든요. 하하. 한쪽에만 치우친 사람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편제'는 그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크죠."

이소연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흥보씨' 등 젊은 동시대의 감각으로 무장하고 있는 국립창극단 변화의 중심에 있다. 정통과 실험의 과도기에 놓여 있는 자신에 대해 행운아라고 했다.

"'춘향전' '심청전' 등 전통 창극도 겪어보고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에는 창작 창극도 많이 접했어요. 그 양쪽 모두 저에게는 큰 자양분이 됐죠. 요즘 다양한 활동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 제가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계속 자극이 되요. 근데 제 자신에게 스스로도 하는 이야기지만, 창작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전통이 제대로 뿌리 내리고 있어야 하죠. 본질을 완전히 내려놓으면 의미가 없어요."

판소리, 창극, 뮤지컬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소연은 장르가 융합되는 이 시대에 미래지향적인 소리꾼, 즉 예인(藝人)이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마법 같은 장르인 판소리가 기반인 덕분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계속 헤아리려는 혜안도 지녔다.

"창극에 출연하든 뮤지컬에 출연을 하든 맡는 역할을 온전히 이해하려고 해요. 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그로 인해 공감을 사는 것이 소리꾼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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