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서 발견된 '얼음골'.. 폭염에 찬바람 숭숭 '풍혈'의 비밀

태원준 기자 입력 2017. 7. 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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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강원도 화천의 한 마을 계곡에 때아닌 '찬바람' 불고 있었다.

풍혈은 '땅속에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을 뜻한다.

여름에는 풍혈 안의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차가워 무겁기 때문에 '구부러진 굴뚝'의 아랫구멍에서 찬바람이 불어 나오고, 겨울에는 거꾸로 윗구멍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약 66㎡ 동굴 안에 한여름에도 4~5도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있고, 그 옆으로 사시사철 수온 3도의 석간수(石間水)가 솟아나는 냉천(冷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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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강원도 화천의 한 마을 계곡에 때아닌 '찬바람' 불고 있었다. '얼음골'로 불리는 이색 자연현상 '풍혈(風穴)'이 발견됐다.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 야산 비탈의 바위틈 곳곳에서 온도계로 재보면 5~6도에 불과한 찬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이 계곡 일대의 기온은 한낮에도 16∼18도에 불과하다.

마을 주민들은 요즘 더위를 피해 이 곳을 자주 찾고 있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냉기가 너무 차가워 바위에 기대선 5분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 이 산자락 곳곳에 이런 '천연 에어컨'이 발견돼 관광자원화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훈기(49) 마을 이장은 뉴시스 인터뷰에서 "일부 지역은 이미 유명한 피서지로 개발돼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이곳을 관광자원화와 연계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혈은 화천을 비롯해 홍천 정선 등 강원도에 8곳, 전국에는 25곳이 있다.

풍혈은 '땅속에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을 뜻한다. 산의 경사면에 주로 나타난다. 한 구멍과 통하는 다른 구멍이 있는 경우가 많다. 풍혈의 땅속 형태는 '구부러진 굴뚝 모양'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표는 여름에 달궈지고 겨울에 차갑게 식지만, 땅속은 연중 10~15도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찬바람이 나오는 건 공기가 이 '굴뚝'을 지나며 나타나는 자연 대류 현상 때문이다.

더운 바깥 공기가 바위틈을 통해 땅속으로 들어갈 때 차가운 바위 표면을 스치며 온도가 낮아진다. 이어 땅속을 흐르는 찬 지하수와 함께 돌다가 다시 좁은 바위틈으로 나오며 고온의 바깥 공기와 부딪혀 단열냉각현상이 일어난다. 

여름에는 풍혈 안의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차가워 무겁기 때문에 '구부러진 굴뚝'의 아랫구멍에서 찬바람이 불어 나오고, 겨울에는 거꾸로 윗구멍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초여름에는 얼음이 얼기도 한다. 옛 문헌에도 풍혈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경상도 의흥현(義興縣)과 전라도 광산현(光山縣)의 풍혈을 소개했다.

속리산 서원계곡의 얼음골

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양화마을의 대두산 기슭에는 '풍혈냉천'이 있다. 약 66㎡ 동굴 안에 한여름에도 4~5도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있고, 그 옆으로 사시사철 수온 3도의 석간수(石間水)가 솟아나는 냉천(冷天)이 있다. 예전에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얼음을 볼 수는 없다. 

자연냉장고와 같은 역할을 해서 일제강점기에 한천공장과 잠종(蠶種)보관소로 이용됐다. 마을 주민들은 김치를 이 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한여름에도 물에 1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힘들 정도로 차가운 냉천은 허준이 약을 지을 때 썼던 물이라고 알려져 더욱 유명해졌다.

동굴뿐 아니라 대두산 기슭 곳곳에도 풍혈이 있다. 바위가 얼기설기 얽혀 틈새가 난 곳에서는 어김없이 냉기가 뿜어져 나와 피서철이면 여기저기 바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예전에는 풍혈냉천 주변으로 온천이 두 군데 솟아났다고도 한다.

전국의 유명한 풍혈은 밀양 남명리 얼음골, 제천 능강계곡 얼음골, 의성 빙계계곡 등이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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