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부 결정, 국민이 해야 하는 이유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7. 7.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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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원전 필요 여부 판단은 국민의 몫이자 권리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이사회는 14일 13명의 이사 중 12명의 찬성으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일시 중단을 의결했다. 완전 중단 여부는 앞으로 3개월간 9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 활동 후 시민 배심원단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 산업계와 학계는 에너지 안보와 값싼 전기료 등의 이유를 내세워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사회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이사진 퇴진 운동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탈원전 논의는 충분한 전력과 신재생 에너지를 확보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면서 “탈원전은 600조원 규모의 세계 원전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전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라는 눈총을 받고 있으며,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 위험을 안고서라도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일감이 줄어 당장 일자리나 연봉이 감소할 우려도 없다. 한수원 노조원 전부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의하면 2017년 1분기 한수원 현재 인원은 정규직 1만1540명, 무기계약직 48명, 비정규직 256명 정도이다. 이 중 4직급 이하 노조 가입대상 7529명 모두 정규직이며 무기계약직, 비정규직은 없다.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학계에서도 탈원전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지난 5일 에너지 전공 교수 400여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 의견 수렴과 합리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 전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시민 배심원단이 전문성이 없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안전의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인 만큼 일반 국민도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13일 “원자력 학계 교수들은 국민들에 대한 협박을 멈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에너지 학계의 잇따른 탈원전 반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나아가 "원자력 산업과 학계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산업계·학계가 원전의 위험성과 사후 처리 비용을 무시한 채 장점만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공정률 30% 수준의 원전 중단 비용은 부풀리고 설계수명 60년인 원전 운용 위험, 15년 이상 걸리는 해체 비용, 그리고 얼마나 걸릴지 모를 원전 반감기를 물려줘야 할 미래 후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2011년 전력계획 차질로 발생한 블랙아웃의 재발은 우려하면서 원전 강국인 미국, 러시아, 일본도 당한 원전 사고는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2012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대 원전 사고의 원전 1기당 평균 피해 규모를 58조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원전 신규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이 포함됐다.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도 원전 감축 공약을 들고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중단과 월성 1호기 등 노후 수명 연장 금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불허하고 원전의 점진적 축소를 하겠다”고 했으며, 심상정 후보는 “2040년 원전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탈원전에 반대부터 하는 것은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에너지 산업계·학계는 정보 독점과 겹겹이 둘러싸인 인맥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탈원전 여부에 원전 지지자인 에너지 전문가들의 입김이 작용하면 이미 정답은 정해진 것이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원전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은 전문가가 결정해도 내가 사는 땅에서 위험을 안고 살만큼 원전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자 권리이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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