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혐오의 시대, 혐오에 대처하는 법

2017. 7. 2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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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를 경멸하는 '맘충',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한남', 청소년을 폄하하는 '급식충'. 요즘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무리를 싸잡아 비하하는 말이 차고도 넘친다.

'혐오사회'는 이런 증오가 우리 사이에 어떻게 전염되고, 전 사회로 확산되는가를 시의적절하게 설명한다.

엠케는 머리말에서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안의 혐오를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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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다산초당, 272쪽, 1만5000원

아이 엄마를 경멸하는 ‘맘충’,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한남’, 청소년을 폄하하는 ‘급식충’…. 요즘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무리를 싸잡아 비하하는 말이 차고도 넘친다. ‘혐오사회’는 이런 증오가 우리 사이에 어떻게 전염되고, 전 사회로 확산되는가를 시의적절하게 설명한다.

저자 카롤린 엠케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영국 런던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 정치 철학을 공부했다.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자신이 공부한 비판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언론인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지난해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롤모델”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독일출판협회가 주는 평화상을 받았다. 위르겐 하버마스, 수전 손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앞선 수상자다. 엠케는 머리말에서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라고 말한다. 책은 혐오가 발생하고 확산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예로 나온 클라우스니츠 마을 사건은 지난해 2월 독일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독일인 100여명은 보호소를 향해 가던 버스를 멈춰 세우고 욕설을 퍼부었다. “우리가 이 나라의 국민이다!” 버스에 탔던 난민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니 이 땅을 밟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공격 방관 방조로 분류하고 이들 모두 ‘증오의 공급자’라고 한다. 혐오 행위 방치가 증오의 확산을 돕기 때문이다.

심지어 증오에서 이익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고 꼬집는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으로 사건을 전하는 언론, 난민 유입을 계기로 지지율을 높이려는 극우정당이다. 엠케는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을 무시하는 곳에서 공모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책 속 사례를 한국사회에 대입하게 된다.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너’를 혐오하는 상황들이 너무나 유사하다. 이 혐오는 우리 모두를 고립감과 절망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엠케는 경고한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개념 ‘파르헤지아(parrhesia·진실 말하기)’를 빌려와 혐오를 양산하는 일상적 제도적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맘충’이란 말에 “우리 모두에게 엄마가 있다”거나 ‘급식충’이라는 댓글에 ‘꿈나무들에게 벌레라뇨’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안의 혐오를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 있다. 유럽과 미국 중심의 혐오 사례라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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