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밤 왕세자 호출→퇴진 요구→거절→감금.. 사우디 '쿠데타' 전모

구성찬 기자 2017. 7.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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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왕위 계승 1순위이자 26살 손위 사촌인 왕세자를 몰아내고 현 국왕의 아들이 왕세자 자리를 꿰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 쿠데타' 전모가 드러났다.

그날 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1) 현 국왕의 친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31) 국방장관은 왕세자이자 사촌인 모하마드 빈나예프(57) 내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왕은 한밤중인데도 왕세자 교체를 명령하는 성명을 왕실충성위원회에 회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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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사우디 왕세자 교체 쿠데타의 전모
새 왕세자가 된 모하마드 빈살만(왼쪽)과 왕세자 자리를 뺏긴 모하마드 빈나예프. 사우디프레스에이전시

긴박했지만 빈틈없이 진행된 쿠데타, 손쓸 겨를도 없이 자리를 뺏긴 속수무책의 왕세자, 쿠데타 성공 직후 TV 카메라 앞에 선 전·현 왕세자의 포옹, 그리고 철저한 가택연금….

지난달 왕위 계승 1순위이자 26살 손위 사촌인 왕세자를 몰아내고 현 국왕의 아들이 왕세자 자리를 꿰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 쿠데타’ 전모가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이 왕실 인사 및 고위 관료 수십명을 취재해 19일(현지시간) 전한 쿠데타 과정은 아주 드라마틱했다.

왕세자 교체 쿠데타는 6월 20일 밤이 거사일이었다. 그날 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1) 현 국왕의 친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31) 국방장관은 왕세자이자 사촌인 모하마드 빈나예프(57) 내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상시와 비슷한 목소리였고, 국왕이 찾으니 와달라는 일상적 내용이었다.

국왕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도 빈나예프는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다. 그런데 잠시 뒤 들어온 국왕은 갑자기 “왜 약물중독을 치료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이어 “중독으로 판단력이 떨어졌으니 왕세자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빈나예프는 2009년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 현장에 있다가 파편이 몸 깊숙한 곳에 박혔다. 파편을 제거하지 못했고 이후 고통 때문에 모르핀 진통제를 자주 복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왕이 이를 왕세자 퇴위의 이유로 삼은 것이다. 다만 빈나예프 측근들은 “모르핀 중독설은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반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나예프는 국왕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국왕은 곧바로 왕궁 내에 왕세자를 감금했다. 휴대전화도 압수했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왕세자의 경호 인력까지 즉각 교체했다.

국왕은 한밤중인데도 왕세자 교체를 명령하는 성명을 왕실충성위원회에 회람시켰다. 충성위는 왕가의 원로 모임이자 왕위 계승을 결정하는 왕실 최고기구다. 왕실은 전화로 성명을 불렀고, 이를 지지하는지를 확인했다. 통화 내용은 전부 녹음했다. 빈나예프의 가까운 가족 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왕을 지지했다.

국왕 비서진은 빈나예프를 다시 찾아가 녹음한 충성위 멤버들의 통화내용을 들려줬다. 강하게 저항하던 빈나예프는 결국 동틀 무렵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다. 그제야 풀려난 그가 왕궁을 막 떠나려 할 때 새 왕세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 왕세자는 빈나예프에게 다가가 포옹했고, TV 카메라가 이를 찍고 있었다. 이 장면은 이후 국왕이 왕세자 교체를 국민에게 발표할 때 함께 방영됐다.

빈나예프는 지금도 가택연금 상태다. 모친을 제외하곤 아무도 못 만난다. 국왕에게 스위스나 영국에서 살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불허됐다.

이 드라마의 끝은 어디일까. 로이터는 고령인 국왕이 아들에게 왕위를 넘겨주겠다고 밝히는 연설 장면이 이미 녹화돼 있다고 전했다. 이 연설 장면은 이르면 9월에라도 방영될 수 있다고 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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