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른다는데.. 그냥 알바로 살까봐요

이슬비 기자 2017. 7. 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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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최저임금 급등의 역설.. 알바에 기댄 '생계형 프리터族' 늘어날 우려
- "스펙 쌓아도 취업이 안 되니.."
8시간씩 주5일이면 月157만원.. 취업 포기하고 알바를 직업으로
- 일본서 국가적 문제였던 프리터족
고급인력 줄어 노동력 부족 사태.. 결혼·출산도 기피해 사회 악순환

정부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지난 4월 기준 11.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에 아르바이트(알바)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임시로 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르고 취업난이 더 극심해지면,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 자체를 직업으로 갖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프리와 아르바이터의 일본식 조어)' 족(族)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알바해서 먹고살겠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박모(28)씨는 일당 8만~10만원을 받고 서울 강남의 한 꽃가게에서 2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사나흘씩 출근해 꽃을 다듬고 포장하는 일 등을 하면 월 120만원 정도 번다. 박씨는 원래 방송국 PD가 되는 게 꿈이었다. 2012년 졸업 후 3년간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취업을 포기했다. 꽃가게 알바를 주업으로 삼기로 했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유롭게 일하면서 생활은 어느 정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된다. 그땐 하루 8시간, 주(週) 40시간 일하면(유급 주휴수당을 포함) 월 209만원을 벌 수 있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는 내년부터는 같은 조건에서 월 157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152만880원(직급 보조비 12만5000원 포함·각종 수당은 제외)보다 많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주민센터에 온종일 앉아서 민원 업무 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알바하고 사는 게 더 낫지 않으냐"는 말이 나온다.

◇프리터족 증가의 그늘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이 되면,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프리터 시대'가 열릴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2015년 발표한 우리나라 알바 근로자는 101만2640명. 최기원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대변인은 "알바나 다름없는 일을 하는 단기 근로자, 특수고용직 근로자까지 합치면 알바 근로자는 350만명 정도 된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알바만으로도 월 200만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으니 정규직과 '임금 출발선'이 비슷하다는 점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뿐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이 불안한 알바를 전전할수록 결혼을 뒤로 미루는 만혼(晩婚) 현상이 확산하고, 출산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는 2020년쯤 되면 프리터족이 보편화된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日도 최저임금 오르면서 프리터족 늘어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프리터족'이 급증했다. 일본에서 프리터족이 늘어난 데는 높은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일본의 전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은 823엔(약 8348원).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6470원)보다 1878원 많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2020년 1만원으로 오르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사회에 나타난 프리터족과 취업 포기 청년들은 노동력 부족 사태를 부추겼다. 일본 대기업은 해외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가 되자 일본 정부는 2005년 프리터 20만명을 정사원으로 고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전국 200여 곳에 '프리터 전문 지원 창구'를 개설하고 정규직 취업을 할 때까지 1대1 관리를 하도록 했다. 류상윤 L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프리터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뒤늦은 대응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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