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억의 이혼.. 끝난 사랑, 끝나지 않은 錢爭
李사장이 결혼 전 취득한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 듯.. 재산 증식 기여분 중 일부만 인정
친권·양육권 모두 李사장에게
법원이 이부진(47)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49)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 1심 재판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이 사장은 임 고문에게 86억1031만원을 지급하라"고 20일 판결했다. 이 사장이 이혼을 원했고 임 고문이 1조원이 넘는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부진 사장의 승리로 평가된다.
법원은 자녀의 친권자이자 양육자로도 이 사장을 지정했다. 양육자가 아닌 부모가 자녀를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은 매달 한 차례로 결정했다. 임 전 고문은 공동 친권과 월 2회 자녀와의 만남을 요구했다. 1999년 결혼한 이들은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이 사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윤재윤 변호사는 "현명한 판결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평사원 출신 남편과 재벌가 맏딸 아내의 이혼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판결은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에서 이뤄졌다. 권양희 재판장은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혼은 이번 재판 전부터 인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이 사장 측은 "수년 동안 별거를 하며 사실상 이혼한 부부처럼 지냈는데, 임 전 고문이 관계 회복을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임 전 고문 측은 "일과 재벌가의 특수성 때문에 가끔 집을 비웠어도 가족 행사에 참석하는 등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고 맞섰다고 한다. 이때 법원은 이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임 전 고문이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같이 산 곳은 서울인데, 재판이 성남에서 열렸기 때문에 1심 판결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1심 재판이 서울에서 다시 이뤄진 것이다.
세간의 관심은 임 전 고문의 1조2000억원 재산 분할 요구에 쏠렸다. 이 액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액수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임 전 고문이 아내의 전체 재산을 2조4000억원으로 보고 절반을 요구한 것이다. 임 전 고문 측은 '혼인을 유지했고, 삼성전기 부사장으로 공적 역할도 했으니 재산 증가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과는 86억원만 인정됐다. 이는 재판부가 이 사장이 결혼하기 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대부분을 나눠야 할 재산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부부가 이혼을 할 때 분할할 수 있는 재산은 기본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기 때문에 이 사장이 결혼 전에 갖고 있던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결혼 후 늘어난 재산도 이를 유지하고 증가하는 데 기여한 정도에 따라 각각 나누도록 돼 있다.
이 사장의 재산은 전체 2조원 중 주식이 1조9000억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빼면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600억~800억원 정도이다. 법원은 임 전 고문에게 86억원을 주라고 했기 때문에 임 전 고문의 기여도를 10~14% 정도만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전업주부도 혼인 기간이 10~20년 이상이고 가사와 양육을 전담했을 경우 재산을 분할할 때 40~50%를 인정받는 추세로 볼 때 임 전 고문의 기여도는 낮은 비율이라고 말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산을 형성하는 데 이 사장의 노력이나 역할이 더 크게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임 전 고문 측은 "재판부가 재산 분할에 대해서는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공개된 국내 이혼 사례 중 시가 300억원가량의 주식을 분할해 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경우가 최고액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가 이혼할 때 재산 분할 청구액은 5000억원대였지만 두 사람은 합의 이혼을 했기 때문에 얼마씩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