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처럼 벽 타는 '스파이더맨 슈트' 꿈만은 아니다
[동아일보]
○ 지치지 않는 비결은 ‘소프트 엑소슈트’
소프트 엑소슈트는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20∼30% 줄여줘 쉽게 피곤해지지 않게 돕는다. 이상준 제공 |
과학자들은 작은 힘으로도 히어로처럼 움직일 수 있는 웨어러블 장비를 이미 개발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근력증강로봇 ‘헐크(HULC)’가 대표적이다. 이 슈트를 착용하면 사람 한 명이 90kg 짐을 들고 2km를 움직일 수 있다. 다만 무게가 24kg으로 너무 무겁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피로도가 39%나 증가했고 심박수도 평균 26% 늘었다.
체조선수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는 스파이더맨에게는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이 개발 중인 ‘소프트 엑소슈트’가 답일 수 있다. 이 슈트는 신축성 있는 스판덱스 재질의 슈트에 관절에 힘을 전달하는 벨트가 달려 있다. 초소형 모터를 이용해 벨트를 움직여 근육을 움직일 때 드는 에너지를 줄여준다. 물리치료를 받을 때 근육이 모자라 잘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을 치료사가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상준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 박사과정 연구원은 “소프트 엑소슈트를 사용하면 걸을 때 쓰이는 에너지가 20∼30% 줄어든다”며 “점프나 무거운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처럼 활동적인 운동을 돕는 방향으로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라이다’와 ‘헤드업디스플레이’로 증강현실 활용
악당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발견한 스파이더맨. 벽에 가려진 실내에 누가 몇 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슈트에 장착된 인공지능(AI) ‘캐럴’의 도움을 받는다. 마스크 너머 풍경에서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던 상황들이 그려진다.
‘시민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시민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일이 많다. 교통사고나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모습은 마치 119 대원을 연상케 한다.
헬멧과 슈트에는 라이다를 비롯해 열감지 센서, 동작 센서, 방향 센서 등이 있어 착용자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헤드업디스플레이(HDD)는 주변에서 습득한 정보를 착용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증강현실로 표현한다. 어두운 공간에서 장애물의 윤곽선을 표시해 착용자는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FRT제공 |
HUD는 착용자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해주는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덕분이다. 라이다는 방출한 레이저가 주변 사물과 부딪힌 뒤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주변 사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HUD에 표시한다. 장 연구원은 “라이다로 파악할 수 있는 범위는 반경 30m 정도”라며 “라이다를 비롯해 열감지 센서, 움직임 센서 등을 달아 올해 10월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진짜로 거미 흉내 내는 스파이더맨
게코 도마뱀은 반데르발스 힘을 이용해 중력의 힘을 받지 않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걸어 다닌다. 이 힘을 이용하면 사람도 벽을 타고 움직일 수 있다. |
도마뱀이나 곤충 중에는 스파이더맨처럼 자유롭게 벽을 타고 다니는 동물이 많다. 비결은 ‘반데르발스 힘’이다. 반데르발스 힘은 원자 사이에서 전기적인 불균형이 일어날 때 생기는 끌어당기는 힘이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벽과 닿는 표면적이 커야 이 힘으로 벽에 붙어 있을 수 있다. 사람의 경우 발 크기가 130cm 정도 돼야 벽에 붙는다. 발 크기를 줄이는 방법은 몸길이가 10∼20cm인 게코 도마뱀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작은 주름이 많다. 각 주름 안에는 더 미세한 주름이 있어 표면적을 크게 만든다. 2014년 엘리엇 호키스 미국 스탠퍼드대 석사과정 연구원은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을 본떠 만든 장갑을 끼고 유리벽을 오르는 실험을 공개한 바 있다.
스파이더맨의 상징 ‘거미줄’과 거미줄 발사체는 실제 거미의 내장 구조를 적용해 그대로 만들 수 있다. 스웨덴과 중국, 스페인 국제 공동연구진은 1월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거미의 거미줄 생산 기관인 ‘방적관’을 본떠 인공 거미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대장균 유전자에 거미줄 유전자를 넣어 거미줄 단백질 용액을 만든 뒤 거미 방적관을 본뜬 유리관에 넣고 뽑아서 인공 거미줄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미줄 섬유는 방탄 섬유로 잘 알려진 ‘케블라 섬유’ 만큼 질기고 탄성이 좋았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아직도 당신만 모르나 VODA' |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교조도 교총도 싫다"..가입 꺼리는 젊은 교사들
- 178조 재원 논란에..5대 그룹-고소득자 겨눈 증세
- '일감 몰아주기'에 칼 꺼낸 정부..재계 "올 것이 왔다" 초긴장
- "최저임금 너무 올라 버티기 힘들어"..국내 최장수 기업의 구조조정
- 1322m²(약 400평) 사무실에 서기관 한명만..헛도는 북한인권재단
- 매맞아 실명한 6세 아이, 엄마도 맞을까봐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 정현백 여성부 장관 "여혐 TF 만든다고 하니 '남혐은?' 댓글 달리더라"
- 평창 숙박 예약하려하자.."1박에 60만원, 외국인 단체손님만 받아요"
- '재입북 탈북녀' 임지현 살던 방 열어보니 열쇠가 책상 위에..
- "말이 좋아 기부금"..'반강제 모금'에 울며 겨자먹기로 내는 교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