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료 보고 한국 왔는데 .. " 속 태우는 외국계 기업들
탈원전 정책에 전기료 인상 우려
추가·신규 투자 유치에 악영향
경제자유구역청 중 하나를 책임지고 있는 A청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외국 기업의 한국행의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그는 “저렴한 전기료는 높은 노동숙련도, 촘촘한 물류망과 더불어 한국 시장의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사라질 경우 국내 투자를 염두에 두던 해외 투자자들은 싱가포르·홍콩·대만 등지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화학업체 아사히카세이케미칼은 2011년 울산공장을 증설하면서 “낮은 전기료와 물류 비용을 통해 소재 생산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시 아사히카세이케미칼은 한국에 200억 엔(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자동차부품업체 쓰바키모토오토모티브도 2200만 달러를 들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공장을 세웠다.
2015년 기준 일본의 산업용 전기료는 MWh당 162달러로 한국(94.9달러)보다 70% 이상 비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소프트뱅크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속속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이유도 전기료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정비 성격의 전기료가 오르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석유·화학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산업의 투자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 창출 효과 역시 큰 분야들이다.
주요국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행보는 역행적이다. 미국의 산업용 전기·수도·가스 비용은 세계적으로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미국은 2015년 전기료를 3% 인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은 전기료는 물론 법인세·토지임대료를 낮춰 기업 유치에 나섰다. 대만도 산업용 전기 가격을 2015~2016년 세 차례에 걸쳐 16.8%나 낮췄다. 간사이전력 등 일본의 일부 전력회사들도 최근 기업용 전기료를 4~5% 낮추고 있다. 해외 투자 유치에 고전을 겪고 있는 새만금과 전국 8개 경제자유청 등에는 악재다.
반론도 있다. 국내 전기료가 낮고 탈원전 이후에도 전기료 인상률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탈원전이 해외 투자 유치에 악영향이 없도록 정부가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더불어 투자 서비스나 세제 지원, 고용·연구 지원 등 다른 지원을 늘려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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