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연관검색어 개선 주문" 카톡 #검색까지 개입 의혹

2017. 7. 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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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발견 문건]
박근혜 불리한 검색어 차단하려
대화창서 바로 포털 검색할 때
특정 단어 안 뜨게 했는지 의심
카카오 "개별 요청으로 삭제 안해"

[한겨레]

카카오톡 대화창에 샵(#) 검색 기능 사용 때 뜨는 자동 연관 검색어가 안경 너머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근혜 정부가 카카오톡 검색의 자동 연관검색어에 개입하려 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국정상황실 공간에서 발견된 문건 504개 가운데 ‘부처 현안 관련 정책 참고’라는 문건에는 카카오톡 샵(#)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 연관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카카오톡 자동 연관검색어를 개선하도록 주문하는 것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의 ‘샵 검색 기능’은 카카오톡 휴대전화 대화창에서 오른쪽 하단에 있는 ‘#’ 표시를 누르면 포털 검색을 바로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포털 검색과 마찬가지로 연관검색어가 자동으로 뜬다. 예를 들어 ‘날씨’라는 단어를 치면 ‘날씨 예보’ ‘서울 날씨’ 등의 연관검색어가 뜨는 식이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다 궁금한 이슈나 단어가 생기면 바로 검색을 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좌편향적인 자동 연관검색어 논란을 개선하도록 주문”했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연관검색어들이 자동으로 뜨지 못하도록 개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털 검색의 자동 연관검색어 기능은 이슈를 더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 잘 모르던 이용자도 자동 연관어를 보고 클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서 정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특정 지역이나 인종을 비하하는 단어, 음란성이 짙은 단어 등은 자동 연관어에서 제외한다. 이런 단어 외에는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검색어 순으로 자동 연관어가 완성된다는 것이 포털 쪽 설명이다. 단, 개인이나 기관이 자동 연관어 때문에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권리침해 신고 절차에 따라 포털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카카오톡을 문제 삼은 것은 카카오톡의 막강한 이용자 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은 월간활성화유저(MAU·한달에 한번이라도 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4200만명에 이른다.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네이버나 다음보다 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톡은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은 고령층에서도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데이터 때문에 생기는 알고리즘 편향성이 있긴 하다”면서도 “민간이 아닌 국가기관이 정치적 이념이나 공정성 개념을 동원해서 편향을 조정하라고 나서면, 무작위적 편향이 아닌 의도된 편향을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샵 검색의 자동완성 검색 기능은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구성된다”며 “법에 따른 권리침해 신고 절차가 아닌 다른 개별적 요청에 의해 검색어를 삭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견된 문건 중에는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언급한 것도 포함돼 있다.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 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 환류 제도화 추진 검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제목만 봐서는 포털과 관련해 제기되는 일반적 의제 수준이라 특별할 게 없다”면서도 정부의 ‘포털 길들이기’ 시도를 우려했다.

포털은 2009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 개정되면서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로서 언론 관련 규제를 받아왔지만,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과 시장 지배력 탓에 역대 정권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모바일에 노출된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 사진을 삭제 및 접속 차단 조치해 논란을 빚었으며, 보수 성향 인터넷언론을 중심으로 포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15년 옛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포털의 ‘좌편향’을 비판하는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 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안선희 김효실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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