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줄 알면 불고, 숫자만 알면 악보도 척척"

안광호 기자 2017. 7. 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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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 여는 하모니카교육협 우미경 회장

다음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될 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을 주관하는 한국하모니카교육협회의 우미경 회장이 중구 정동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 회장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하모니카의 대중화를 위해 매년 축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삶이 즐거우려면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누구나 호흡만으로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바로 하모니카예요. 한 번 배워보세요. 무료로 가르쳐드릴게요.(웃음)”

우미경 한국하모니카교육협회장(53)은 ‘하모니카 전도사’를 자처한다. 협회장을 맡은 뒤 하모니카를 들고 다닐 일이 줄었지만, 몇년 전만 해도 잠들기 전까지 하모니카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모니카 연주 소리로 이웃에 피해를 줄까봐 시골로 이사를 했을 정도다. 그(협회)가 매년 열고 있는 하모니카 페스티벌 역시 ‘하모니카 대중화’가 목적이다. 10여년 전부터는 악기를 살 여유가 없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과 독거 노인들에게 매주 무료로 하모니카 연주를 가르쳐주고, 섬마을이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하모니카를 담아 찾는다.

다음달(3~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을 준비하느라 여념없는 우 회장을 최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모니카는 호흡으로 연주하는 악기예요. 들숨과 날숨으로 연주가 가능하단 얘기죠. 그만큼 다루기도 쉽고…. 경연용이 아닌 일반 하모니카는 가격도 부담이 없어요. 몇 천원짜리도 있으니까요. 아, 하모니카 연주가 호흡 재활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이 좋은 걸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어요.(웃음)”

대학 때 피아노를 전공한 우 회장은 20여년 전 잘나가던 피아노 학원을 접고 하모니카로 전향했다. “당시만 해도 음악학원은 피아노 학원이 대세였어요. 저희 학원도 나름 잘나갔던 때죠. 하지만 피아노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느꼈던 점이,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고, 교육과정도 엘리트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거였어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악기가 뭘까 고민하다 하모니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부터 하모니카를 익혀야 했다. 당시엔 하모니카 교재도, 배울 수 있는 학원도 마땅치 않았다. 우 회장은 대만과 일본의 하모니카 학원과 전공자들을 찾아다니며 연주법을 배웠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대만과 일본을 오가며 현지의 하모니카 학원이나 선생님들을 찾아가 배웠어요. 당시 아파트 계약금으로 항공료 등 비용을 댄 적도 있었죠. 하모니카에 미쳐서 다녔던 것 같아요.”

그렇게 3~4년 외국을 오가며 하모니카를 익힌 우 회장은 2001년 ‘하모니카교육센터’를 세우고 센터 안에 하모니카 오케스트라단을 만들었다. “하모니카를 어느 정도 익히게 된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연주법을 다룬 교재를 만드는 거였어요. 이후에 교육센터를 세우고, 아이들과 성인 40명으로 오케스트라단도 구성했죠.”

지금은 협회 소속이 된 오케스트라단엔 청소년과 노년부가 추가돼 초등학교 3학년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주하는 장르도 구분이 없다. 동요, 가요, 팝송, 재즈, 클래식 연주가 모두 하모니카로 가능하다.

악보를 보는 방법도 간단하다. “하모니카는 ‘숫자보’라는 전용 악보가 있어요. 1부터 7까지 있는데, 1이 ‘도’이고, 2가 ‘레’, 7은 ‘시’ 하는 식인데, 옥타브의 높낮이는 위와 아래에 점을 찍는 방식의 악보죠. 악보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 회장은 매년 여름이면 야외에서 하모니카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벌써 5회째를 맞았다. 축제 기간 진행되는 경연은 하모니카 연주자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무대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도 참가신청이 매년 늘고 있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엔 서울광장에서 1000명 넘는 인원이 참여해 동시에 ‘우리의 소원’과 ‘고향의 봄’을 연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경연에는 총 1275명의 전문가 그룹과 아마추어 그룹이 참여해 각 부문과 연령대별로 1~3등, 총 96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우 회장은 많은 시민들이 이 행사에 참여해 하모니카의 참맛을 느끼기를 기대했다.

“올해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는 ‘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으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세계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리 오스카가 맡을 예정이에요. 직접 작곡한 ‘코리안 블루스’도 선보입니다. 축제 기간 무료로 진행될 갈라 콘서트와 공연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무더운 여름 더위를 이겨냈으면 합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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