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초고위험'에 베팅하는 개인들

김우섭/하헌형 입력 2017. 7. 20. 20:09 수정 2017. 7.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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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이 아니라 '로또'를 사는 셈이죠."

한 증권사의 해외 상품 담당자는 최근 줄을 잇는 베네수엘라 국채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 공사채 매수 문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기 등급의 해외 채권이나 회사채, 레버리지 상장지수채권(ETF) 등 초고위험 상품에 손을 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권사 해외 상품부를 통해 수백 건의 베네수엘라 국채와 페데베사 공사채가 중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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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채권 사들이고..투기 등급 회사채로 눈 돌리고
국가 디폴트 위험 높은데도 하루 수십 건 "사자" 주문 몰려
국내 투기등급 회사채도 '입질'..4배 레버리지 해외 상품 찾기도
"위험대비 수익률은 좋지 않아"

[ 김우섭/하헌형 기자 ]


“채권이 아니라 ‘로또’를 사는 셈이죠.”

한 증권사의 해외 상품 담당자는 최근 줄을 잇는 베네수엘라 국채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 공사채 매수 문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CCC-(투자부적격)’. 액면가의 절반 이하에 거래되고 있는 ‘초고위험’ 채권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건의 채권 중개 요청이 이어진다. 이 담당자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개인”이라며 “부도 위험이 높은 채권에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고위험 국채 투자자 증가

투기 등급의 해외 채권이나 회사채, 레버리지 상장지수채권(ETF) 등 초고위험 상품에 손을 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권사 해외 상품부를 통해 수백 건의 베네수엘라 국채와 페데베사 공사채가 중개됐다. 지난달 초 골드만삭스가 페데베사의 채권 28억달러(약 3조1400억원)어치를 액면가의 3분의 1 수준에 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투자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고객이 먼저 요청할 때만 외국계 증권사나 브로커를 통해 관련 채권을 중개한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최소 투자금액이 10만달러, 중개 수수료도 투자금의 0.3%(1년 기준)로 높은 편이다. 2024년 만기 달러표시 베네수엘라 국채(표면이자율 연 8.25%)는 액면가의 40~45%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베네수엘라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99억8300만달러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가 1년 안에 디폴트에 처할 가능성이 56%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투기 등급 회사채 베팅도

국공채나 우량 신용등급 회사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 개인들은 투기 등급(BB+ 이하) 회사채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두산건설93’(액면가 1만원)은 이달 들어 장내 채권시장에서 총 94억6000만원어치가 거래되는 등 매매가 활발하다. 두산건설 보통주를 주당 3585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가 붙은 이 채권의 신용등급은 ‘BB+’다. 투자 위험이 높은 투기 등급 회사채란 의미다. 두산건설 주가는 작년 11월 이후 9개월째 3000원대에 머물고 있어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지 않다.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해외 3~4배 레버리지 상품을 찾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거래대금 상위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목록을 보면 ‘VELOCITYSHARES 3X LONG CRUDE(유가 상승 3배 추종·1억3920만달러)’와 ‘DIRXN DAILY JR BULL GOLD 3X(금광선물 상승 3배 추종·1억2580만달러)’ 등 레버리지 상품이 상위권에 올랐다. 최근엔 S&P500지수 하루 변동폭의 4배를 추종하는 ETF도 거래량이 늘고 있다.

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예전만큼 ‘단타’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코스닥 중소형주가 잘 보이지 않는 데다 해외채권·파생상품·회사채 등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은 대표적 ‘안전 자산’인 만큼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해선 안 된다”며 “현지 사정이나 기업을 잘 알더라도 안전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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