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현재 유럽에 체류 중인 김 의원은 지난 19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외유를 비판하는 여론과 관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lemming)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레밍은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설치류로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다. 1980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이 한 미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레밍과 같아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에게 우르르 몰려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의원을 비롯해 함께 외유를 떠난 자유한국당 박봉순(청주 가경·강서동)·박한범(옥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 의원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조기 귀국을 논의했지만 김 의원은 끝까지 반대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0일 성명을 통해 “김 의원의 ‘설치류’ 발언은 수해복구에 여념없는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사상 최악의 수해로 큰 고통을 받는 도민이 있는 상황에서 한 발언은 더 치욕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외유 논란 충북도의원 사과 20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에서 수해 속에 유럽 외유에 나섰다 비난을 받은 자유한국당 박봉순 도의원(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
자유한국당은 이날 당무감사위원회를 열어 충북도의회 김학철·박봉순·박한범 도의원에 대해 최고 징계인 ‘제명’을 권고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21일 오전 윤리위원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봉순 의원과 최 의원은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모든 비난과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당장 내일부터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 복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철·박한범 의원은 항공권이 확보되는 대로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