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 뉴스] 원전 사양산업?.. 美, 20년 만에 신설·日은 원전 제로 포기

정지혜 2017. 7. 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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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추진 속도를 놓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논의할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원전 논란을 쟁점별로 점검했다.

◆원전은 정말 사양산업인가

세계적인 추세가 정말 ‘탈원전’으로 가고 있느냐부터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단 1988년 이후 전 세계 원전 개수 총합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팩트다. 1954년 시작돼 점점 그 수가 증가하던 원전은 최고치 440여개에 이른 후 30년 동안 이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약 60개의 원전을 줄이는 동안 한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원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 원전 산업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양된 흐름은 맞다. 하지만 올해 전 세계에서 새로 추가된 원전 설비용량이 2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으로 미뤄 ‘사양산업’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중 절반을 경제 성장을 위해 에너지 소비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중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20년 만에 처음 신규 원전을 가동한 미국 사례도 있다. 미국은 현재 4기의 신규 원전을 짓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도 지난해까지 5기를 재가동한 바 있다.


◆원전의 안전성,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원전의 안전성 논란은 업계와 국민정서 차이가 가장 심한 부분이다. 국민들은 원전이 핵 에너지를 다루는 만큼 1%의 예측 불가능한 돌발상황, 위험성이 존재하는 한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이 밀집해 있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위험성이 더 크기도 하다.

반대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원전업계는 “신규 원전의 강화된 기술력과 안전성은 지진은 물론 쓰나미 등 어떤 재해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며 “재난영화 ‘판도라’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리란 것은 기우”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원전 비리 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큰 만큼 안전성 부문에 대한 한수원 측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론화위원회 적합성 논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할 만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적합하느냐는 논란이 뜨겁다. 공론화위가 채택하는 시민 배심원제는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취해 온 방식이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소수의 전문가 손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다만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은 대부분 20∼30년에 걸쳐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우리의 경우 3개월 만에 그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원전업계와 일부 학계에서 졸속 처리, 전문가 참여 배제 논란 등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대 주한규 교수(원자핵공학)는 “원전 관련 공학과 안전, 가치 등을 잘 아는 진짜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아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왔다”고 말했다.

◆탈원전 속도, 이대로 괜찮은가

일각에서는 현실적 문제를 들어 탈원전으로 가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공급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던 원전이 줄어들면 그만큼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등에 의존해야 한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탈원전보다는 ‘감원전’, 탈핵이 아닌 ‘감핵’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며 “탈핵이라는 표현 때문에 ‘원전 제로’라는 문제에 직면하는데 원전 가동 자체의 비율을 낮추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탈원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이 대전환하고 있는 지금 원전 의존도를 낮춰야 신재생·친환경에너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비용과 갈등은 어떻게

탈원전 과정에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도 주요 논쟁거리다. 특히 이번 신고리 5·6호기 관련해 촉발된 사회적 갈등은 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는 물론 지역경제와 수많은 원전 종사자들을 먹여 살리던 원전이 사라지면서 수조원대의 매몰비용, 보상비용 발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상이 불가피한 전기요금 역시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다. 정부 정책 시행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누가 책임지느냐는 문제도 남아 있다. 현실적으로 5년 단임 정부에 정책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미약한 상황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속도가 빨라 비용 회수까지 우려하는 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태양광에너지발전, 수소연료 등의 시대를 대비해 왔다는 한 에너지장비 업체 관계자는 “사실 신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기술은 10년 전 완성됐다”며 “원전 의존도 등이 높았던 탓에 시장이 따라와주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논란

2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원자력발전의 1㎾h당 발전단가(RPS포함)는 67원90, 액화천연가스(LNG)는 100원10전, 태양광은 200원80전 수준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력 1㎾h당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석탄 991g, 천연가스는 549g인 데 비해 원전은 10g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수치만 보자면 원전은 단연 가장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인 셈이다. 그러나 원전 건설 및 사후처리, 안전위험 감수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값싼 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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