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시간 vs 소정근로시간..'최저임금 계산법' 기업도 혼란

강영운 2017. 7. 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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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한 최저임금기준 ◆

최저임금 인상의 의도는 근로소득자 간 양극화를 줄이는 데 있다.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소득을 높여 지나친 임금 확대 문제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주무 관청인 고용노동부와 법원 간 기준이 달라 기업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 통용 중인 고용노동부 지침(월 243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생산직 등 국내 대표 고임금 근로자도 내년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수령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나아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라갈 경우 기본급 비중이 낮은 상당수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 최저임금에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될 뿐 상여금, 식대, 교통비 등 다른 항목은 산입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현실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2016년 생산직 근로자 초봉의 기본급과 최저임금 산입수당을 더하면 각각 180만원(기본급 150만원+수당 30만원)과 159만원(기본급 151만원+수당 8만원)이다. 최저임금의 기준인 '시급'은 위 금액을 소정근로시간(월 243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일반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을 더해 계산되기 때문에 많이 인정될수록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최저임금의 시급을 계산할 때 인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널뛰기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반적인 법정근로시간(유급휴일 포함)은 209시간이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시급은 각각 8610원과 760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높다. 일반 기업에서 주 5일(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을 정한 경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자는 실제적으로 한 달에 176시간을 근무하더라도, 유급휴일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하게 돼 209시간의 근로시간을 인정받는다.

문제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소정근로시간이 월 243시간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시급이 각각 7410원과 6540원으로 급락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노사 간 협상을 통해 토요일(8시간)을 유급처리하기로 합의해서다. 고용부 해석과 지침에 따르면 1주 40시간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에서 당초 근로제공의무가 없는 토요일의 8시간을 유급처리하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월 243시간으로 적용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에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해석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시급이 합법과 위법 사이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초임 임금을 각각 5400만원과 4128만원을 주면서도 시급이 낮아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 기업'이 된다. 최저임금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법원 판결도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법원은 2007년 1월 주휴수당의 성격에 대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서부지법 역시 지난해 2월 "소정근로시간에는 주휴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소정근로시간에 대해서 실제 근로시간인 176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문제다. 시간외수당이나 연차수당처럼 근무시간·일수에 따라 달라지는 수당은 당연히 제외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공되는 기숙사와 같은 숙식비, 각종 복리후생비 등처럼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항목들도 포함되지 않는다.

재계는 이 같은 사실상 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임금체계 특성상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 비중이 높아 이대로 둘 경우 사실상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생산직 고임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하면 누가 그 제도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기업들이 실제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바탕으로 시간당 임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저임금이 늘어나면서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들이 더 혜택을 받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 실제로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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