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맥주'라고? 무알코올 맥주 조용한 성장세..'라이트 음주문화' 확산 더불어 맥주 대체음료로 각광

노정연 기자 2017. 7.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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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김민수(가명)씨는 요즘 마트에 갈 때마다 무알코올 맥주를 종류별로 구입한다. 김씨는 혼자서도 자주 맥주를 즐기는 편인데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일반 맥주 대신 무알코올 맥주를 마신다. 그는 “전에는 ‘무알코올 맥주는 싱겁다’는 인식 때문에 즐겨 마시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종류도 다양해지고 맛도 괜찮아 종종 맥주 대용으로 마신다”면서 “요즘같이 맥주를 많이 마시게 되는 여름에는 취하지 않고 가볍게 마실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찬밥 신세였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 불고 있는 저도화 열풍의 연장선상으로, 젊은 여성층의 주류 음용 확대와 혼술족 증가 등 달라진 주류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알코올 맥주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소비자층은 물론 운전이나 중요한 행사 등 다양한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성인들에게 맥주 대체 음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임산부 등 일부 소비자들이 마시는 것으로 치부됐던 무알코올 맥주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저변을 넓혀가는 것으로, 2012년 13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3년 50억원, 2014년과 2015년에는 60억원까지 4배 가량 성장했다. 일반 맥주시장에 비하면 아직 작은 규모이지만 6700억원 규모의 일본 무알콜 맥주 시장과 비교했을때 국내 시장도 향후 10배 이상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제로0.00’의 경우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 상승했고, 지난해 판매량은 직전 년도와 비교해 16.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인구 수와 물가 등을 고려할 때 최소 10배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첫 번째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제로0.00’는 2012년 출시 이후 5년 만인 지난 6월 누적 판매량 3000만캔을 돌파했다.

다양한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 대거 진입하며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이마트에서는 15종의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중 14종이 수입맥주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라거부터 에일종류까지 무알코올 맥주 종류가 이전보다 다양해져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특히 여름철엔 더위를 많이 타는 소비자들 가운데 마시고 나면 열이 나는 일반 맥주 대신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무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내놓고 무알코올 음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운전이나 업무 등 다양한 상황에서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맥주 ‘헤비 유저’를 타깃으로 한 제품으로, 비발효 제조공정으로 알코올을 없앤 대신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 맥아 엑기스와 홉 엑기스 등을 넣어 맥주 맛을 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대리운전 걱정없이 맥주맛을 즐기고 싶을 때나 다음날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맥주로 대신하여 마시고 싶을 때 등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마시지 못하는 상황에서 맥주 대체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성장해가고 있는 국내 무알콜 음료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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