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 구타·가혹행위" 호소하던 사병 투신

이재덕 기자 2017. 7. 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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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육군 일병, 군 병원서 “괴롭다” 메모 남기고 극단적 선택
ㆍ‘2014년 임 병장 총기난사’ 부대…군인권센터 “은폐 의혹”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다며 고충을 상담했던 전방 부대의 한 사병이 병원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측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2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22사단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ㄱ일병(21)이 지난 19일 오후 4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으로 외래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와 육군에 따르면 사건 당일 ㄱ일병은 치아 진료를 받으러 동료와 함께 동료 아버지의 차량을 타고 병원에 갔으며 별도의 인솔자는 없었다. ㄱ일병은 병원 7층 도서관 창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는 “올해 4월 해당 부대로 배치된 ㄱ일병은 부대 내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 폭언,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며 “훈련 중에 임무수행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폭언과 욕설을 듣거나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ㄱ일병의 수첩에는 “선임병들이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 하나 더 뽑히면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겠냐라고 말했다” “불침번 때는 목을 만지며 얼굴을 밀착했다” “부식을 받으러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임들이 ‘짬’ 좀 찼냐며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는 내용들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갑 속 메모지에는 “엄마 미안해.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어. 매일 눈을 뜨는데 괴롭고 매 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 뿐이야. 편히 쉬고 싶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ㄱ일병은 지난 14일 부대에서 한 고충 상담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보고한 상태였다”며 “이후 ㄱ일병은 지난 18일 ‘배려병사’로 지정돼 일반전초(GOP) 투입 근무에서는 배제됐으나 가해 병사들과 분리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또한 “유족들이 군 당국에 망자의 유품인 유서와 수첩 등을 요구하자 수사자료라며 열람만 허락했고, 사진 찍는 것도 제지했다”면서 “사건의 은폐, 축소 시도에 대한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ㄱ일병 사망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법과 규정에 의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는 가혹행위·자살·총기난사 사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 곳이다. 2014년에는 일반전초(GOP)에서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임 병장 사고 한 달 후 부대 내 화장실에서 이등병이 목을 매 숨졌다. 올해 초에도 형모 일병이 휴가 복귀 당일에 부대 내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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