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인적 드문'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복합리조트 부진에 '울상'

유진우 기자 2017. 7. 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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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카지노 기업 파라다이스그룹이 수조원을 투자해 영종도에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연지 3개월이 지났지만 겹겹이 둘러싼 악재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최초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입구 전경. /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카지노로 향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고, 홍보 효과를 기대하며 투자와 함께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촬영한 영화 ‘리얼’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의 15% 수준에 그쳤다. 최근에는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특혜’ 논란이 카지노로 옮겨붙으며 ‘카지노 허가권도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1분기에만 124억원 영업손실…’중국인 발길 뚝’

지난 4월 20일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했음에도 올해 2분기 파라다이스의 카지노 매출액은 117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오히려 20.7% 감소했다. 4월 한달간 387억원이었던 월간 카지노 매출액은 개장 직후인 5월 416억원으로 올랐다가 지난달 369억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증권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지노와 리조트 부문을 모두 합친 파라다이스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은 작년보다 28.6% 줄어든 1350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3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파라다이스시티 운영을 담당하는 ‘파라다이스세가사미’에서만 지난 1분기 124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파라다이스는 당초 인천공항에서 1km 떨어진 입지를 내세워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카지노관광업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전체 방문객 중 중국인 관광객 비율은 60% 수준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역시 카지노 관광객 중 중국인이 60%, 일본인이 30%, 기타 국가가 10%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개장과 동시에 터진 사드 보복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드문 편이다. 내부에서는 ‘연간 방문객 목표치로 잡았던 150만명을 100만명 정도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카지노 배경 영화 ‘리얼’ 역시 흥행에 참패했다. 리얼의 총 관객수는 45만명으로 손익분기점(300만명)의 15% 수준에 그쳤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 영화에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총 제작비가 110억원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제작투자를 주도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파라다이스시티 홍보대사를 맡은 주연배우 김수현씨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파라다이스시티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실패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의 운영사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은 중국 사드 보복의 악영향을 똑같이 받고도 매출이 14% 줄어드는데 그쳤다”며 “사드보복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라다이스시티와 관련된 대규모 투자가 파라다이스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일·중·러 카지노 시장 포화 우려…국내 규제 강화 움직임도

지난 4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필립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왼쪽세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 제공

사드 보복이 풀리더라도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 본토 주하이(珠海) 중심지에서 차로 30분이면 도착하는 마카오에는 올 한해에만 새 대형 카지노 시설 4곳이 들어섰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2015년 첫 카지노 시설이 생겼고, 일본 아베 정부 역시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을 앞두고 카지노가 포함된 리조트를 준공하기로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8월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변국 간 카지노 시장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며 “중국 경기둔화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 과잉 투자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는 면세점 선정 비리 논란과 맞물려 외국인 카지노 허가권을 철저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같은 대규모 복합리조트 형태의 카지노가 들어선 만큼 허가, 영업 및 관리·감독과 관련한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은 지난 14일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허가권을 5년마다 갱신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파라다이스시티를 포함해 GKL이 운영하는 세븐럭 등 서울 3곳, 제주 8곳 등 총 16곳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3년간 같은 위반 행위가 2~4차례 적발되어야 면허가 취소된다.

반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카지노는 1~5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국내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 역시 3년마다 허가권을 갱신한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관계자는 “독점적 수익을 보장해 줘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인데, 면허 갱신이 어려워지면 사업적으로 안정성이 흔들린다”며 “지역 고용효과나 관광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파라다이스시티 같은 상징성 있는 복합리조트가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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