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죽어야 사는 남자’가 백작 캐릭터를 내세워 강렬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어디서 본 듯한 가족 이야기를 답습하며 답답한 전개를 이어가 아쉬움을 남겼다.

20일 밤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극본 김선희·연출 고동선)에서는 왕국 공주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35년 만에 잃어버린 딸을 찾으러 한국에 온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1970년대 중동의 한 작은 왕국으로 건너가 백작이 된 남자가 딸과 사위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백작 역할은 최민수가 맡았다. 백작은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최민수는 개성 강한 연기는 물론 억만장자 백작에 맞는 화려한 비주얼로 변신할 것을 예고해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날 베일을 벗은 ‘죽어야 사는 남자’는 강렬한 백작의 등장으로 포문을 열었다. 알프스에서 특별히 공수해온 얼음으로 조각을 하며 등장한 백작은 엄청난 재력을 과시했다. 거대한 저택부터 사막을 거침없이 달리는 스포츠카의 등장까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배경들이 잇달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빠른 호흡으로 백작의 배경을 설명한 드라마는 최민수의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어 이질적인 설정들을 잘 어우르는 듯 보였다. 최민수는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억만장자 백작 캐릭터를 엉뚱함과 코믹함,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포효를 넘나드는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

그러나 새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배경이 한국으로 옮겨가고 백작의 딸로 추정되는 이지영A(강예원)과 그의 남편 강호림(신성록), 이지영B(이소연)이 등장하면서부터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인 이지영A는 무심한 남편 강호림과 어린 딸을 챙기며 고군분투했다. 이지영A는 7년을 기다린 가족 해외여행이 현지의 날씨 탓에 취소되는 억울한 상황을 겪은 것은 물론, 함께 사는 시어머니는 집에서의 구박도 모자라 이지영A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가 진상을 부리고 간섭하며 희생을 요구했다.

특히 남편 강호림은 어렵게 결심한 해외여행이 취소된 직후 속상해하는 아내를 두고 불륜 상대인 이지영B와 사랑을 속삭이는 뻔뻔한 역할로 등장했다.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드라마지만 그들의 불륜과 아내와 내연녀 사이를 오가는 강호림의 좌충우돌을 코믹함과 유쾌함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되려 분노를 유발했다.

본격 전개를 시작하기 위해 드라마가 선택한 극적인 설정들이 지루함과 답답함을 자아낸 상황이 된 것. 백작 캐릭터를 필두로 신선함을 강조했던 이번 드라마로써는 더욱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전무후무한 개성 강한 백작 캐릭터를 등장시켰지만 뻔한 캐릭터와 전개들로 그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현재 본격적인 딸 찾기 프로젝트가 예고된 상황. 드라마는 첫 회에서 보여준 답답한 전개를 이겨내고 시원함을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