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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 첫방] 불륜·신데렐라 식상해? 최민수가 하드캐리해

역시는 역시였다. 최민수의 하드캐리였다. 강예원, 신성록, 이소연이 이야기의 바탕을 깔아 놓으면 그 위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것은 최민수의 몫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중동의 석유 재벌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최민수 분)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백작은 딸을 찾는 과정에서 이지영A(강예원 분)와 이지영B(이소연 분)을 혼동했고, 이지영A의 남편이자 이지영B와 불륜 관계인 강호림(신성록 분)과 만나게 됐다.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죽어야 사는 남자’는 만수르와 같은 삶을 누리던 왕국의 백작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코믹 가족 휴먼 드라마. 최민수, 강예원, 신성록, 이소연의 출연과 한국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한국판 만수르’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백작은 중동의 보두안티아라는 나라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얼음을 조각하면서 “알프스에서 공수해온 빙하창고”라고 말하는가 하면, “왜 한국인이란 글 숨기고 사냐고? 나라가 뭐가 중요합니까. 헬조선 뭐가 좋다고”라고 일침 아닌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후 사막에서의 자동차 추격신이 펼쳐졌다. 다소 CG티가 나는 연출이었지만 자동차만은 그럴싸했다. 그가 쫓기는 이유는 공주와의 혼인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국왕은 “한 달 후에 공주와 결혼하라”고 명령했고, 백작은 딸이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국왕은 딸을 찾아오지 않으면 백작의 저택과 유전을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백작도 얼마 전까지 딸의 존재를 몰랐던 눈치였다. 그는 35년 만에 도착한 옛 정인의 편지에서 딸의 이야기를 들었다. 비서인 압둘라 무함마드 왈리왈라(조태관 분)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덕분에 한 달의 여유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백작의 친딸인 이지영A의 삶은 ‘고구마’였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한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였다. 시댁 눈치를 보느라 결혼 생활 7년 동안 여행 한 번 가본 적이 없었다. 겨우 잡은 휴가는 기상 상황으로 인해 비행기가 뜨지 못해 취소됐다.

강호림은 가족끼리 추억을 만들지 못해 속상해하는 이지영A에게 “콤플렉스다”라고 말했고, 이지영은 “콤플렉스가 아니라 상처”라고 말해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이지영A에게 이토록 무심한 강호림이지만 이지영B에게는 꽃다발을 선물하는 등 매우 다정했다. 현실은 실적하나 올리지 못하는 은행원이면서도 이지영B 앞에서는 능력 넘치는 사람인 듯 허세도 부렸다. 그러면서도 부적절한 관계가 들키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 온 백작은 국제정보교류원의 한소장(김병옥 분)을 찾아 딸의 정보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이지영B를 이지영A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백작은 이지영B의 세련된 스타일을 보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딸에게 아빠라는 사실을 밝히기 전에,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강호림을 먼저 찾아 “내가 당신 장인이다”라고 말했다.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작가로 성공하지 못해 눈칫밥을 먹는 이지영A도, 인생 한 방을 노리는 강호림도 백작의 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비록 이지영A가 아빠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그를 ‘제일 싫어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오해를 풀고 사랑으로 감싸 안으면 해결이 될 일. 다만 그러기 전에 백작이 자신의 딸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불륜 사위를 응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만 한다.

이 과정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어떻게 풀어 나가냐에 따라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가 달라질 것이다. 첫 방송부터 이지영A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은 만큼, 현재와는 180도 달라질 이지영A의 당당한 생활이 가장 강력한 ‘사이다’가 될 예정이다.

이지영A와 이지영B, 그 둘 사이를 오가는 남편의 관계는 여느 드라마 속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억척스러운 아내를 창피해하고 세련된 여자에게 끌리는 남편, 자신보다 멋있게 느껴지는 내연녀를 보고 주눅 드는 아내, 떳떳하지 못한 관계임에도 누구보다 당당해 보이는 내연녀까지. 며느리를 무시하고 홀대하는 시댁의 모습 또한 익숙하다.

다행히도 강예원, 신성록, 이소연의 차진 연기가 캐릭터의 개성을 살렸다. 강예원은 억척스러운 아줌마 그 자체였다. 신성록 또한 멀끔한 외모와 달리 허당미를 보여주며 웃음을 더했다. 이소연은 커리어우먼이었다. 강예원과 정확히 대비되는 겉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작품의 분위기를 만든 것은 단연 최민수의 연기였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아랍어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실제 백작과도 같은 포스를 내뿜었다. 국왕의 목숨을 구하고 백작이 된 만큼, 눈빛만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다른 배우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 뜻밖의 케미가 터져 나왔다.

백작은 극 중 이지영들과 아직 만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비서와 사위를 만날 때마다 넘치는 케미를 보여줘 극의 허전한 부분을 채웠다. 우선 왈리왈라 비서와는 한껏 굴린 한국어 발음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사위를 만날 때는 기꺼이 ‘신데렐라’ 속 왕자님이 됐다. 재벌 장인으로서 사위를 꼼짝도 못하게 휘두르는 모습이 기대됐다.

‘죽어야 사는 남자’가 여느 드라마와 다른 차별되는 앞서 말한 ‘한국판 만수르’ 설정 때문이다. 그저 그런 불륜 드라마 혹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민수의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첫 방송 분으로 따져본다면 합격점이다. 최민수는 지금껏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진지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코믹 연기 또한 잘한다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한편 ‘죽어야 사는 남자’는 매주 수, 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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