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다신 보지 말자" .. 치아 5개 부러뜨린 데이트 폭력
목격자 "여성이 살려달라 손 뻗어"
만취 상태로 트럭 몰고 현장 돌진도
작년에만 데이트 폭력 8367건
구조·상담은 112나 1366 전화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A씨(22)는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렸다. 지난 18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신당동 약수사거리 인근에서다. A씨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자 일주일 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 손모(22)씨는 폭행을 시작했다. 일종의 데이트 폭력이었다. 길가에 주차해 둔 트럭 뒤에서 2~3분 동안 구타가 이어졌다. 목격자 B씨는 “남자가 발로 입 부분을 찼고 그 충격으로 피가 일행 중 1명의 상의에 튀었다. 여성이 손을 뻗으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직후 손씨는 인근에 세워 둔 1t 트럭을 몰고 사건 현장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손씨가 트럭을 몰고 달아나자 시민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았다. 손씨가 트럭을 세워 두고 택시로 갈아타자 시민들은 택시를 뒤쫓았다. 결국 손씨는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일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연인이거나 연인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계속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 일어난 데이트 폭력은 2014년에 비해 1000건 이상 증가한 7692건이었다. 지난해에도 8367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일어난 데이트 폭력사건 중 살인이나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467건이다. 데이트 폭력을 막을 수단은 가정폭력에 비해 제한적이다. 가정폭력은 ‘가정폭력범죄특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긴급임시조치로 격리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은 이 같은 법이 따로 없어 살인·성폭행·상해 등 일반 형사사건으로 분류돼 처리된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데이트폭력처벌특례법’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됐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112 신고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를 신설해 가해자에게 서면경고장을 발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24시간 운영 중이다. 이 전화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으로 긴급한 구조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언제든 피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신고시스템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중처벌을 하거나 양형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특례법을 제정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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