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을 바라보는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들

2017. 7. 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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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2004년 출간한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을 통해 일본사회에 졸혼이라는 파격적인 ‘화두’를 던졌다. 그는 “서로에게만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립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졸혼의 가장 큰 장점은 인생 후반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틀에 박힌 결혼을 졸업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졸혼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가족관계, 생활패턴, 역할분담을 리셋해서 본연의 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다. 한 지붕 아래 살지 않고 떨어져 있음으로써 부부가 상대를 더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방식이다.①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밝혔듯 가족은 능동적으로 변화한다. 졸혼은 구조조정 등으로 짧아지는 은퇴 나이와 100세 수명 시대가 초래한 부부 생활의 한 형태다.② 이미 인생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신세대들 사이에 통용된 지는 벌써 오래 됐다.

요즘에는 기성세대들도 신세대의 결혼관을 따라 가는 듯하다. 50대 이후에 이혼이 급증하는 걸 보면 그렇다. 지난해 결혼 5년 미만인 신혼부부보다 20년 이상인 중년부부 이혼이 더 많았다. 평균적으로 신혼부부 세 쌍이 헤어질 때 중년부부는 네 쌍이 헤어졌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년층에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는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혼남녀의 혼인 이혼 인식’을 조사 연구한 보고서에서 전체 응답자의 46.9%는 10년 후 ‘사실혼(동거)’이 결혼을 제치고 보편적으로 성행할 것이라 예측했다. 기존 결혼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견해는 33.9%로 그 뒤였다. 이외에도 미래 혼인의 모습을 ‘계약 결혼’(9.1%), ‘졸혼(卒婚)’(8.1%), ‘이혼’(1.6%) 등으로 다양하게 꼽았다. 응답자의 39.2%는 ‘졸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③

우리 시대의 중년들은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것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면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여 살기보다는 이혼해서 자유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혼의 틀을 유지하는 경우라도 그 결합의 강도가 현저하게 느슨한 변종이 나타나고 있다. 졸혼(卒婚)이 그 대표적인 예다.④

① 졸혼에 대한 긍정적 반응

“당신과 함께인 것도 좋지 않고 당신이 없는 것도 좋지 않다” 헤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고 함께 살지만 정말은 따로따로라고 선언하며, 안녕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별거를 하고 그리고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몇 년 동안 이러한 움직임을 지켜본 친구들에게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연루되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것을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으로 여길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자율성과 의존, ‘밀접함과 거리감’ ‘융합과 저항’ 사이의 영원한 긴장으로 해석한다.⑤

졸혼은 혼인 관계를 지속하며 서로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있어 이혼의 성격과는 다르고 정기적인 만남이 있다는 점에서 별거와도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

가연이 부부의 날을 앞두고 '천만모여'회원 548명(남320 여228)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혼남녀의 57%가 이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⑥

그리고 미혼남녀가 미래 졸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은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57%)'가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 등이 꼽혔다.

가연 관계자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길어진 결혼생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어 하는 미혼남녀들의 의식이 반영된 설문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여성조선이 남성 응답자(61명, 31%) 포함 총 191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부부생활’에 대한 설문 조사중 ‘졸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59명(29%)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9%(75명).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57명으로 29%를 차지했다.

졸혼을 원하는 이유로는 “늦게나마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서(28명, 14%)”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배우자 혹은 가족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10%(21명)를 차지했다.⑦

#1.“졸혼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 현재를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 서울 은평구에 사는 결혼 10년차 박모(40)씨는 ‘졸혼 희망자’다. 초등학생, 유치원생 아들 둘을 키우는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그는 ‘10년쯤 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면 이 의무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꿈을 꾼다.

그는 “아이들도 손이 많이 가고 남편도 사회적으로 활동을 왕성하게 할 때라 나의 뒷바라지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할 수밖에 없어서 하지만 놓을 수 있는 그 순간이 온다면 남편을 설득해 졸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졸혼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 현재를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졸혼 하면 글도 더 쓰고 일도 하며 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다”고 했다. 그는 “주변 엄마들이 ‘애 스무살되면 이혼할 거다’ ‘애들 다 크면 나만의 뭔가를 하겠다’고 많이들 말 한다”며 “이들도 사실상 졸혼 희망자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은 했지만 결혼제도에서 여성으로서 답답함을 절실히 느끼는 우리 세대에선 졸혼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아예 결혼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결혼관계를 졸업시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⑧

사진-pixabay

#2.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요.” - 결혼 35년차인 주부 김정자(62·가명)씨는 올해 초 남편과 ‘졸혼’을 했다. 지난해 은퇴한 남편은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면서 사사건건 집안일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씨가 외출할 때마다 남편이 “내 밥은 차려놓고 나가냐”면서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줘야하는 ‘삼식이’까지 되자 지긋지긋했다. 김씨는 지난 1월 막내딸이 출가하자마자 남편에게 “이제부터 각자의 삶을 즐기자”며 졸혼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이혼하자는 말이냐”며 결사반대했던 남편도 오랜 대화와 고민 끝에 동의했다.

평소 귀농을 꿈꿨던 남편은 현재 고향에 내려가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서울에 머물면서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어회화와 꽃꽂이를 배우고 있다.

김씨는 “떨어져 있어도 남편과 수시로 연락하고 2주에 한번 씩은 자식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면서 “오히려 함께 살 때보다 싸우지도 않고 대화도 훨씬 많아졌다”며 현재 삶에 만족감을 표시했다.⑨

#3. 나 나름대로의 삶을 원한다. - 수원에 사는 결혼 27년 차 권모(50)씨 역시 졸혼에 긍정적이다. 그는 “너무 오래 함께 살아서 지긋지긋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권씨는 “남편 시중드는 것도 싫고 가족들 일일이 신경 쓰지 않으며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며 “남편이 싫다기보다는 함께 살며 밥 챙겨주고 뒤치다꺼리 해주는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나 나름대로의 삶을 원 한다”고 했다.

수원에서 살고 싶은 본인과 달리 남편이 은퇴 후 고향에 정착하고 싶어 한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는 “졸혼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남편과 사이가 틀어지게 될 가능성을 감안하고라도, 자녀들 결혼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졸혼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⑩

비즈레이디(BizLady, ビズレディ)가 기혼 남녀 500 명을 대상으로 "이혼이 아니라 졸혼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자녀들에게 영향(‘이혼’으로 인한)을 주지 않아도 된다’(16.8 %)와 이혼 후 재혼에 따른 ‘자녀의 성씨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10.6 %)와 같이 이혼에 따른 자녀들의 혼란을 방지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⑪

이혼을 선택 해버리면, 가족이나 친인척 등에게도 걱정을 끼치게 된다. 이혼의 위기라면 무리하게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사는 것보다 비록 비자발적 경우라 하더라도 ‘졸혼’을 선택, 가족이 각각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가족에게도 바람직하다. 물론 주위에서는 오해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상적인 부부 관계가 반드시 같은 지붕 아래에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⑫

졸혼은 이미 젊은 세대에 자리 잡힌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같은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른 사람과 부대끼는 생활을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가 가족과도 거리감을 둔 채 느슨한 유대관계를 추구하면서 '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졸혼이라는 단어가 없었을 뿐, 사실상 '졸혼 부부'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각방을 쓰면서 '쇼윈도 부부'로 살거나, 평소 따로 살다가 명절이나 집안 경조사 때만 만나는 경우 등이다.

이미 많은 장년·노년 부부들이 졸혼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귀농해 지방에서 생활하고 아내는 서울에서 지내는 경우, 자녀의 교육 때문에 해외에 처자식을 보내고 남편 홀로 지내는 '기러기 부부' 케이스 역시 넓은 의미의 졸혼이라 할 수 있다.⑬

SNS 에서는 “오랫동안 유지해온 의무감 섞인 결혼의 틀을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여태 모든 감정이 쌓여 있었으니 서로 편하게 따로 사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 된다” 등의 찬성 의견이 나타나기도 한다.⑭ 졸혼에 대한 긍정적 반응들을 살펴보자.⑮

>“난 졸혼 찬성한다. 안 맞는데 굳이 같이 살 필요 있나. 참고 사는 게 얼마나 지옥인데~(아이디 kyed**** ) ”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을 두고 뭐라 하지 말자. 누가 내 인생 관여하는 거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선택에 따른 행불행은 본인의 몫인듯.(아이디 nara**** ) ”

>“원래 떨어져봐야 상대방의 소중함을 아는 것! 잘 선택하신 듯(아이디 cand****) ”

>“솔직히 현대사회에서 결혼제도는 점점 없어질 거라고 본다.(아이디 kdy1**** ) ”

>“어휴 결혼하자마자 졸혼하고 싶다(아이디 saim****) ”

>“진심 부럽네요. 권위, 남의 시선 등등 때문에 억지부부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으시다는 것에. 부부 중 한사람만의 생각으론 절대 졸혼이 성립되지 않은데 두 분이 원만한 합의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에. 저도 60대의 결혼 40년차로서 감히 부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네요. 인생 후반전 타임아웃 가까운 우리에게 용기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행복 하세요~♡(아이디 rose****)”

졸혼 발상지인 일본 사람들의 ‘긍정적 반응’으로는 “나도 졸혼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부터 남편이 거부하지 않도록 남편과 함께 얘기하고 정년을 맞이하면 졸혼 하고 싶다!” “졸혼이라는 방법이 있다니 놀랍다. 실천하고 싶다.” “부인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졸혼찬성!” “실제 졸혼 했는데 내 생애 이렇게 즐거운 적은 없다. 강력추천 한다!” “사실 나이 들면 이혼도 귀찮아 진다.” “부부 사이가 나쁜 것이라면 그러한 선택도 괜찮다고 본다.”⑯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가정 내 이혼’이란 말로 주목받은 ‘쇼윈도우 부부’들. 말을 안 해 그렇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비단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도 쇼윈도 부부처럼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녀양육 문제나 경제적 이유, 체면 등 갖가지 이유로 한집에 살고 있을 뿐, 개인적인 대화나 부부관계는 물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은 사실상 부부가 별거 관계나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애정 없는 관계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부부들이 상담소를 찾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얘기 한다.

김 소장은 “상담소를 찾는 이들 대부분은 쇼윈도 부부로 산다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방식은 갈등을 회피하는 것일 뿐 전혀 해소해주지는 못 한다”며 “숨기기보다 갈등을 직시할 때 문제 해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⑰ 이런 부부의 경우 지금 막 개념이 태동하는 ‘졸혼’이라는 찬스를 한번 이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신을,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멀리 떼어 놓음으로써 쇄신에 필요한 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 문제로부터 떨어짐으로써 분석과 정리를 위한 시간을 얻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해 기울어지고 있는 사랑에서 잠시 떨어진다는 것은, 문제로부터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해결책을 향해 다가고 있는 것이다.⑱ 그리고 사랑은 서로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넓혀 나가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상대방 역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바람에서 시작된다.⑲

② 졸혼에 대한 부정적 반응

졸혼과 관련 SNS 에서는“이혼이 답인 것 같다. 불륜 대신 로맨스인가” “졸혼을 결심했다면 신중하게 이야기해서 이혼을 해야지 법적인 부부는 유지한다? 이것은 서로간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행동 같다.”⑳ 는 부정적 의견이 보인다.

우선 ‘졸혼’이라는 용어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근저에는 결혼을 위해(危害)하는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를 떠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처럼 ‘졸혼’이라는 용어 자체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결혼모습이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늘어나는 이혼을...특히 황혼이혼의 경우 ‘이혼 신드름’으로 나타나는 현상에서 이를 막거나 늦춤으로써 부부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재고하게 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면 ‘졸혼’이라는 용어 자체를 꼭 백안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근 ‘이혼 숙려제’가 이혼율을 낮춘다는 자료가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으로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을 때 박물학자와 철학자 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백조는 당연히 흰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검은 새들을 과연 백조라고 불러야 할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학자들은 결국 그것들을 ‘검은 백조’라고 부르기로 했지만, 하얗다는 특징의 백조다운 본질이나 개념은 없애야만 했다. 하얗다는 것은 더 이상 백조라는 본질의 일부가 될 수 없었다.㉑

이제 세상에 검은 백조가 존재하는 것처럼 ‘혼인’과 ‘이혼’사이 ‘졸혼’이 존재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졸혼은 어디까지나 혼인 관계를 해소하지 않고 각각의 새로운 길로 가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미 동거나 별거와 같은 유사한 결혼형태의 패턴은 있지만 서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걸어간다는 긍정적 인 태도로서 결혼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㉒

그런데 이런 졸혼 취지를 머릿속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 ‘새로운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자의 입장에서 복잡하게 나타나고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졸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자괴감 든다", "말이 졸혼이지 사실상 부부 관계가 끝난 것과 뭐가 다르냐" 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사진-pixabay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현재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졸혼을 선택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며 "가정의 불화를 졸혼으로 미화하면서 마치 쿨하다고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졸혼이 대두되는 현상에 대해 강 소장은 "가치관이 바뀌고, 100세 시대가 되면서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혼의 차선으로 졸혼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부부는 노년에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함께 살면서 얼마든지 서로 취미와 관심사를 존중해주는 등 충분히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㉓

또 다른 일각에서도 졸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싫어서 졸혼이라고 좋게 표현하는 게 아니냐”, “결혼해서 살면서도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도 “따로 살아도 잘 지내면 졸혼이고 사이가 안 좋으면 그냥 별거하는 것이냐”며 졸혼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허모(49)씨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내 남편이 졸혼 이야기를 꺼내면 굉장히 섭섭할 것 같다”고 말했다.㉔ 한 네티즌은 서류에 도장만 안 찍었지 이혼이나 마찬가지인데 신조어로 포장하면 쿨하냐고 반박했다.㉕

졸혼에 대한 일반 네티즌의 다양하게 표출되는 부정적 반응을 살펴보자.㉖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다른 이성 만나는 것도 허용되겠네? 그럴 거면 이혼하지 왜 졸혼을 함? 버리긴 아깝고 갖기는 싫은 뭐 그런 얍삽한 마인드인가? (아이디 yjs6****)”

>“이제 보니 언어의 마술사셨네. 그냥 별거라고 하면 되지 졸혼이라니.. 뭔 또 포장을 이리 고급지게 하시나… 요즘 졸업시즌이라… 아이디어 얻으셨남?(아이디 ces4**** )”

>“다들 졸혼하고 싶어도. 집 두 채 나눠 살기도 버거운 경제 상황 때문에 부대끼고 사는 사람 많음(아이디 tjal****) ”

>“그래도 돈이 있어 자식들한테도 떳떳하지... 돈 없는 별거는 독거노인이다 그냥(아이디 your****)”

>“명절 때는 두 집 각각 들러야하나?(아이디 deva****)”

>“TV에서 예능으로 보기에 상당히 불편한 내용인듯…. 아직까지의 우리 정서상 부부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을 그럴 수밖에 없는 일로 정당화 시켜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것이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도대체 이혼과 다른 개념이 무엇인지…. 부부가 맞지 않아 따로 독립해서 살거면 이혼이나 졸혼이 뭐가 다른 것인지…. 이혼이라는 법적인 제도가 있는데도 말이죠…. 괜한 신조어만 만들어 사람들에게 이상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네요(아이디 seon****)”

또 일전 방송된 EBS1의 졸혼을 주제로 한 이야기 '까칠남녀'에서 표출된 네티즌들의 반응은 "사실 일본에서 말하는 졸혼 자체도 뜬구름 같은 이야기(sing****)" "별거를 졸혼이라 바꿔 쓰면 좀 있어 보이나(miph****)" "문제 있는 부부들 이혼 안하고 별거 하는걸 포장 하는 것(oona****)" "별거가 자랑은 아니다(orio****)" "그게 이혼이지 무슨 졸혼?(angl****)" "서류에 도장만 안 찍었을 뿐이지 그냥 이혼이네(rezn****)"등의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㉗

졸혼에 대해 일본네티즌들의 반응도 비슷하게 나온다.㉘ “그런거 하려면 차라리 이혼해라.” “말장난 하는 것 같다.” “이런 얘기 듣다보니 결혼할 마음이 싹없어 진다.” “결국 이혼하면 어느 한쪽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를 면하기 위한 위장이혼 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률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졸혼중 만일 다른 이성과 사귄다면 불륜이 아닌가? ” “점점 더 변덕스러운 세상이 되어 간다.” “용어에 숨겨진 별거, 삶에 순수성이 없다.” “주위에서는 이혼이라고 인식할텐데.” “나이 들어서는 서로 지탱 하면 좋은데...” “결국 가정을 위해서 뼈 빠지게 일 할 필요가 있는가?”

졸혼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탤런트 백일섭씨의 ‘졸혼’과 같은 삶의 방식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고, 최근 종영된 ‘우리 갑순이’의 고두심과 장용의 관계가 조명되면서 부터이다.

고두심과 장용은 한 집안에 거주는 하지만 데면데면한 사이로 식사와 빨래 등을 스스로 책임진다. 노후에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사는 것보다는 다소 냉정하지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제시했다.㉙

사실, "졸혼"라는 말이 없어도 기존 부부관계 중에는 이미 졸혼형태의 삶을 사는 부부들도 많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졸혼담론이 새롭게 주목 받는다면 결혼이 본연의 자세에서 어떤 결혼관계는 그만큼 벗어나 있다는 것을 반영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의지로 실현 해가는 세상이다. 그것은 결혼관계에 있든 아니든 상관없는 매우 인간적인 일이다. 졸혼은 그런 측면에서 기존의 결혼관계를 이혼이나 별거하지 않고 재조정 해보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㉚

이제 한편 생각해보면 함께 살면서 서로의 생활에 깊숙이 개입하는 기존의 결혼에서 벗어나 자녀가 독립한 뒤 한 달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만나 안부를 묻는 '졸혼'은 가족이라는 관계망을 유지한 채 따로 각자의 삶을 향유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수원시에 사는 김민영(27) 씨는 졸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㉛ 그는 “부모님이 따로 산 지 꽤 됐다”며 “오히려 별거를 시작한 후 가끔 만나 외식할 때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부모님을 같이 만날 수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냥 두 분의 연애 때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부모님처럼 이혼을 하기에는 그간의 정이 무섭고, 자식들도 있고, 이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여전히 신경 쓰인다면 나는 '졸혼'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그렇게 떨어져 지내다가 서로 애틋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일전에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신구와 나문희의 삶이 '졸혼'의 한 방식이라고 본다면,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오랜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앞서 부부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12892;

레프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알려져, 이젠 ‘안나 카레리나 법칙’으로 통용되는 명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말은, 결혼이든 졸혼이든 이제 그것은, 옳고 그름 혹은 긍정적 부정적인 인식의 문제가 아닌 각각의 부부가 본인들의 형편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알리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하정은 기자, 졸혼, 따로 또 같이 살며 본래의 나 찾다, 불교신문, 2017.02.27

②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배국남의 직격탄] 졸혼, 문제 부부의 잘못된 문화인가, 이투데이, 2017-03-30

③ 박재현 기자, 미래에는 결혼보다 동거··· ‘졸혼’에도 긍정 평가, kyunghyang.com, 2017.01.25 [듀오와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공동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작성한 혼인 이혼 인식을 담은 ‘대한민국 2030 결혼 리서치’ 보고서는 전국의 25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남녀 1000명(남성 502명, 여성 498명)을 대상으로 2016년 11월 1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설문 조사를 진행해 작성됐다]

④ 염주영 칼럼, 졸혼(卒婚) 사회, 파이낸셜뉴스, 2016.12.19

⑤ 울리히 벡/ 엘리자베트 벡-게론샤임, 사랑은 지독한 혼란, 강수영외 옮김, 새물결(2002), p.131,133, 내용 참고정리

⑥ 조상윤 기자, 미혼남녀 57% 졸혼 문화에 "긍정적", 한라일보, 2016. 05.19.

⑦ 박지현 기자, 부부의 재구성 '2016 별부부전 2', woman.chosun.com, 2016-11-16

⑧ 노도현·김서영 기자, [70창간기획 라이프-졸혼]헤어질 필요 없어…‘각자의 인생’ 존중하며 살면 되니까, kyunghyang.com, 2016.10.05

⑨ 서울=뉴시스, 결혼과 이혼 사이 ‘졸혼 시대’…별거와 뭐가 다르길래, 2017-05-21

⑩ 노도현·김서영 기자, 위의 글

⑪ 執筆者: 高草木 陽光 , 熟年離婚を防止する「卒婚」とは?老後を楽しむ新しい夫婦のカタチ, latte/column( https://latte.la), 2017/04/24

⑫ 卒婚したい「熟年離婚の前に専門弁護士に法律上の問題を無料相談, 卒婚したい, jodila.com, 내용 참고정리

⑬ [뉴스핌=김범준 기자], [세번째 스물②] “쿨하게” 혼인과 이혼 사이 ‘卒婚’, 2017년02월05일

⑭ 조택영 기자, [대한민국 新결혼풍속도] ‘조혼’, ‘미혼’, ‘졸혼’ 무슨 일이?TV 프로그램, 소비 패턴이 낳은 새로운 결혼 문화, 일요서울, 2017.06.02

⑮ 최초희 기자,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메디칼투데이, 2017.03.05

⑯(数年前に話題になり再燃)卒婚で意見対立!,意見対立ですよ!, tairitu.hatenablog.com, 내용 참고정리

⑰ 이정애 기자 ‘쇼윈도 부부’ 집에선 각방 쓰고 밖에선 행복한 척, hani.co.kr, 2012.10.17

⑱ 레오F. 버스 카글리아, 생을 사랑하고 배우며, 한기찬 역, 우리시대사(1993), p.182

⑲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김진유 역, 서음출판사(1990)

⑳ 조택영 기자, 위의 글

㉑ 앨런프롬, 사랑 그리고 그 진실, 장말희 역, 지문사(1988), p.230

㉒ 卒婚の意味とは?仲いい両親が離婚!そんな時におすすめしたい理由8選ご紹介!, clover, 2017-03-14, 내용 참고정리

㉓ [뉴스핌=김범준 기자], 위의 글

㉔ 박영경 기자, 만년 부부들의 마지막 선택 '졸혼', 조용하게 빠르게 확산, 시빅뉴스, 2017.04.06

㉕ 디지털뉴스부, 졸혼, 뉴트렌드냐 신조어 포장이냐, 기호일보, 2017년 04월 12일

㉖ 최초희 기자, 위의 글

㉗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일본 신 풍속 '졸혼' 박미선 언급...네티즌들 "뜬구름 같은 이야기" 부터 "도장 안 찍은 이혼", 2017-04-12

㉘(数年前に話題になり再燃)卒婚で意見対立!,意見対立ですよ!, tairitu.hatenablog.com, 내용 참고정리

㉙ 디지털뉴스부, 졸혼, 뉴트렌드냐 신조어 포장이냐, 기호일보, 2017년 04월 12일

㉚ 新しいライフスタイル「卒婚」! おひとりさまの老後をエンジョイする方法い, えーる コンシェル, sumikaru.iyell.jp, 2017/04/27, 내용 참고정리

㉛ 박영경 기자, 만년 부부들의 마지막 선택 '졸혼', 조용하게 빠르게 확산, 시빅뉴스, 2017.04.06

㉜ 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원, [아침을 열며]이혼인 듯 이혼 아닌 '졸혼'을 권하다, 경남 도민일보, 2016년 07월 06일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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