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만5천명 美입양인 '자동시민권' 내던졌다

이경은 국제인권법 전문가 2017. 7. 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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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한국 해외입양 65년] 1. 추방 입양인 ③

[이경은 국제인권법 전문가]

 

<프레시안> 기획기사 '한국 해외입양 65년’에서 공동기획자 3명(이경은, 제인 정 트랜카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대표, 전홍기혜 기자)은 한국 출신 입양 아동이 왜 미국 시민권 취득에 있어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따져보았다.

이제까지 국내 언론에서는 미국으로 입양된 이들의 시민권 취득 문제가 미국에서 2000년 아동 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 CCA) 제정으로 1983년생 이상의 성인 입양인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보도됐다.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이 같이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 출신 입양 아동은 CCA에 따른 자동 시민권 취득이 2013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그 원인은 한국의 허술한 입양제도와 관련 법체계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만5000여 명의 아동을 미국으로 입양 보내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기획기사는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지적했고, 이 글에서는 우리가 처음으로 지적한 비자 종류와 시민권의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표. 연도별 한국 출신 입양 아동의 숫자와 그들이 받은 비자의 종류



(출처 : 미 국무부, 미 국무부의 연도별 비자 발급 통계에서 한국 통계를 찾아 집계했다.)


국제 기준으로 '입양'은 법적 절차…한국은 2013년 전까지 사법적 절차가 없었다

국제 기준으로 볼 때, '입양'이라는 절차는 부모 자식 관계를 만들어주는 엄중한 법적 절차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3년 전까지 입양은 민간 입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아동복지 서비스 중 하나였다.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아동의 입양은 세계 제2차대전 이전까지는 매우 생소하고 드믄 현상이었다. 따라서 당시 각국의 가족법제의 입양제도는 효력, 요건, 절차에 있어서 다양하고 격차도 컸다.

세계 제2차대전은 유럽 대륙을 전쟁터로 만들었고, 종전 이후 폐허가 된 땅에서 연합군으로 파병된 미군들은 전쟁고아들을 현지에서 입양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당시 미군에 의한 유럽의 전쟁고아 입양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아동은 부모가 다 사망한 명실상부한 고아여야 하고, 출신국도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전쟁 피해가 극심한 나라에 한정되고, 해당 국가 법원에서 입양부모가 주도적으로 입양절차를 마치고 나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절차를 따랐다.

이들 아동의 미국 입국을 위해 미국 난민법에는 '고아'라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져서, 미국 시민이 입양을 위해 미국으로 입국시킬 수 있는 이민비자 자격을 첨가했다. 한국전쟁 이후, 이 고아규정은 대폭 완화되어, 한쪽 부모가 아동의 입양을 동의한 경우, 기아로 발견된 경우 등의 아동을 포함할 수 있도록 1961년 미국 이민법이 개정되었다. 미국 가정의 아동입양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미국 내에서는 양부모가 선호하는 영유아기의 입양 아동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입양 목적의 '고아'의 자격으로 입국을 허가하는 비자가 IR-3와 IR-4 비자이다.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이 출신국에서 최소한의 법적 입양절차를 거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경우 IR-3 비자가 발급된다. 이 비자는 아동과 입양부모가 미국은 아니지만, 아동 출신국가 법원을 통해 입양절차를 완료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각 주법원의 판단에 따라 미국에서의 재입양 절차가 생략될 수도 있고, 간단한 확인만 거쳐서 아동이 앞으로 살아갈 나라에서 법적인 부모 자식 관계가 확립될 수 있다.

입양인 국적 취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0년 미국의 연방법으로 제정된 아동시민권법(CCA)에 따라 이 법이 발효된 2001년 3월 당시 만 18세 이하인 국제 입양인들은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 받았다. 이 법은 미국이 연방과 주의 관할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동의 입양재판과 시민권 신청이 별도로 이루어져야 해서 미국 국적인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다. 문제는 CCA를 통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아동은 IR-3 비자를 받고 입국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에서 소위 '고아'를 입양하기 위한 국제입양은 IR-3 비자 절차가 표준으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송출국에서 IR-3 비자를 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입양 보내는 아동의 최소한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한국 아동이 받은 IR-4 비자…"표준적 법적 절차도 제공 못하는 취약한 나라"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출신 입양인들은 IR-4 비자를 받았다. 이 비자는 아동의 출신국이 예외적으로 표준적인 법적 입양 절차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입양절차를 미국에 입국해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입양하려는 부모는 아이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도 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IR-4 비자 절차로 아동 입양이 가능한 국가는 따라서 표준적인 법적 절차를 제공해 줄 능력조차 없는 매우 취약한 나라들이다.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이 되기 전까지 한국도 이러한 나라였다.

한국이 IR-4 비자에 해당하는 국제입양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서 국제입양이 가장 쉽고 간소한 나라였다는 의미이다.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아동의 입양에 법원절차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한국 내에서는 입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이도 출국을 허가했다는 의미다. 아동의 생명, 안전, 양육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양부모의 의지에 달려있었다.

미국에서도 국제입양은 공적 사회복지 체계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양부모가 자신의 비용을 들여, 입양중개기관에 의뢰하여 입양아동을 구하고, 개별적으로 법원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동이 미국에 도착하여 양부모의 단순 변심으로 입양이 이뤄지지 않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공적기관에 알리지 않고 입양중개기관이 알아서 다른 가정으로 결연하는, 이른바 '리홈(rehome)'이 일어날 수도 있다.(이를 파양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입양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파양이 있을 수 없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입양제도에는 파양이 존재하지 않는다. 입양아동에 대한 학대가 있었다면 그건 부모를 처벌하고 친권을 박탈할 일이지, 입양관계를 해소하는 파양이라는 절차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필자 주) 필립 클레이, 아담 크랩서 등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된 대다수 추방 입양인들도 첫 번째 입양부모가 입양을 완료하지 않아 다른 가정으로 '리홈'된 경우다. 한국 출신처럼 IR-4 비자를 받고 비행기에 태워진 입양 아동의 생명, 안전, 발달은 순전히 아동의 '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R-3와 IR-4 비자의 차이는 단순히 비자 종류의 차이가 아니다. 출신국이 아동을 어떻게 취급하고, 이들을 어떻게 출국시켰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결과, IR-4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한 아동에게는 CCA에 의한 미국 시민권 자동 취득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출신국에서 입양절차를 마무리하지 않고 아동을 보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IR-4 비자를 받으면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없다. IR-4 비자를 받은 어린이는 미국 법정에서 입양될 때 시민권을 받는다"고 밝혔다.

한국은 해외입양 60년이 지난 2013년이 돼서야, IR-3 비자를 국제 입양되는 아이들 여권에 붙여줄 수 있었다. 입양특례법에 가정법원에 의한 입양허가가 도입되면서 부터이다. 미국의 양부모들이 한국으로 와서 한국법원에서 아동을 입양하고 미국으로 데리고 가는 절차가 비로소 한국 내에서 이루어지자,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으로부터의 입양 아동에게도 IR-3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한국, 헤이그국제아동협약도 가입 안 했다

아동의 국제입양을 위한 국제기준은 이미 1990년대부터 대폭 수정되고 있었고, 그 결과물이 1993년 성립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다. 현재 국제입양으로 아동을 보내거나 받는 대부분의 국가는 모두 이 협약에 가입해 있다. 이 협약의 목적은 국제입양으로 야기되는 아동의 매매와 밀매(trafficking)를 방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적 이익을 규제하여,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그동안의 국제입양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적 이익으로 인해 아동의 국제적 밀매(trafficking)를 발생시키는 인권유린을 유발해 왔다는 의미이다.

이 협약이 2008년 세계 최대 입양국인 미국에서 발효된 것은 전세계 국제입양에 있어 최대 사건이었다. 한국아동들은 IR-3 비자 자격을 2012년 이후에야 취득할 수 있었는데, 2008년부터부터 이미 미국에서는 IR-3 절차보다 훨씬 강화된 '헤이그 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다. 1993년 헤이그협약 성립 이후부터 25년 가까이 이 절차가 이행되면서,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헤이그 절차에 의하지 않은 입양은 아동 안전과 권리 보호에 있어서 위험한 절차라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다. 이 때문에 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 한국에 대해서 그 긴 기간 동안 이 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2016년 미국 국무부에서 발표한 국제입양 통계를 보면, 미국은 한해 동안 91개국에서 5372명의 아동을 입양했다.

91개국 중 100명 이상의 아동을 입양 보낸 국가는 12개국이다. 이중 헤이그협약 미가입국은 6개국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우간다,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 중 3번째로 많은 아동을 입양 보냈다. 콩고민주공화국 359명, 우크라이나 303명, 한국 260명, 우간다 187명, 에티오피아 183명, 나이지리아 121명 순이다.

한국의 무책임한 입양절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절차에 의해 입양되는 아동이다. 그 피해의 극명한 사례가 현재 불거지고 있는 입양인 추방이고,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경은 국제인권법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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