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이재용 편법 승계' 비판 차단..삼성, 그룹차원 댓글 대응도

입력 2017.07.19. 05:06 수정 2017.07.1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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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15일 삼성 상황은..
이재용, 두 공익재단 이사장 선임에
언론들 '경영권 승계 신호탄' 보도
경영능력 의문속 '꼼수 세습' 지적에
이건희 회장 와병중 승계작업도 부담

기사 배치 넘어 댓글 개입 의혹
'기사 모두 내려..포털에 부탁해뒀다'
'댓글 안정 대응' '내일 전원 다시 체크'
당시 미전실 장충기 사장에 보고 확인
보고 당사자는 "내 영역 아니다" 부인

[한겨레]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노릇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이른바 ‘기사협조’ 방식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력이 다시 한번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의혹 제기에만 그쳤던 포털의 기사 노출과 연관검색어 조작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특검 수사자료에 삼성의 포털사이트 ‘기사협조’가 등장하는 날인 2015년 5월15일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첫 지각변동이 있는 날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날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새 이사장으로 선임되자, 대다수 언론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때 공익재단을 활용했던 것과 비슷한 수순으로 본 것이다. 두 재단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삼성과 이 부회장으로선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그룹 승계작업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을 꺼렸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당시엔 이 부회장이 그룹 상장사의 등기이사직도 맡지 않으면서 공익재단 이사장이 되는 것과 관련해 ‘경영능력에 대한 시장과 주주들의 평가를 회피하면서 후계자 타이틀만 물려받으려는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도 받고 있었다. 삼성으로선 여론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던 셈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센터 연구위원은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법적인 3세 경영권 세습’이라는 비판이 퍼질 가능성이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조용히 넘기려고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재단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재단을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생각도, 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으나 불과 9개월 뒤인 이듬해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며 스스로 공언했던 내용을 뒤집기도 했다.

업계에선 삼성 임원들 사이에 오간 보고 내용 중 ‘(이 부회장과 관련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는 표현 등으로 미뤄볼 때, 보고자가 ‘거짓말’로 자신의 공치사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해당 사안은 그룹 오너와 관련된 중요 현안이자 그룹 미래전략실의 핵심 업무이기도 했다. 더구나 당시 삼성은 포털사이트의 기사 배치뿐 아니라 댓글에도 직접 개입해 대응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5월15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은 ‘조금 전까지 댓글 안정적으로 대응했다’, ‘내일 오전에 전원 다시 나와 체크하겠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다. 다음날인 5월16일에는 ‘네이버의 가장 많이 본 뉴스로 ‘이재용 체제 지난 10일부터 움직임 감지’라는 기사만 노출되고 있을 뿐, 2시간 동안 추가로 달린 댓글은 10여개로 거의 관심을 끌고 있지 않다’는 보고도 받았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어제 네이버, 다음 양쪽 포털 뉴스팀에 미리 협조를 요청해놔서인지 조간기사가 전혀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 붙는 확산은 전혀 없는 추세’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기업 홍보담당자들 사이에선 포털사이트에 이른바 ‘기사협조’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고, 어려운 작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포털사이트가 언론사의 개별 보도를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포털의 뉴스 배치에 간섭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홍보 임원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삼성의 광고집행 능력이나 사안의 예민함으로 보면 (미래전략실이) 시도를 했을 수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전 사장에게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 관련 보고를 한 당사자인 최아무개 전무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담당했던 것은 페이스북, 블로그 관련한 것이었다. 포털 관련 보고는 언론파트에서 담당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기사를 내려달라는) 그런 식의 부탁은 그쪽(포털사이트)에서 받지를 않으니까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