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우 대표 "과학을 알면, 세상이 신기하고 다양해집니다"

글·사진 이명희 기자 2017. 7. 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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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진행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가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사무실에서 과학의 대중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이 재밌는 것은 세상이 판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 하고 앉아있네> 진행자인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47)는 ‘과학계의 유재석’으로 불린다. 그가 매주 방송하는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질 과학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내 과학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인기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5월 방송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 회 청취자 20만∼30만명, 구독자 5만2000여명, 누적 다운로드 횟수 2500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정치·사회, 교육, 개그 등에 치중된 팟캐스트 시장에서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 난해한 기초과학 콘텐츠로는 이례적이다.

원 대표는 XTM의 <밝히는 과학자들>, YTN사이언스의 <괴짜 과학> 등 과학 토크쇼에도 출연하고 있다. 과학과 대중을 잇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원 대표를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 ‘과학과 사람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과학은 특별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과학 전문서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어떻게 보면 딱딱한 내용을 소재로 한 과학 팟캐스트나 방송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대중의 지적 욕구가 과학 분야로까지 넓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은 과학자들끼리만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과학과 대중이 분리돼 있는 것이 후진적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과학을 불편해해요. 중·고등학교에서 물리 수업을 받으면서 과학을 싫어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장래 희망란에 과학자를 적어봤잖아요. 별을 보거나 로봇 만드는 것을 꿈꿨던 어른들이 쉽게 풀어주는 과학 얘기를 들으면서 재밌어 하는 거죠.”

철학을 전공한 원 대표는 록뮤지션 출신이다. 한때는 ‘파토’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했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해 편집장도 했다. 과학 쪽에 발을 들이게 된 것도 딴지일보에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했던 글을 묶어 <태양계 연대기>라는 책을 내면서였다. 이 책은 과학계 베스트셀러가 됐다. 원 대표는 2013년 아예 ‘과학과 사람들’이란 회사를 차렸다. 그는 “팟캐스트는 돈이 안 드니 한 번 해보고 반응이 나쁘면 바로 접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원 대표는 “흔히 맥가이버식, ‘상어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얘기를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거꾸로 기초과학 얘기에 사람들이 더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기초과학은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과학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과학자들과 방송을 할 때 늘 당부하는 것이 지금 생각하는 눈높이, 거기서 두 칸 더 낮추라고 얘기한다”면서 “청중이 자신의 무지를 확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방송된 <과학하고 앉아있네> 중 세월호 참사 이후 내보낸 특별편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는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에피소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 고른 주제가 인간의 몸을 이루는 물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였어요. 생을 다한 물질은 소멸되지 않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 순환한다는 ‘물질 순환’ 이론 얘기였죠. 우리가 소멸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로부터 세월호 희생자들이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인사를 받았고, 특히 안산에 계신 분들이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원 대표는 과학이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로, 과학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고 과학계는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과학을 익히다 보면 실증적으로 생각을 하게 돼요. 예를 들어 ‘우울하다’ 하면 본능적으로 심리적인 원인을 찾지만, 사실은 위산 분비의 원인이 크거든요. 또한 사기를 당한다거나, 유사종교 등 우리의 욕망을 건드리는 비합리적인 것들을 상식에 바탕해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죠.”

원 대표는 “1998년 미국에서 <아마겟돈> 등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나사에서 소행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예산도 책정됐다”며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면 정부나 의회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은 과학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위정자가 있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줬다”며 “박 전 대통령의 ‘혼이 비정상’ 등의 발언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자체가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학을 알면 세상이 다 신기해집니다. 과학은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제대로 알게 해주고, 나아가 사회를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줘요. 굳이 단점이라면 음모론 등을 더 이상 탐닉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할까요(웃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원 대표의 꿈은 과학페스티벌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별자리 관측이나 과학을 테마로 한 퍼포먼스 등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학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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