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Report] 미국 유통업계 대격돌 | 아마존, 홀푸드마켓 인수해 910조원 식품시장 도전 월마트, 남성의류 쇼핑몰 사들여 온라인 유통 강화

배정원 기자 2017. 7.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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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최근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면서 신선 식품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 간 유통시장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킹콩(월마트)과 고질라(아마존)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무너뜨리는 아마존과 월마트의 대결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발단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식료품 업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137억달러(15조618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는 아마존 역대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로, 2014년 9억700만달러에 사들인 게임 회사 트위치 인터랙티브와 비교해 인수가가 15배 더 높다.

아마존은 10년 전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를 론칭했지만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사진 : 블룸버그>

오프라인 거점 마련한 아마존

아마존은 홀푸드마켓 인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빠르게 M&A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식품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홀푸드마켓은 40여 년 동안 최고의 유기농 신선식품으로 수백만 명의 소비자를 끌어왔다”며 “우리는 이 작업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1978년 미국 텍사스에서 설립된 홀푸드마켓은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수퍼마켓이다. 질 좋은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파는 전략으로 대도시 고소득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영국 등에서 총 460여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160억달러로 미국 내 30위권 유통 업체로 성장했지만,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4년 연속 매출이 하락세다.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는 오프라인 시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데이비드 벨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마케팅 담당 교수는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전통적인 유통 업계가 사라질 것이라는 대다수 전망과 다르게, 오프라인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다만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하는 옴니채널(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미국 식품유통 산업은 8000억달러(912조원) 규모의 시장이며, 월마트가 2000년대 초반부터 20% 넘는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바바라 칸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마케팅 담당 교수는 “아마존의 오프라인 식품 업계 진출로 월마트 등 미국의 전통적인 유통 업계 경쟁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홀푸드마켓이 합쳐지면 단숨에 미국 수퍼마켓 시장 5위권에 오르게 된다. 인수 발표 당일  아마존 주가는 2.4%, 홀푸드마켓은 29% 급등했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월마트는 4.6% 떨어졌고, 코스트코 7.2%, 타깃 5.1% 하락했다.

홀푸드마켓은 미국과 캐나다·영국 등에서 4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사진 : 블룸버그>

인터넷 쇼핑 늘어도 식품은 직접 보고 구입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이 전통 유통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투자한 대상이 식료품점이라는 건 인터넷을 통해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것이 어렵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판매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10년 전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를 시작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미국 내 식료품 매출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쇼핑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과일·채소·고기 같은 식료품은 소비자가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을 브랜드와 매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독립사업부로 지금과 동일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외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홀푸드마켓의 460개 매장이 온라인 쇼핑과 연계한 반품·픽업 장소로 쓰이거나,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앞서 선보인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와 계산대 없는 매장 ‘아마존 고’처럼 매장을 테스트베드(실험 무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의 폴 베스윅 컨설턴트는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운영하면서 식료품 소매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온·오프라인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리 윈드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마케팅 담당 교수는 “줄곧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해오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물건을 보고 살 수 있는 거점이 마련된 것이므로 아마존에 대한 충성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홀푸드마켓 인수를 발표한 지 5분 후, 월마트는 남성 의류 전문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보노보스(Bonobos)를 3억1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보노보스는 10년 전 뉴욕에서 설립된 이래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해온 의류 업체다.

노드스트롬 같은 백화점 매장에도 진출할 정도로 오프라인으로도 판매를 확장했다. 월마트로서는 투자자들에게 온라인 부문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지만, 월마트 투자액의 44배가 넘는 아마존의 기업 M&A 소식에 김이 새버렸다. 벨 교수는 “디지털 채널로 시작한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은 유통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지만,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전통적인 유통 업체의 온라인 특화 판매 기업 인수는 다소 흔한 트렌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면에서 보면 여전히 월마트가 아마존보다 월등하게 크다. 2015년 아마존 매출이 61조6200억달러인 반면 월마트는 353조1080억달러로 6배 가까이 차이 난다. 다만 최근 성장 속도는 다르다. 지난 10년간 몸집을 13배 불린 아마존과 다르게 월마트는 지난해 미국 내 154개, 해외 115개 등 총 269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직원 퇴근 배송 제도’ 도입한 월마트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마트는 온라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마트의 CEO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월마트는 앞으로 이커머스 영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월마트는 지난해 다수의 온라인 업체를 인수했는데, 그중 전자상거래 업체인 제트닷컴(Jet.com)과 함께 아마존 출신 마크 로어(Marc Lore)를 영입한 전략이 최근 호평받고 있다.

마크 로어 월마트 전자상거래 최고책임자의 지휘 아래 월마트는 지난달 ‘전 직원 퇴근 배송제’를 도입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퇴근하는 직원이 당일 오후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다. 월마트는 미 전역에 4만70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은 100만명이 넘는다. 미국 인구 중 90%가 월마트 매장에서 반경16㎞(10마일) 내에 거주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오전에 온라인으로 주문된 상품을 월마트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영역을 지속적으로 강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블룸버그>

월마트 강점 활용한 온라인 강화 전략

월마트는 아칸소주와 뉴저지주에 있는 매장 세 곳에서 시범 서비스한 뒤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로어 전 제트닷컴 CEO는 “퇴근 배송제는 월마트의 장점을 활용한 것”이라며 “이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어는 월마트 전자상거래 책임자 자리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온라인 사업부의 인력을 정리했다. 아마존을 어설프게 따라했던 연간 프리미엄 회원제는 즉시 폐지해버렸다. 그가 표방한 것은 월마트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온라인 마켓이 중요하지만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성장해 온 월마트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오프라인 인프라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온라인이 담당하는 연결 전략을 강화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는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온라인 무료배송 금액 상한선을 낮추는 등의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무작정 아마존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월마트만의 강점을 활용하는 온라인 강화 전략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윈드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에게 더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이 제공될 것으로 본다”며 “유통 강자 싸움의 최고 수혜자는 결국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아마존의 승부수 홀푸드마켓 ‘1달러 연봉’의 존 매키가 만든 ‘착한 기업’


존 매키 홀푸드마켓 CEO <사진 : 블룸버그>

존 매키 최고경영자(CEO)가 1978년 창업한 홀푸드마켓은 텍사스 주 오스틴이라는 중도시의 작은 가게가 시초였다. 1990년대부터는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등 전국의 유기농 식품 체인을 인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홀푸드마켓은 ‘착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존 매키의 선언적인 경영 철학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책 ‘돈 착하게 벌 수는 없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기업은 이익을 내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먹기 위해 살지 않는다. 기업도 이익을 내기 위해서만 존재해선 안 된다.” 고객 만족, 직원 행복, 지역사회와의 공생 없는 이익 추구만을 위한 기업 활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이 지역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연방정부에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제도 시행을 압박하고, 2018년까지 홀푸드마켓 자체적으로 GMO 표시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다른 유통 업체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행복감과 성취감에도 신경을 쏟는다. 스톡옵션의 93%를 직원 몫으로 돌리고, 팀 단위로 직원을 채용하고, 이민자나 소수민족의 채용 비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홀푸드마켓 직원은 9만 명에 달한다.

존 매키는 2007년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제 나는 충분히 부유해졌다”고 선언하며 매년 ‘1달러 연봉’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너스나 무상 주식 인센티브도 모두 포기했다. 2010년부터 2017년 1월까지는 “공정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라며 월터 롭을 영입해 ‘공동 CEO’ 제도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이처럼 행복한 직장인 홀푸드마켓에서 아마존과의 인수·합병으로 최근 구조조정설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자리 감소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존 매키는 인수가 발표되고 난 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비전을 밝혔다. 그는 “홀푸드는 아마존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면서 “회원 충성도 프로그램이나 비용 절감 노력 부분에서 아마존이 진행하고 있는 혁신에 도움을 받아 홀푸드도 진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plus point

월마트의 신병기 보노보스 1억달러 투자받은 美 온라인 쇼핑몰


앤디 던 보노보스 CEO <사진 : 보노보스>

월마트가 인수한 남성 의류 업체 보노보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남성의류를 판매하는 회사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옷을 7일 동안 입어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아마존의 ‘프라임 옷장’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월마트는 최근 온라인 의류 소매 업체들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보노보스가 월마트의 눈길을 끈 것은 O2O(online to offline) 전략 때문이다. 2007년 앤디 던(Andy Dunn)이 뉴욕에서 창업한 이 남성복 업체는 여러 종류의 바지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브랜드였다. 점차 캐주얼 셔츠, 정장까지 의상 종류를 늘렸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옷을 입어보고 온라인으로 더 싼 가격에 구매한다는 소비 패턴에서 착안한 이 매장은 ‘가이드숍(Guideshop)’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보노보스의 가이드숍은 미국에 28곳이 운영 중이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매장 직원이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고객의 이전 구매 물품, 선호도, 치수 등에 대한 정보를 참고해 추천해 주는 옷을 빠르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다.

창업자이자 현재 CEO인 앤디 던은 2000년 노스웨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온라인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옷을 판매하는 의류 업체 랜즈엔드(Land’s End)를 고객사로 맡으면서 온라인 의류 판매를 처음 접했다. 이후 2007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후 곧바로 보노보스를 창업해 현재 연간 1억~1억5000만달러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스타트업으로 키워냈다. 현재까지 벤처캐피털과 노드스트롬그룹 등으로부터 얻어낸 투자금이 1억2700만달러에 이른다.

인수 후 앤디 던이 월마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던이 월마트 전자상거래 패션 부문 기반을 다질 중책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월마트는 인수한 회사의 창업자 또는 CEO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해 중책을 맡겨 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월마트에 인수·합병된 제트닷컴의 창업자인 마크 로어는 현재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부문 CE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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