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은 다른가.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가는 곳마다 약방 감초처럼 언급되고 있는데 4차 산업과 혼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4차 산업시대, 4차 산업 관련주, 4차 산업 자동화공장 등 4차 산업혁명을 줄여 4차 산업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최근 한 지자체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4차 산업 육성팀이라는 전담팀을 만든다는 소식도 들린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대응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총괄 지원팀 이름이 4차 산업 육성팀이라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를 한번 보자.
"콤퓨터에 의해 출현한 제4차 산업인 지식산업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정보산업. 제1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동력혁명이 상품의 대량생산을 가져왔듯 이 콤퓨터가 일으키고 있는 제2차 산업혁명은 바로 정보의 대량생산을 수반한다."
어떤가. '콤퓨터'라는 표기에서부터 좀 오래 전 기사라는 느낌이 오겠지만 이 기사는 좀 오래 전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 기사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8년 전, 경향신문 1969년 3월 22일자다. 이 기사는 컴퓨터의 놀라운 능력을 이야기하면서 컴퓨터가 지식혁명을 이끄는 전위라고 설명한다. 60년대 말~70년대 초 무렵부터 정보, 지식 산업을 3차 산업과 구분해 4차 산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군의 사회과학자들은 3차 산업을 상업, 금융, 보험 등으로 제한하고 정보, 의료, 교육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은 4차 산업, 패션, 오락, 레저산업은 5차 산업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면 산업에 대한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요즘은 농촌의 6차 산업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1차 농림수산업, 2차 제조가공업, 3차 서비스업을 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 6차 산업이 된다는 것이다.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생산된 농산물로 가공품을 만들고 또한 농촌 체험프로그램 등 관광 서비스업과 연계하는 것이 6차 산업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의 4차는 4차 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설명에 의하면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증기기관 발명으로 인한 기계생산의 시작이고, 2차 산업혁명은 1870년 전기에너지에 의한 대량생산의 시작이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전자, IT에 의한 자동생산의 시작이고, 4차 산업혁명은 사이버-물리적 시스템 구축의 시작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정의와 본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낙관론자의 허구라며 4차 산업혁명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미항공우주국 항공부문 최고책임자인 신재원 박사는 얼마 전 방한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은 '특정기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첨단기술이 융합해 사회 각 분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융합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곧 21세기형 혁신이며 여기에서는 디지털 혁명, 기술 융합,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세기의 2차 산업혁명까지 주도적인 산업은 분명 2차 산업, 즉 제조업이었다. 인더스트리는 산업 또는 공업, 제조업을 뜻한다. 앞서 69년도 기사에서 언급된 지식산업은 세계경제포럼의 구분법과 대조해본다면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조응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시기가 지식산업, 지식기반사회, 지식정보사회 등의 용어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시기다. 정보화 혁명 시기에는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식산업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식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해석해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은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는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는 의미이지, 4차 산업이 주도하는 혁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에서의 주요 기술들은 지식산업이 아니다.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혼용하는 순간 4차 산업혁명의 정체는 더 모호해진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변화에 있어서는 개념 정립과 용어 사용이 더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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