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년간 277척.. 일본 앞바다로 쓸려온 '북한 백골船'

마이즈루(일본)/이동휘 특파원 입력 2017.07.18. 03:10 수정 2017.07.18. 11:00

"뒤집힌 전마선(傳馬船·목선) 안에는 7구의 시신이, 배 밖에는 튕겨나간 2구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모두 백골이 허옇게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舞鶴)시 오바세(小橋)항에서 최근 만난 시 관계자는 작년 11월 해안가 암석 틈에서 발견한 북한 소형 목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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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물고기 대풍' 지시에.. 北어민들 무리한 조업하다 조난]
北연안은 이미 물고기 씨 말라..
레이더도 없는 소형 목선 이끌고 수십km 출항했다 '죽음의 표류'
일본서 발견된 유해 대부분 비용 문제로 北 못 돌아가

"뒤집힌 전마선(傳馬船·목선) 안에는 7구의 시신이, 배 밖에는 튕겨나간 2구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모두 백골이 허옇게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舞鶴)시 오바세(小橋)항에서 최근 만난 시 관계자는 작년 11월 해안가 암석 틈에서 발견한 북한 소형 목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길이 12m, 폭 3.1m의 배 안팎에는 오래전에 부패한 시신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 '평양'이라고 적힌 옷가지와 북한 지폐를 보고 북한 목선임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서부 해안으로 북한 목선이 자주 표류해오기 때문에 첫눈에 북한 배라고 알아봤다"며 "일본에선 그런 낡고 조그만 목선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현지 경찰의 부검 결과 시신 9구는 3개월 전에 사망한 남성이었다.

작년 11월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舞鶴)시 오바세(小橋)항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목선의 모습이다. 길이 12m, 폭 3.1m 배 안팎에선 백골 상태 시신 9구가 발견됐다.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 어민들이 무리하게 고기잡이를 하다가 표류돼 일본 서부 해안으로 떠밀려 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즈루시

이처럼 백골 상태의 북한 주민을 태우고 일본에 닿은 목선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277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언론은 해상보안청 자료 등을 토대로 2013년부터 표류해온 북한 목선의 숫자를 보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시신으로 발견된 북한 주민의 숫자는 외교 문제 등을 감안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카이대 야마다 요시히코 교수는 "시베리아에서 일본 쪽으로 바람이 부는 겨울에 이런 배들이 (동해를 표류하다) 일본 해안에 닿는다"고 했다. 동해에 그냥 침몰하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북한 백골선'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서 일본에 도착하는 북한 어민은 거의 없다. 함흥·원산 등에서 출발했다면 최소 2개월 이상 1000㎞를 떠돌다가 일본에 닿기 때문이다. 현지 어민들은 이런 배를 '백골선' '유령선'이라고 부른다.

북한 백골선이 연간 60척씩 일본에 출몰하는 것은 김정은이 2014년 1월 '물고기 대풍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 데다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내다 팔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어민들의 경제적 압박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세이카쿠인대 미야모토 사토루 특임교수(북한 정치)는 작년 말 NHK방송에 "김정은의 '물고기 대풍' 지시 이후 어민들이 무리하게 바다로 나가고 있다"며 "레이더나 GPS(위성항법장치)도 없는 소형 목선이 망망대해에서 악천후를 만나면 결국 조류에 밀려 일본 앞바다로 흘러들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 동해 연안에는 과도한 어로 행위로 물고기가 많이 없다고 한다. 결국 먼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북한 어민들의 목선은 소형 모터만 달고 있다. 2~3일 분량의 물과 식량만 준비해 수십㎞ 이상 나갔다가 풍랑이나 강한 조류를 만나면 곧바로 죽음의 표류가 시작된다. 한 탈북자는 "한국 해경이나 어선에 발견되는 북한 어민은 천운을 타고난 것"이라며 "대부분은 물고기 밥이 되거나 백골로 일본에 도착한다"고 했다. 오바세항 인근에서 북한 목선을 목격한 한 일본 어민은 "이런 통나무 같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에 나선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부서져 고꾸라진 목선의 모습이 북한 미래처럼 보였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4월 "북한 목선의 소형 엔진이나 어구들은 일본에서 30년 전이나 쓰던 것들"이라고 했다.

백골로 일본에 도착한 북한 어민의 유해는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비용 등 문제로 북한 당국이 찾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유해는 화장돼 지역 사찰 등에 보관된다. 일부 유해만 조선(북한) 적십자사의 요청으로 북한으로 돌아간다. 일본은 유골을 반환할 때 선박 폐기와 화장 비용 등으로 200만~300만엔(약 2000만~3000만원)을 청구하지만 실제 돈을 받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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