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상류층은 '제재 무풍지대'.. 100달러 뭉칫돈 들고와 명품 쇼핑

입력 2017.07.18. 03:03 수정 2017.07.18. 09:09

북한 평양에서 근무한 한 서방 국가의 전직 외교관은 모란봉 구역에 있는 '북새상점'에 들어간 뒤 입을 다물지 못했다.

NK프로가 17일 폭로한 북한 명품 및 사치품 전문매장 풍경은 '여기가 평양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중 한 곳인 북새상점의 '고급 화장품'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매장에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 코너가 마련돼 있다.

상점 운영 방식이나 이윤 배분 등 해당 회사와 북한의 자세한 거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싱가포르→北 '금지 사치품 커넥션'.. 美 NK뉴스가 폭로한 평양매장 풍경

[동아일보]

북한 평양에서 근무한 한 서방 국가의 전직 외교관은 모란봉 구역에 있는 ‘북새상점’에 들어간 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고급 브랜드의 가방과 화장품, 주류 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평양 부유층 시민들이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를 들고 와 척척 꺼내 계산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다.

평양에 달러로 수입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또 있지만 이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가격이 다른 데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달러 위조지폐 감별에 유난히 신경 쓰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부인과 함께 쇼핑하러 갔다가 위조지폐가 자외선 감별기를 통과하지 못해 거부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봤다.

NK프로가 17일 폭로한 북한 명품 및 사치품 전문매장 풍경은 ‘여기가 평양이 맞나’ 싶을 정도다. 싱가포르 무역회사인 A사는 평양에서 금수품을 판매하는 두 개의 상점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중 한 곳인 북새상점의 ‘고급 화장품’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매장에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매장 곳곳에는 ‘사진 촬영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샤넬 구치 프라다 버버리 몽블랑 등 서방 브랜드와 소니 파나소닉 야마하 세이코 포카 등 일본 브랜드도 있었으며 외제 캔커피도 팔았다. 랑콤 로레알 비달사순 등의 화장품과 평면 TV, 노트북 컴퓨터, 보석류, 카메라 등의 전용 매장도 있었다.

북새상점에는 유럽산 및 일본산 최고급 주류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모두 금수품이다. 지난해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싱가포르에서 사용되는 ‘세 구멍 콘센트’도 있었다. 북새상점은 큰길에서 벗어난 눈에 덜 띄는 곳에 있다. 또 다른 명품 매장인 보통강 류경상점은 105층 류경호텔 부근에 있으며 평양 시민들에게는 ‘싱가포르 가게’로만 알려져 있다. 두 곳 모두 평양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이 다니는 동선에서는 빠져 있고 여행 가이드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당국이 상류의 핵심 ‘로열 계층’의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 이 같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두 상점 외에도 평양의 고려호텔과 양각도호텔의 상점과 바에도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상점 운영 방식이나 이윤 배분 등 해당 회사와 북한의 자세한 거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 활동했으며 2006년 북한 관영 매체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대표는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하기 6개월 전인 2006년 4월 김정일에게 최고의 찬사를 건네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온 물품은 평양 만경대 구역의 보관창고에 있다가 상점으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사진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이 창고는 2006년경 지어진 후 2009년 규모가 확대됐다.

A사 관련 의혹에 대해 싱가포르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CNN에 “우리는 유엔 결의에 따라 2010년 대북 금수 사치품 품목을 대폭 확대했으며 지금도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