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뽑는 자리 2000개 .. 전화 기다리는 캠프 공신들

허진.채윤경 2017. 7. 1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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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5년 만의 '큰 장'
대통령 "캠프 배제 안 돼" 지시설도
도로·조폐공사 2~3배수 검토 관측
대선 캠프 공식 참여 인물만 430명
'논공행상 인사' 전철 밟을지 관심

# 최근 여의도에선 마사회 회장에 김효석 전 의원, 도로공사 사장에는 강기정 전 의원, 농어촌공사 사장에는 최규성 전 의원이 가게 될 것이란 얘기가 소문으로 돌고 있다. 호남에서 3선을 지낸 이들은 19~20대 총선에서 낙천과 낙선을 겪으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떠나지 않고 지난 대선 때 물심양면으로 도운 공통점이 있다.

# 과학·정보통신 분야 공공기관의 1급 계약직 직원 A씨는 최근 상급기관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개 1년 정도는 계약 연장을 해주지만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A씨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다. 역시 박근혜 정부와 가까웠던 이 기관의 기관장은 이미 사퇴해 공석인 상태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비례의원 출신의 B가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장관과 차관, 외청장 등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인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권과 관가가 들썩이고 있다. 5년에 한 번씩 서는 ‘큰 장’이 열리는 까닭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지정 현황에 따르면 공기업(35개), 준정부기관(89개), 기타 공공기관(208개) 등 흔히 공공기관으로 통칭하는 기관의 수는 332개다. 당연히 기관장만 해도 332개 자리고, 여기에 감사와 임원까지 합하면 2000개가 넘는 자리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스스로 개국공신이라고 여기는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 고위 인사에게 전화가 오기를 기다릴 만한 때도 바로 지금이다.

청와대에서도 이런 흐름은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공공기관 인사에서 전문성을 감안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물을 중용해야 하지만 대선 캠프 인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 성향의 공공기관장부터 물갈이한다’는 소문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하면서도 “공석인 자리를 우선으로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인사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조현옥 인사수석이 간사를 맡는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도 조만간 가동될 예정이라고 한다. 도로공사, 조폐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이미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기관에 대해선 이미 2~3배수의 후보군이 청와대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심은 과연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전철을 또다시 밟느냐에 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자리는 논공행상의 대상이 됐고,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들어왔다가 정권이 바뀌면 나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진행자로부터 “모든 정권에서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항상 재연됐고 논란”이라는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인사 시스템에서 대통령조차도 관여하지 않았던 유일한 정부가 참여정부”라며 “역대 정부에서 가장 인사검증을 깐깐하게 했던 정부가 참여정부인데 그 민정수석이 바로 저”라며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당시 토론에서 경선 상대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매머드 조직은 나중에 다 어디 한 자리 달라고 한다. 현재 신세지면서 경선 운동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도운 캠프 공식 인사만 해도 430여 명에 달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처럼 그들 중 일부는 ‘코드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최고위직으로 낙점됐지만 다수가 공공기관 인사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치권에선 공공기관 논공행상이 정권 초반 수직적 당청관계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자리 선정하는 과정을 보면 지금까지는 청와대와 여당의 갑을관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허진·채윤경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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