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6개월 넘는 사회적 입원은 신 고려장"

신성식.정종훈.박정렬.백수진 입력 2017.07.18. 01:41 수정 2017.07.18. 09:30

굳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 진료만 받아도 되는데 요양병원에 6개월 이상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이 '신(新)고려장'이 되고 있다.

핵가족화·고령화 심화로 몸이 불편한 독거 노인은 늘어나고 자녀들의 부모 봉양의식은 약화되면서 부모·자식의 암묵적 합의 속에 노인 봉양을 사실상 요양병원이 대신하는 셈이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노인들, 대부분 자녀가 원해 입원
격리된 생활로 외로움에 시달려
"자녀가 근처 살며 자주 방문해야"
지난달 29일 한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간 병원에 머무르는 사회적 입원 환자들은 “병원이 집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못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굳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 진료만 받아도 되는데 요양병원에 6개월 이상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이 ‘신(新)고려장’이 되고 있다. 핵가족화·고령화 심화로 몸이 불편한 독거 노인은 늘어나고 자녀들의 부모 봉양의식은 약화되면서 부모·자식의 암묵적 합의 속에 노인 봉양을 사실상 요양병원이 대신하는 셈이다.

17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1만7000명 중 상당수가 60세 이상 고령자다. 이들은 병원에 적응해 “집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외로움과 고립감 속에 산다.

김정선 전남대 간호학과 교수가 전남 지역 요양병원 세 곳의 사회적 입원 노인 15명을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이런 현실이 나타났다. 노인들은 대부분 본인 뜻이 아니라 자녀가 원해서 입원했다. 노인들은 자녀 부담을 덜어 주려고 병원에 있지만 자녀의 방문이 점차 줄자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자녀들은 부모의 퇴원을 원하지 않는다. 자녀 입장에선 생업 때문에 일터에 나가야 해서 퇴원한 부모를 돌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2년 지난 88세 할머니는 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절대 (나를) 혼자 두면 안 되니까, 옆에 누가 꼭 있어야 한다고 하니까 아들이 나의 퇴원을 무서워해요. 꼭 여기(병원)에 있으라고 해.” 이 할 머니는 뇌졸중 후유증과 고혈압을 앓지만 병원에선 물리치료와 약물 처방 정도만 받으면 되는 상태다.

70세 할머니는 “내가 퇴원해 혼자 있으면 자식들이 ‘우리 어머니 어떻게 지낼까’ ‘밥은 먹었을까’ 걱정할 거다. 병원에 있으면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애들한테 부담이 덜하지”라고 말했다. 75세의 다른 할머니도 “퇴원하면 뭐합니까. 자식들 집에 못 갑니다. (나를) 돌봐 주기도 힘들고 식구도 많고…”라고 울먹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 교수는 “노인들이 가족·이웃과 격리된 채 외로움·두려움 속에서 살면서도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죽기를 희망한다. 사회적 입원은 ‘신(新)고려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입원 환자는 자녀의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퇴원 후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은 “병원비를 부담할 테니 부모가 집에 안 오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고 한다. 김 교수는 “환자의 병이 악화돼 적극적으로 치료하려 하면 자녀가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02년 70.7%에서 지난해 30.8%로 줄었다.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서적·경제적 이유로 점점 부모를 모시기 어려워진다. 사회적 입원을 하게 되면 다시 자녀들과 같이 살기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일자리·연금 등을 강화해 노인이 경제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도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9.1%만이 자녀와 같이 살기를 바란다. 2011년 27.6%에서 꽤 줄었다.

김근홍(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노년학회 회장은 “자식이 부모를 모신 요양병원 가까이에 살면서 자주 방문하고 음식이나 건강상태 등을 살피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박정렬·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