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도 씻어도 진흙밭.."살길 막막"
[경향신문] ㆍ물폭탄 휩쓸고 간 청주
전날 기록적인 폭우(290.2㎜)가 내린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2리 장사일 이장(75)은 17일 아수라장으로 변한 마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배수로가 모두 막혔고, 산사태로 떠내려온 흙탕물이 120가구 중 20가구를 덮쳤다”고 전했다.
마을은 온통 진흙밭이 됐고, 마을 입구 배수로 옆에는 산사태로 밀려온 크고 작은 돌이 큰 언덕을 만들었다. 물살을 견디지 못해 무너진 집과 담도 곳곳에서 보였다. 주민 송종희씨(73·여)의 집은 폐허가 됐다. 흙탕물이 사람 키 높이만큼 차올랐다가 빠지면서 안방은 진흙투성이가 됐고, 작은방은 벽이 무너져 밖이 훤히 보였다. 주방까지 물이 차면서 가전제품 등 집 안 모든 물건은 못쓰게 됐다. 송씨는 “주민들이 몸만 빠져나오는 바람에 음식물을 비롯해 생필품 등 구호물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제는 가스레인지와 라면을 구호물품으로 받아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고 털어놨다.
이 마을은 농작물 피해도 크다. 장 이장은 “가뭄 때 겨우 물을 끌어와 벼농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논에 물이 넘쳐 농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청주 도심 주민들은 대처가 미흡한 청주시에 불만을 토로했다. 하수도가 역류하는 등 침수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어서다. 흥덕구 모충동에서 중고가전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안모씨(45)는 “청주에 가장 많이 비가 왔다는 22년 전(293㎜)에도 끄떡없던 곳인데 하수도가 갑자기 역류하면서 매장에 사람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찼다”며 “가전제품이 모두 고장나는 피해를 입었는데 청주시에서는 피해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여름철 상습침수지역인 흥덕구 복대동 충북대학교 정문 앞 상인들도 불만이 가득했다. 시는 지난해 5월 상습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106억원의 예산을 들여 1만3000여㎥의 빗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우수저류시설을 충북대 정문 지하에 만들었다. 하지만 우수저류시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상인들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복대동 한 아파트 452가구 주민들은 전기와 물이 끊겨 이틀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하 2층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이곳에 있던 수전설비가 파손됐기 때문이다. 전기가 끊긴 탓에 아파트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모터가 작동을 멈춰 식수 공급도 중단된 상태다.
충북도는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청주시와 증평·진천·괴산군 등 충북 4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16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기습적인 폭우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 충북에서만 농경지 2989㏊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가축 4만2000마리가 폐사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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