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플러스] 국정원 임 과장 휴대전화 입수..문자 복원해보니

이호진 입력 2017. 7. 17. 21:14 수정 2017. 7. 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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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정원 마티즈 사건', 2년 전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으로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빨간 마티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임모 과장, 알고 보니,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된 이탈리아 스마트폰 감청 프로그램을 국내로 들여온 실무자였습니다.

자살 직후 임 과장에 대한 타살 의혹부터 국정원의 조직적 사건 은폐 의혹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임 과장은 자신의 유서에 해킹 대상과 관련한 일부 파일을 삭제한 사실을 밝히면서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이 사태를 일으킨 것 같다"고 남겼고, 국정원 역시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었습니다. 그 이후에 언론과 수사기관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섰지만 사건의 실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결국 이번 정권의 국정원 적폐 청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임 과장이 숨지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입수해서 이를 복원했습니다. 임 과장이 국정원 직원들과 주고받았던 수많은 문자와 통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찾았고, 기존에 발표된 내용과 다른 정황들도 포착됐습니다.

먼저 이호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국정원 임모 과장이 마티즈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2015년 7월 18일 오전입니다.

임 과장의 휴대전화에는 다급했던 구조 상황이 남아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관이 위치 확인에 이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만 아무 답도 없습니다.

차량에서 발견된 유서에서 임 과장은 일부 해킹 자료를 삭제한 사실과 함께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며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국정원이 구매 대행회사 나나테크를 통해 이탈리아 스마트폰 감청 프로그램을 몰래 들여온 사실이 알려지며,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문제가 처음 드러난 2015년 7월 6일 저녁, 임 과장 통화목록에 나나테크 허손구 이사가 등장합니다.

이후 임 과장은 국정원 동료 직원 이 모씨에게 "허 이사가 급하게 전화를 달라고 한다"며 "시스템을 오 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시스템 오'는 포맷이나 덮어쓰기 등으로 추정돼 또 다른 은폐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권석철/보안업체 큐브피아 대표 : 오프는 시스템을 끄는 것이고, 오버라이트는 겹쳐쓰기… 그것은 그들만의 은어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그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임 과장이 자의적으로 삭제를 했다는 국정원 주장과 달리 임 과장 혼자만의 판단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도 보입니다.

임 과장이 문제의 해킹 파일을 삭제한 시간은 숨지기 하루 전날인 17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입니다.

그런데 임 과장은 삭제 직전인 새벽 0시 7분에 국정원 직원 최 모 씨와 이 모 씨에게 잇따라 전화를 겁니다.

이 씨와는 21초간 통화도 했습니다.

통화목록에 등장한 두 국정원 직원은 그동안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서 등장하지 않은 인물로 JTBC 취재진에게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파일을 삭제한 17일 저녁에는 임 과장을 감사관실에서 찾는다는 문자와 함께 직원들의 전화가 잇따릅니다.

사실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했을 뿐 감찰은 없었다는 기존 국정원 해명과 다른 부분입니다.

특히 17일은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이 해킹 파일을 국회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날입니다.

이후 저녁 9시 37분엔 직속 상관인 기술개발처 김 모 처장이 "조금만 더 버티면 우리가 이깁니다"라고 문자를 보냅니다.

이에 임 과장은 다음날인 18일 새벽 1시 23분, "그리고"라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김 처장에게 보내려다 삭제하고 몇 시간 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 국정원 임과장 사망일 전후 휴대전화 문자 복원 내용 공개(클릭 https://goo.gl/XU7L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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