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檢, 日소설 '대망' 무단번역 출판사 기소..12년 논란 종지부(종합)

입력 2017.07.17. 20:22 수정 2017.07.17. 20:25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국내 번역본을 둘러싸고 12년간 이어진 논란에서 검찰이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고 번역판을 낸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발효에 따라 저작권법이 바뀌면서 1975년 출간된 기존 '대망'은 계속 판매해도 되지만, 새로운 번역이 추가된 개정판 출간은 불법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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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계약 '도쿠가와 이에야스'만 인정..고씨 "외래어 표기법 등 수정한 것 뿐"
[YSE24 웹사이트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국내 번역본을 둘러싸고 12년간 이어진 논란에서 검찰이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고 번역판을 낸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발효에 따라 저작권법이 바뀌면서 1975년 출간된 기존 '대망'은 계속 판매해도 되지만, 새로운 번역이 추가된 개정판 출간은 불법이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원저작권자 등의 허락 없이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번역물을 판매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출판사 동서문화동판㈜ 대표 고모(7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위법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회사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가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17년간에 걸쳐 집필해 '고단샤'를 통해 출판한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앞부분을 번역했다. 이후 1975년 4월부터 '전역판(全譯版) 대망(大望)' 1권을 판매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센고쿠 시대 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하소설로 일본의 몇몇 신문에 동시 연재돼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단행본 판매로 1억 부를 넘긴 일본 최대 베스트셀러로 통한다.

이 소설은 1996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에 따라 오랜 기간이 지나도 저작권을 소급해 보호해 주는 '회복저작물'이며, 번역본인 1975년 판 대망은 '2차적 저작물'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해 협약이 발효된 1987년 10월 1일 이후 발행된 외국인 저작물의 저작권을 보호했다.

그러나 1995년 1월 1일 TRIPS가 발효되면서 저작권법을 개정해 1987년 10월 1일 이전 공표된 외국인의 저작물 중 저작자가 1957년 이후 사망한 저작물은 소급해 보호받도록 했다. 그 대상이 회복저작물이다.

TRIPS 발효 이전에 외국저작물을 번역·각색·영화화한 2차적 저작물은 법 시행 후에도 계속 복제·배포·상영할 수 있다.

따라서 고씨는 1975년 판 대망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증감하지 않은 상태로만 발행할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선 솔출판사가 1999년 4월 고단샤와 정식 계약을 맺고 소설을 번역해 2000년 12월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펴냈다.

고씨는 1975년 판 대망이 출간된 지 오래돼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등이 바뀌자 옛 판본을 고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고씨는 원저작권자나 한국어판 발행권자인 솔출판사의 허락 없이 번역가에게 의뢰해 1975년 판 대망을 수정했고, 2005년 4월부터 무단 판매했다. 2005년 판 대망은 작년 3월에 2판 18쇄까지 발행됐다.

이에 솔출판사는 "동서문화사 측이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작년 6월께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2005년 판 대망은 1975년 판에서 단어 몇 개를 바꾼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번역을 추가한 것들이 발견돼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개정판 전권을 모두 번역·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1권만 감정해 기소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전쟁 후 어렵던 우리도 일본 국민처럼 이 책을 읽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번역 계획을 세워 야마오카 소하치 선생에게 직접 편지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고단샤를 통해 선생으로부터 "내가 쓴 소설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된다면 기쁨이 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했다.

또 고씨는 "선생 측에서 발행된 책에 대한 인세를 정식으로 청구하시면 드릴 수밖에 없으나 그런 요청이 전혀 없었고, 2005년 판 대망 또한 가로쓰기 조판과 외래어 표기법 등을 수정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