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민용 정책모기지, 억대 소득자에 2조 넘게 공급

류순열 입력 2017. 7. 17. 19:55 수정 2017. 7. 1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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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말고는 소득제한이 없었던 터에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이 가속화하자 고소득자들까지 낮은 금리 혜택을 보려고 정책모기지 신청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격대출도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민들을 위한 정책모기지가 어떠한 이유로든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게 과연 사회정의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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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시절 소득조건 없어 4000만원 이상 중간소득자에 대출총액의 58%가 돌아가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적격대출.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출시한 이른바 ‘정책모기지’다. 무주택 서민들의 집 장만을 돕기 위해 민간 금융권보다 싸게 공급하는 고정금리 대출상품이다. 취지대로라면 수혜자는 무주택 서민·중산층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 고소득자들의 정책모기지 활용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딤돌대출 말고는 소득제한이 없었던 터에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이 가속화하자 고소득자들까지 낮은 금리 혜택을 보려고 정책모기지 신청에 나선 것이다.

고소득자들의 정책모기지 신청은 정부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던 2015∼2016년 급증했다. 정부가 혈세를 담보로 고소득층의 내집마련 또는 주택투자를 도와준 꼴이다.

17일 주택금융공사가 집계한 2013∼2016년 공급 현황에 따르면 4년간 연소득 1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2조1595억원, 7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소득자에게는 5조825억원이 공급됐다. 같은 기간 공급된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총액 57조2439억원 중 13%가량(7조2420억원)이 연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서 소득구간은 가계 기준이 아니라 개인 기준이다. 가계 기준으로 하면 이들 수혜자의 소득은 더 많을 것이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가계 평균소득은 4883만원, 중간소득(소득 순위에서 정가운데)은 4000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연소득 4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자에게 공급된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은 32조9797억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싼 금리의 정책모기지 혜택이 중간 이상 소득자에게 더 많이 돌아간 것이다.


4년간 판매액이 74조2803억원에 달하는 적격대출 역시 고소득자가 상당한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대출상품은 소득별 대출 통계조차 없다.

적격대출 채권을 사들이는 주택금융공사나 대출해주는 은행이나 차주의 소득 통계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각 은행서 신청받아 심사하고 대출채권만 공사로 넘기기 때문에 통계는 각 은행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소득제한이 있는 정책모기지가 아니어서 따로 소득 통계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격대출은 국민의 내집마련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설계한 장기고정금리대출상품으로 시중은행이 판매한 뒤 바로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채권을 파는 구조다. 시중은행으로선 대출해주고 채권을 팔기만 하면 되는, 리스크가 전혀 없는 상품이다. 


정부도 뒤늦게 정책모기지 개편에 나서기는 했다. 고소득층과 투기적 목적의 정책모기지 수요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들어 보금자리론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으로 소득조건을 신설했다. 주택가격 상한 조건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적격대출은 그대로다. 소득제한은 여전히 없으며 주택가격도 9억원을 넘지 않으면 된다. 여전히 고소득자들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격대출도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민들을 위한 정책모기지가 어떠한 이유로든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게 과연 사회정의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적격대출도 소득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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