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십자 '쌍끌이 회담' 제안..'통미봉남' 北 응할까

김영환 입력 2017. 7. 17. 1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군사 회담 제의..'운전석' 앉은 文대통령 첫 제안
'통미봉남'으로 韓 배제 노력해온 北, 협상 테이블 나올까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에서 직원들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과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을 17일 공식적으로 제의하면서 북한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간 ‘통미봉남’ 기조를 통해 우리 정부를 제치고 미국과의 통상 외교를 지향해오던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文대통령,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우리 정부 주도적 역할

우리 정부가 이날 북한에 직접 적십자회담과 군사회담 개최를 동시에 제의한 것은 문 대통령이 순방 외교 성과의 후속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풀어낼 주도권을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 받았다. 미국과의 직접적 협상을 원하는 북한에 대화 테이블 주체를 우리 정부로 못박은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방미 일정의 마지막에 참석한 동포간담회에서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도권은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회담에서도 확고히 하고자 했던 바다.

독일로 자리를 옮겨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도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대선 전 일각에서 제기했던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다.

더욱이 이번 제안은 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올바른 여건”과 무관하게 제시됐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핵 미사일의 동결이 대화를 위한 전제임을 말해왔다. 북한이 거듭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우리 측의 일정 부분 양해가 있었던 셈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올바른 여건이 조성되면’이라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도발에 관련된 기본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면서 “그런 여건은 충족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제안은 초기적 단계의 남북관계의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 정착을 위한 조치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北, 南 회담 제의에 응할까

주사위가 북한으로 넘어간 만큼 앞으로 북한의 대응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 15일 노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장문의 논평을 통해 조목조목 의견을 전달했다. 절제된 반응 속에서도 대화 여지를 드러낸 반응이라는 평가다.

특히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의사를 타진했던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참여와 이산가족 회담과는 다르게 군사회담의 경우 체제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운 카드로 여겨진다. 군사회담에서는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 금지를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전단 살포 등의 문제도 일정 부분 협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놓고 남북한의 인식이 전혀 판이한 만큼 이와 관련된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 의지에 대해 “이미 때는 늦었다”며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십분 활용할 방침을 보이고 있다.

조명균 장관은 “상당히 오랜 기간 남북 간 대화나 접촉이 없었다. 만약에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새 정부 들어 첫 남북대화가 되는 만큼 상호관심사들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는 측면으로 이해해달라”며 “(북한이 호응하지 않더라도)일희일비 하지 않고 끈기 있게 제안이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