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 후폭풍] ① 임금 오르면 "나랏돈 더달라" 불보듯..정부 발목잡을 나쁜 선례로

서민준 기자 입력 2017.07.17. 17:59 수정 2017.07.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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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재정 지원 4대 문제점>
② 수조원 혈세 투입하는데 사회적 동의 안받아
③ 정부, 임금 개입으로 자영업 시장 왜곡 우려
④ 제도 개선은 뒷짐..기업 부담만 갈수록 가중
[서울경제]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라는 사상 최대 인상률과 함께 7,530원으로 결정되자 시장에서는 “소상공인·영세업체 다 죽는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4년간 인상률(7.4%)을 넘는 인건비 증가분은 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려 재정 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상 처음 있는 파격적인 지원책”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해외 선진국에서도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을 때 세액 공제 등 세제 지원을 한 사례는 있어도 인건비를 직접 지원한 예는 찾을 수 없다. 당 관계자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상 처음’이라는 말을 썼지만 전문가들은 인건비 지원 결정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재정을 통한 최저임금 인건비 지원의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매년 수조원 ‘세금 먹는 하마’ 불 보듯=최저임금 직접 보전 대책이 가장 비판받는 부분은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고 이에 따라 매년 수조원의 혈세를 퍼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일단 내년에 지원하고 이후에는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못지않은 인상률이 예고된 오는 2019년, 2020년에는 인건비 지원을 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0년 이후에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지더라도 지원을 받던 업체가 ‘지원금을 끊으면 폐업하니 계속 지원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결국 국민 혈세가 계속 새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지원이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는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최저임금이 많이 오를 때라든지 예기치 못한 사태로 시장 임금이 폭등할 때 등에도 이번 지원 사례를 거론하며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적으로 최저임금 등 임금을 직접 지원하려는 시도가 왜 없었겠느냐”면서 “이런 부작용을 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조원 혈세 드는데 사회적 동의도 안 받아=최저임금 인건비 지원 대책은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나랏돈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다 막판에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지원 사업을 사회적 협의도 없이 결정했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제도 도입과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비슷한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쳤거나 거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저임금 지원 수혜를 입는 근로자 상당수는 빈곤층 가구도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가운데 소득 하위 20% 가구에 속하는 비율은 31.3%에 그쳤다. 대신 소득 상위 40% 가구에 속하는 비율은 24.0%나 됐다. ‘중산층 이상 가구에 수조원의 재정이 지원되는 게 맞느냐’는 토론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사회적 협의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토론 역시 벌어질 기회가 없었다.

임금 개입으로 자영업 시장 왜곡 우려=최저임금 인건비 지원 대상은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지난해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자영업자 수는 568만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2%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여기에 40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 대출은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런 점 때문에 자영업 시장의 질적 구조조정을 중요 과제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지원책으로 어려운 자영업자를 정부가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되면 한계업체들의 자연스런 퇴출과 구조조정은 더 요원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부의 임금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같은 맥락에서 최저임금 지원책은 ‘최소한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도 개선 없어 기업 고통 완화는 미흡=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률은 차치하더라도 제도 자체가 후진적이어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 범위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이 최저임금을 지키는지 판단할 때 ‘기본급’만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 근로자에게 한 달 기본급 120만원, 상여금·수당 등 100만원을 지급하는 기업의 경우 기본급만 따지면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쳐 법 위반으로 몰리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폭에는 끊임없이 관여한 정부가 정작 제도 개선에는 ‘최저임금위원회 소관’이라며 뒷짐을 졌다. 인건비 지원이라는 ‘당근’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기업 부담 완화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