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해직언론인 최승호·이상호는 왜 영화감독을 택했나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입력 2017.07.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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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병행하고 있는 언론인 최승호(왼쪽) PD와 이상호 기자(사진=최 PD·이 기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공교롭게도 다음달 언론인 최승호 PD와 이상호 기자가 각기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다음달 17일 개봉하는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공범자들'과 다음달 30일 첫선을 보이는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김광석'이 그 면면이다.

MBC 해직언론인 출신 최 PD와 이 기자는 왜 영화감독의 길을 택해야만 했을까. 두 사람은 17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영방송을 위시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환경에서 영화라는 매체를 '제2의 언론'으로 접근한 측면이 강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최승호 PD "엉망 된 공영방송 고발 다큐, 어느 TV서 방영하겠나"

영화 '공범자들' 스틸컷(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고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자백'(2016)에 이은, 최승호 PD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은 지난 10년간 엉망이 된 공영방송에 관한 강한 비판을 담았다.

최승호 PD는 "지난 토요일(15일) '공범자들'의 첫 상영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있었다. 이날 정지영 조직위원장께서 오셔서 '언론 상황이 이렇게 최승호 PD와 이상호 기자라는 두 영화감독을 만들었다'고 하시더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상호 기자나 저나 밖으로 나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일반 영화감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 경우 그렇게 '자백'과 '공범자들'을 만들었다."

최 PD는 "그러한('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목적을 위한 매체라면 사실 텔레비전이 조금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공영방송 환경에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엉망이 된 공영방송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텔레비전 어느 곳에서 방영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영화 매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화 매체는 또다른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실 한국의 굉장히 독특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언론이 발전해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저널리즘 성격이 강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관객들이 그것을 보러 극장에 가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일단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작품들이 우선될 테니 말이다. 아직 한국은 (언론 환경이) 제대로 다져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제3, 제4의 작품을 만들 구상이 있나'라는 물음에 최 PD는 "제가 영화 일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점을 절감한다"며 답변을 이어갔다.

"언젠가는 다시 만들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우선은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다. 그 뒤에,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다음 영화를 만드는 일은)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웃음) 현재 제가 영화를 만드는 최우선 이유는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라는 맥락 안에서 너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상호 기자 "이명박근혜 정권서 손발 묶인 언론…영화가 대안으로"

영화 '김광석' 스틸컷(사진=BM컬쳐스 제공)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다룬 '다이빙벨'(2015)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이상호 기자는, 가수 김광석의 삶과 죽음, 음악에 얽힌 진실을 파고든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으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만난다.

이 기자는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언론의 손과 발이 묶였기 때문에 대안으로서 선택한 것이 영화였다"고 운을 뗐다.

"최승호 PD나 저나 각자 뉴스타파, 고발뉴스에서 제한적이지만 나름대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 '언론이라는 창구가 있는데 왜 영화를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답변이 필요할 것 같다. 영화가 지닌 별도의 장점이 있더라. 매일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지만, 뉴스라는 것은 휘발성이 대단히 강해서 금새 잊히는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이에 반해 영화는, 물론 제작기간 등 품이 많이 들어가지만, 지속적이고 완결성을 지닌 어젠다를 긴 수명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특히 그는 "예술로서 영화 매체는 관객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부분이 있더라"며 "이론적으로 (곁가지를) 차갑게 쳐내는 훈련을 받아 온 기자 입장에서, 영화로 관객들과 정서적 공감을 키우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언론인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제 두 번째 영화 '김광석'은 이러한 예술로서 영화에 다가가려 한 측면이 강하다. '다이빙벨'을 만들면서 아쉬웠던 점이, 짧은 제작기간과 세월호 참사라는 사건의 특수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연출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래서 이번 '김광석'은 가수 김광석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다룬 작품이면서도, 부족하나마 우리나라 최고 가수인 그의 음악으로 정서적 공감대를 끌어올리려 애썼다."

이 기자는 끝으로 "저의 세 번째 영화 '대통령의 7시간'은 편집을 모두 마친 상태다. '김광석'으로 관객들과 만난 뒤 올가을쯤 ('대통령의 7시간'을) 개봉하는 것이 목표"라며 "영화 매체의 맛을 알아가는 입장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영화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