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만원 드릴테니 강연 좀 해주세요"..작가 재능기부 내세워 '열정페이' 논란

구자윤 입력 2017.07.17. 16:34

최근 작가 A씨는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 번은 축제기간에 강연을 와달라면서 막걸리 같은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술을 전혀 먹지 않아 전혀 끌리지 않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A씨만 강연료와 관련해 불쾌한 일을 겪은 것은 아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최근 작가 A씨는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방의 한 단체에서 지방에 직접 와 강연을 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였다. 강연료는 2시간에 2만원이라고 했다. A씨는 무명작가가 아니라 공공기관과 협업을 할 정도로 문학계에서 인지도 있는 인물이다.

A씨가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하자 단체 관계자는 “법정 최저시급보다 높게 책정했다” “젊은 사람이 돈 얘기부터 하는 것 안 좋아보인다”며 다짜고짜 화를 냈다. 40대인 A씨는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어 당황했지만 지방을 왔다갔다 하는 차비만 10만원은 들 것 같아 강연을 거절했다.

■ "현장서 강연료 깎아달라고.. "
이 같은 경험은 A씨에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A씨는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 번은 축제기간에 강연을 와달라면서 막걸리 같은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술을 전혀 먹지 않아 전혀 끌리지 않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작 강연을 가면 현장에서 강연료를 깎아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강연료 얼마를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강연료를 깎아달라고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A씨만 강연료와 관련해 불쾌한 일을 겪은 것은 아니다. 출판, 문학업계에서 강연료로 열정페이 또는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게 김하늘 작가의 전언이다.

김 작가는 “학습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초청하면 친분을 쌓을 겸 강의료 없이 갈 때도 있지만 학교, 또는 공공기관에서 '책정된 강사료가 적다'며 교통비도 안 되는 비용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며 “강연도 웬만큼 명성 있는 사람을 초청하는건데 재능기부를 강요할 때가 많고 다른 작가들에게 좋지 않은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런 제안은 대부분 거절한다”고 설명했다.

■문학인 평균 年수입 214만원.."강연도 노동 일환"
문화체육관광부 2015 예술인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문학인들이 2015년 한해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개인당 평균 수입은 214만원에 불과하다. 예술활동에 따른 수입이 아예 없다고 답변한 작가도 절반에 가까운 49.2%에 달했다.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예술만으로 먹고 살기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인 셈이다.

한국문인협회 관계자는 “책이 예전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출판시장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작가들의 저작권료 수입이 예전 같지 않고 오히려 특강 1, 2회 나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적어도 교통비나 식대 등을 추가해 합리적인 강연료가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웹툰 ‘송곳’에 나오는 구고신 노동상담소장의 실제 모델인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강연도 노동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 교수는 “한 때 취지가 좋은 행사에는 무료로 강연을 하곤 했었는데 그게 중요 수입원인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급적 사양한다”며 “실제 재능기부를 앞세워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종의 열정페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주최 측에서 금액을 떠나 강연을 하면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데 이것이 관행화되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사람들은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