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차별 넘자’…무지개로 빛난 퀴어 축제

이유진·배동미·유수빈 기자

서울광장 5만명 운집…인권위·종교단체·정당 첫 참여

시민들 응원 속에 퍼레이드 …일부 동성애 반대 집회도

주말인 15일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들고 있는 부채와 우산 등의 무지개색은 성소수자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주말인 15일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들고 있는 부채와 우산 등의 무지개색은 성소수자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2000년 시작된 퀴어문화축제가 지난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18회 행사에는 국가기관, 정당, 종교단체들이 처음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인권위는 서울광장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바라는 점을 적어달라고 했다. 게시판에는 ‘퀴어도 사람이다’ ‘너무 늦게 왔지만 그래도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메모들이 붙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차별을 시정하는 기관으로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최근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등 왜곡·편향된 정보에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불교단체와 정당도 처음으로 참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온갖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는 사회를 극복하자”며 “군형법 개정과 동성혼 합법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불교계 성소수자 모임인 ‘불반’(불교이반모임)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참가했다.

성소수자 부모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참가자들을 위로하며 안아주는 ‘프리허그’ 행사를 했다. 이들은 ‘아들아 엄마는 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혐오를 멈춰요 차별은 나빠요’ ‘우리는 성소수자인 자녀들을 사랑하며 사랑은 평등이기에 차별하지 않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선보였다.

서울광장 행사장에 마련된 101개 부스에는 미국·영국·호주 등 13개국 대사관,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연대를 보내는 홍보물을 전시했다. 오후에는 비가 그치면서 서울 도심을 행진하는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혐오를 넘어 연대로’ ‘사랑이 이긴다’ 등이 적힌 손팻말과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었다. 행렬은 시민들의 응원 속에 을지로와 종로, 한국은행 앞을 거쳐 광장으로 돌아왔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축제에 약 5만명(경찰 추산 9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집회도 곳곳에서 열렸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퀴어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성소수자전도교회연합, 건전신앙수호연대 등도 각각 청계광장과 동화면세점 앞에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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