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충돌..공포의 실체는 쓰나미 아닌 열·폭풍
화성~목성 사이 1만6천개 추적
무작위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
대기권 진입 충격이 재앙 근원
바다 떨어지면 되레 피해 적어
우주선 돌진시켜 방향 바꿀까
나사, 2024년 첫번째 시험 시도
[한겨레]
“지구에 접근하고 있는 100~250m 크기의 소행성이 발견됐습니다. 2027년 7월21일, 지구 충돌 확률이 1%가량 됩니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자칫 큰 재앙을 일으킬 판이다. 소행성 궤도를 계산해보니 베이징, 서울, 도쿄로 이어지는 경로를 지날 것으로 파악됐으며, 도쿄 부근에 떨어질 게 점점 분명해졌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다행히 가상 상황이었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국제항공우주학회(IAA) 주최로 연 ‘행성 방위 학술회의’(PDC)에서 소행성 충돌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연구자들이 참여한 닷새간의 모의훈련이었다. 갖가지 논란 끝에 핵무기를 실은 우주선을 보내기로 했고, 마침내 2024년 2월28일 소행성 궤도 변경에 성공했다는 선언이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천문연구원의 조중현 책임연구원(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천문학뿐 아니라 물리학, 핵공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 그리고 위험 소통과 관리를 어떻게 할지를 다루는 인문사회, 경제 분야 전문가들까지 참여해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모의시험 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지난 6월30일은 유엔 총회가 지난해 공식 지정하고서 맞이한 첫번째 ‘소행성의 날’이었다. 최근 소행성 위험에 관한 새로운 시뮬레이션 결과와 소행성 대상 우주시험 계획이 발표되면서 소행성 위협과 대응 연구가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20미터 크기 소행성도 엄청난 충격
소행성 충돌 재난은 2013년 2월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대략 20m 크기 소행성이 떨어져 주민 150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사건 이후에 새삼 관심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소행성 충돌이 끼치는 재난 양상과 규모를 예측하려는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많은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 연구에선 소행성 충돌이 지구에 끼치는 재난이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소행성이 대기권에 진입하거나 공중폭발 할 때 일어나는 폭풍이나 충격파(압력파), 열복사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연구진이 과학저널 <지구물리학 연구 레터스>에 낸 논문을 보면, 소행성 충돌 재난은 소행성의 질량, 속도, 입사각도,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갖가지 상황을 고려해 크고 작은 소행성들이 지구에 무작위로 충돌하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해보니 폭풍과 열복사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다.
다행히 지표의 70%가 바다라서 지구 천체로 볼 때 인명피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선 소행성이 육지 연안 바다에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바다 충돌로 인한 피해는 흔히 우려하는 것처럼 크지 않았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도 소행성의 바다 충돌 여파는 크지만 대양에 떨어진다면 큰 재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미국지구물리학연맹(AGU) 학술대회에서 소행성이 바다에 떨어질 때 그 여파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예컨대 250m 크기 소행성이 바다에 떨어진다면 수십억 톤의 물보라가 대류권 너머 성층권까지 치솟아 온실가스 같은 기후 영향을 끼치겠지만 연근해가 아니라면 쓰나미 피해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행성이 연안 바다에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됐다.(동영상 http://bit.ly/2kntl6h)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 나사)이 공개한 20m 크기 소행성 시뮬레이션에서도 대기권 진입 때에 엄청난 열복사와 충격파, 폭풍이 일어남을 보여주었다. 조중현 책임연구원은 “소행성 충돌이 일으키는 큰 재난은 아주 드문 일이지만 그렇더라도 만일에 대비해 예측하고 대처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유럽, 아이다 프로젝트 가동
소행성은 어디에서 날아오는 걸까? 최영준 천문연 행성과학그룹장은 “여러 학설이 있지만 대체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날아온다고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은 46억년 전 태양계가 생성되던 초기에 거대 행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행성들의 중력에 치여 이리저리 쓸려다니던 작은 천체들인데 지금은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몰려 있다. 목성이나 토성 같은 무거운 행성으로 인해 소행성들의 궤도가 조금씩 변하다가 그 일부가 궤도를 이탈해 지구 근접 소행성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근처에 얼마나 많은 소행성이 있는지를 관측해 그 궤도를 감시하는 활동은 최근 몇 년 새 활발해졌다. 지금까지 대략 1만6000개가 넘는 지구 근접 소행성들(NEA)의 궤도를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턱없이 적은 수치이다. 소행성을 연구하는 문홍규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지름이 1㎞보다 큰 소행성은 95% 넘게 발견됐지만, 그보다 작은 천체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기술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최근 정부가 이런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예산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만일 지구 충돌이 확실시되는 소행성이 접근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에 적극 대응하려는 첫번째 우주시험이 2024년께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ESA)이 협력해 추진하는 행성 충돌과 궤도 수정 우주시험인 ‘아이다’(AIDA) 프로젝트를 보면, 약 2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는 쌍소행성인 디디모스(Didymos) 중 작은 소행성(별칭 ‘디디문’, Didymoon)에 냉장고 크기의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가 얼마나 변하는지 측정하는 시험이 시행된다. 최근 나사는 이 프로젝트의 예비 설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구상을 보면, 나사는 충돌우주선인 다트(DART)를 초속 6㎞ 속도로 디디문에 충돌시키고 유럽우주국의 우주선 에임(AIM)은 충돌을 전후해 소행성 궤도 변화를 감시하며 착륙선을 내려보내 표면 탐사 활동을 벌인다. 혹시라도 궤도 변화가 새로운 위험이 되진 않을까? 문홍규 연구원은 “디디모스 소행성이 지구와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궤도 변화가 간신히 분간할 정도여서 안전하다”며 “소행성은 지구에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희토류와 유용한 금속이 매장된 ‘날아다니는 광산’이기도 해 다른 측면의 연구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대전/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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