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산 헬기 수리온, 결함 투성이..비행안정성 못갖춰"

김관용 2017. 7. 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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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수리온 헬기 사업과 관련 2차례 감사
비상착륙 2회·추락 1회 사고 직·간접적 원인
'결빙현상'에 관한 안전성능을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
사업 과정에서도 방사청 등 관련 기관 업무 소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조 2000여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비행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선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수리온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메인로터 블레이드와 기체의 충돌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는데도 규격서와 감항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8월 육군항공학교에서 수리온 16호기가 활주 이륙하던 중 회전하던 메인로터 블레이드와 기체에 설치된 전선절단기가 부딪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충격으로 엔진까지 정지한바 있다.

그러나 육군은 이같은 사고 이후 2015년 6월까지 전선절단기의 설계변경 등의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활주 이륙 시 출력을 60%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사용자교범’만 수정해 종결처리했다.

감사원은 또 헬기 전방유리(윈드실드)로 부적절한 제품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헬기는 이착륙 시 바람의 영향으로 지상의 물체가 튀어 동체에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리온의 윈드실드는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일정 수준까지 파손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수리온 윈드실드 개발요구도’에 따르면 윈드실드가 파손돼도 착륙까지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도록 최소 시야가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ADD와 KAI는 수리온 윈드실드의 소재로 헬기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솔리디온’을 채택했다. 솔리디온은 날카로운 물체 등의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파손될 경우 작은 그물망 형태의 균열이 발생해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차례나 윈드실드가 파손됐다.

비행 중인 수리온 헬기 [사진=방위사업청]
◇엔진 등 결함에 후속조치 태만

수리온 엔진 등의 결함에 대한 후속조치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항공학교는 수리온 12호기와 2호기가 각각 2015년 1월과 2월 비상착륙하자 KAI 등에게 기술지원을 요청했다. KAI는 같은 해 3월 2차례 사고를 분석해 엔진 결함 등을 확인하고 이를 육군 등 관련 기관에 알렸다.

하지만 2015년 12월 엔진 결함 등으로 4호기가 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해당 헬기는 크게 파손돼 194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 추락 직후부터 약 3개월 간 수리온 운항이 전면 중단돼 전력공백이 생겼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KAI는 2015년 3월 수리온 비상착륙 사고의 근본 원인을 분석해줄 것을 관련 기관에 의뢰해 같은 해 10월 동절기 이전에 최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이미 육군에 실전배치 돼 운용 중인 수리온에 대해 동절기가 도래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12월 4호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후에 개선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육군군수사령부는 2015년 3월 육군본부의 지시를 받아 수리온 결함발생 엔진에 대한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면서 중대결함시 설치해야할 ‘중앙합동기술위원회’는 구성하지 않은 채, 법령상 운영근거도 없고 제작사를 강제할 수단도 없는 실무자 중심의 비공식 협의체만 운영했다.

육군항공학교의 경우에도 운용 중이던 수리온 2대의 비상착륙 사고 발생 원인이 엔진과 관련된 결함이고 동절기에 발생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선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수리온의 동절기 운항을 통제해야 했음에도 ‘수리온 엔진 2개가 동시에 고장날 가능성이 적고, 교육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유 등으로 운항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의무후송항공대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에 장착된 호이스트를 이용한 환자 인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ADD, 통합디지털엔진제어기 성능 점검 생략

통합디지털엔진제어기(FADEC)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FADEC(Full 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는 공기조절, 연료조절 등을 전자적 방식으로 스스로 제어하기 때문에 비상시 조종사의 수동조작이 어려워 고장이 나면 비행안전에 치명적이다.

수리온에 탑재된 701K엔진은 기존 엔진을 일부 개량해 새로 개발한 엔진이다. 기존 엔진과 형상이 다를 뿐 아니라 FADEC 적용에 대한 검증도 이뤄진 바 없기 때문에 규격 충족 여부를 철저히 확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ADD는 701K가 아닌 다른 엔진에 FADEC을 적용한 컴퓨터 모사 실험 자료만을 근거로 비상시 701K엔진과 FADEC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을 실시하지 않았다. 701K엔진과 수리온 체계와의 통합시험도 생략했다.

특히 ADD는 수리온 엔진개발규격서의 472개 항목 중 330개 항목은 기존 엔진과 같은 것으로 간주한 후 별도의 검증절차 없이 규격이 입증된 것으로 처리했다. 규격이 입증되지 않은 엔진을 수리온에 장착함으로써 FADEC의 오류가 2015년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다.

◇체계 결빙 성능 검증 안됐는데도 전력화

이와 함께 감사원은 체계 결빙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채 수리온이 전력화됨에 따라 3차례 발생한 추락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항공기 표면에 구름 입자 등이 충돌해 얼음 피막을 형성하고 성장하는 결빙(Icing)현상이 발생하면 항공기의 성능과 조종 능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엔진까지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방사청은 2012년 7월 체계결빙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체계 결빙 성능시험을 ‘해외 시설을 통해 수행’하는 조건으로 ‘기준 충족’ 판정을 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수리온을 납품받아 전력화를 시작했다.

특히 방사청은 수리온 전력화 이후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에서 체계결빙 성능시험을 실시했는데,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해 ‘국방규격’ 등을 충족하지 못하자 2016년 8월 2차 수리온의 납품 및 수락검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2016년 10월 KAI가 ‘수리온의 체계결빙 성능을 2018년 6월까지 보완하겠다’는 후속조치 계획을 제출하자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데도 수리온의 납품을 재개하도록 내부 방침(청장 승인)을 정했다. 또 체계결빙 성능은 특별한 사유없이 국방규격을 변경할 수 없는 ‘치명규격완화(안전관련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검토하고도 규격 변경을 위해 ‘기술변경사항(일반사항)’으로 처리했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이 해수면 위를 비행하고 있다. [사진=KAI]
◇수리온전자장비 낙뢰보호기능 미비

이와 함께 수리온은 전자장비 낙뢰보호기능에도 문제가 있었다.

수리온에는 비행정보를 처리하는 자동조종장치모듈 등 항공기 제어 및 임무통제에 관여하는 102종의 전기·전자장비를 장착한다. 수리온 개발규격서와 감항인증기준에 따르면 수리온의 전기·전자장비에 낙뢰보호기능이 제공돼야 하고 낙뢰 피격 후에도 필수 장비는 정상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용수송기의 경우 약 1000 비행 시간당 한 번의 비율로 낙뢰를 경험한다. 하지만 ADD는 2008년 7월 낙뢰피격 시 ‘안전하게 착륙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임의로 판단해 21개 장비만 낙뢰보호기능을 설계에 반영토록 했다. 위성·관성항법장치 등 71개 장비는 필수장비인데도 낙뢰보호기능 없이 수리온에 장착됐다.

그런데도 ADD는 2012년 3월 감항인증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면서 ‘일부 장비에 낙뢰보호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기준 충족으로 처리했다. 만약 수리온이 낙뢰에 피격될 경우 장비가 정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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