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트럼프 탄핵안 이르게 한 러시아 스캔들 총정리

심진용 기자 2017. 7. 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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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대가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 따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취임 반년도 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회에서 발의됐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사법방해를 이유로 트럼프 탄핵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트럼프 탄핵론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촉발됐고,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이후 본격화했다. 최근 들어서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정부와 공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탄핵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정리했다.

■플린 사퇴 이후 눈덩이
마이클 플린 전 NSC 보좌관.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2월13일 플린이 사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25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플린이 러시아 대사와 ‘부적절’한 대화를 나누고도 이를 감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문제가 됐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민주당은 플린 사임 다음날부터 배후를 조사해야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플린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한 조지프 크롤리 민주당 하원의원의 이날 발언처럼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은 이후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25일 만에 날아간 미 안보 사령탑

“플린은 러시아 커넥션의 꼬리” 트럼프판 '워터게이트' 열리나

지난해 12월29일 플린은 세르게이 키슬랴크 러시아 대사와 통화하고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며 보복 조치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 날이었다.

당초 플린은 러시아 대사와 제재 관련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대화 내용을 숨기고 거짓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FBI의 도청으로 플린의 해명은 거짓으로 들통났다. 결국 플린은 자리를 내놓게 됐다.

플린은 트럼프 내각의 다른 인물들처럼 러시아와 인연이 깊었다. 2013년 모스크바 방문 때 키슬랴크 대사와 처음 만난 이후 꾸준히 연락을 취해왔다. 2015년 12월에는 퇴역 군인 신분으로 러시아 관영방송 러시아투데이 10주년 만찬에 참석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4만5000달러를 받고 기조연설에도 나섰다. 퇴역 군인은 의회 허락없이는 외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김진호의 세계 읽기]플린 불명예 퇴진… 정치군인의 말로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키슬랴크 대사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플린이었다.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이뤄진 이 만남에 플린이 동석했고, 러시아 국영은행 브레시코놈뱅크(VEB)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도 함께 했다. 푸틴의 측근 중 한 사람인 고르코프는 미국의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제재 해제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이날 만남에서 쿠슈너가 러시아측에 비밀·보안 대화채널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커넥션' 몸통 떠오른 쿠슈너

NSC 보좌관은 미국 외교안보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그런 자리에 러시아와 관계 깊은 플린을 앉히기로 한 결정을 두고 우려가 많았다. 플린을 국방정보국(DIA) 국장으로 중용하다 2014년 해임했던 오바마도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10일 트럼프와 만나 그를 NSC 보좌관으로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바마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주일여만인 18일에 플린 지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취임 직후인 지난 1월에는 샐리 예이츠 당시 법무장관 대행과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 백악관에 플린이 러시아에 약점을 잡혀 협박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트럼프는 이마저도 묵살했다. 플린 임명을 강행하고, 경고를 무시한 트럼프의 잘못된 판단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코미 해임… 더 커진 의혹
지난달 8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달 8일, 해임 한달 만에 이뤄진 코미의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 증언은 파장이 컸다. 이날 코미는 트럼프에게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셔먼이 트럼프 탄핵 이유로 내세운 ‘사법방해’는 코미의 증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코미는 지난 1월6일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트럼프에게 당시 진행중이던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 상황을 브리핑했다. 트럼프를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렸다.

코미는 이날의 대화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트럼프타워를 나오자마자 FBI 차량 안에서 노트북을 열어 대화 내용을 적었다. 이후 4개월 간 코미는 트럼프를 3차례 직접 만나고 6번 전화통화를 했고, 그 모든 내용을 기록했다. 코미가 청문회에서 “트럼프와 나눈 모든 대화 내용을 기억해낼 수 있다”고 한 것도 메모 덕분이었다.

1월27일, 코미와 트럼프는 백악관 그린룸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다. 트럼프 취임 일주일 만이었다. 코미는 트럼프가 FBI 계속 하고 싶은지 물었고, 코미는 임기를 채우고 싶다고 답했다. 몇분 후 트럼프는 “충성심을 원한다(I need loyalty)”고 말했다. 침묵이 흘렀다. 식사를 끝내고 트럼프가 다시 충성심을 요구했다. 코미는 “언제나 정직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2월14일, 세번째 대면이 이뤄졌다. 플린 사임 바로 다음날이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보 브리핑을 받은 뒤 코미만 남게 했다. 트럼프는 플린을 가리켜 “좋은 사람”이라며 “그를 놔두라(Let this go)”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코미의 청문회 증언이다.

트럼프의 세 마디… 미, 풍파에 빠지다

대선 11일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들어간 코미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까지 꼽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충성심을 요구하면서 두 사람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코미는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를 위해 법무부와 의회에 인력과 예산 보강을 요청했다. 지난 4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코미를 신뢰한다”면서도 “그를 해고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달 뒤인 5월8일 트럼프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장관을 불러 코미 해임을 논의했고, 다음날 그를 전격 해임했다.

9일 코미가 로스엔젤레스 FBI직원들에게 연설하던 중 코미의 뒤에 설치돼 있던 TV 화면에 그의 경질 소식이 떴다. 코미는 “웃기는 장난인 것 같다”며 웃었지만 잠시 후 트럼프 경호원 출신인 백악관 집무실장 키스 실러가 그의 해고 편지를 들고 FBI본부를 방문했다.

코미 FBI 국장, 직원 연설 중 '해고’ 자막

코미 해임 이후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20개 주 법무장관들은 로즌스타인에게 특검 임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16일 뉴욕타임스는 문제의 ‘코미 메모’에 트럼프의 수사 중단 압력이 적혀있다고 처음으로 보도했다. 코미와 절친한 사이인 대니얼 리치먼 컬럼비아대 교수가 그로부터 받은 메모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다. 뉴욕타임스 보도 이틀 뒤인 18일, FBI국장을 지낸 로버트 뮬러가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맡을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코미 내치고, 코너 몰리는 트럼프

“트럼프가 말했다, 수사를 끝내라고” 코미의 역습

[뉴스 깊이보기]‘코미 스캔들’ 확산일로…

특검 맡은 뮬러, 12년간 FBI 국장 지낸 '대쪽'

[김진호의 세계읽기]미국 민주주의는 트럼프를 탄핵할 것인가

■스캔들 와중에도 트럼프는 여유만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코리아

취임 후 탄핵안 발의까지 지난 5개월 동안 트럼프는 좌충우돌, 아전인수 행보로 일관했다. 지난 3월 그는 오바마가 자신을 도청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트위터에서 대선 한 달전인 10월 내내 오바마가 전화를 도청했다며 “워터게이트감”이라고 적었다. 러시아 스캔들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물타기’ 전술이었다. 트럼프의 도청 주장은 보름여 만에 ‘증거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엔 “오바마가 도청”… 민주 “트럼프, 물타기 대장”

코미 해임 다음날인 5월10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키슬랴크 대사도 동석했지만 백악관은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모두 차단하고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에만 취재를 허용했다.

15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날 만남에서 러시아측에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영국과 이스라엘 등 우방국들에서도 분노와 불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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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코미의 상원 정보위 청문회 증언 다음날인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미는 기밀유출자”라고 비난했다. 수사중단과 충성을 요구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개인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한 증언에 대해서는 “사법방해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반겼다.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트럼프 회견 “코미는 기밀유출자”

■트럼프 장남 e메일, 스모킹건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 게티이미지코리아
러시아 스캔들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러시아 당국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를 만났다면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도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물론 매너포트도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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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도에서 관계자들을 인용해 “베셀니츠카야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평판을 손상할 수 있는 정보를 주겠다고 한 게 만남의 동기였다”고 전한 뉴욕타임스는 다음날 한발짝 더 나갔다. 10일 이 신문은 트럼프 주니어가 베셀니츠카야를 만나기 전 주선자로부터 러시아 정부가 아버지를 도우려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날 보도 직후 트럼프 주니어는 성명을 내고 “베셀니츠카야가 러시아 정부 대리인이라는 징후는 조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불과 하루 만에 트럼프 주니어의 해명을 뒤엎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트럼프 장남, “러 정부, 아버지 도우려 한다” e메일 받아

11일 트럼프 주니어는 베셀니츠카야와의 만남을 주선한 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e메일 대화를 트위터를 통해 전격 공개했다. 의혹을 벗기려는 시도였지만 역풍만 일었다. 골드스톤은 메일에 “러시아 검사가 힐러리를 유죄로 만들 공문서와 정보를 주겠다고 했다”면서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로, 트럼프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의 일환”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메일을 받고 몇 분 만에 “당신이 말한대로라면 좋다”고 답장을 보냈다.

트럼프 장남, e메일 공개 '자폭'

트럼프가 코미에게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대화 내용을 담았다는 녹음테이프의 실체가 미궁에 빠진 지금, 트럼프 주니어의 e메일이 새로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가 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트럼프는 아들의 만남을 적극 두둔하고 있다. 상대 후보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면 누구라도 만남에 응했을 것이며, 만남 자체에 아무 문제도 없다는 논리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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