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호의 사서삼매경] (22) '파죽지세' 몰아쳐라.. 추미애 몰아쳐라 개혁 고삐

southcross 2017. 7. 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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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 사마염이 원제를 폐한 뒤 스스로 제위에 올랐다. 위촉오의 천하가 진과 오로 나뉘어 격돌하게 됐다. 사마염은 장군 두예에게 오의 정벌을 명했다. 이듬해 무창을 점령한 두예는 휘하 장수들과 오에 가할 마지막 일격을 논의했다. 한 장수가 말했다. 곧 잦은 비로 강이 범람하고 언제 역병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당장 오의 도읍을 치기 어려우니 일단 철군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장수들이 찬동하자 두예가 일갈했다. 좋지 못한 판단이오. 아군의 사기가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인데 어찌 절호의 기회를 마다한다는 말이오. 두예는 곧바로 군을 이끌고 건업으로 진격했다. 오왕 손호의 항복으로 마침내 삼국시대의 마침표가 찍히고 천하가 다시 하나가 됐다. <진서 등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대전 서구 오페라웨딩홀 2층 세이지홀에서 열린 민심경청 최고위원회의에서 박범계 최고위원(오른쪽)의 발언을 들으며 목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대표의 말에 대해 왈가불가다. 꼬리자르기보다 더 큰 문제는 머리자르기라며 할 말을 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형사적 책임이라는 누군가들이 할 법한 말을 했다. 야당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냐며 말의 자투리를 잡았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네, 상처에 소금을 뿌렸네 하며 여론 주도층이 꼬투리를 잡고 있다. 다 된 추경에 재를 뿌린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왜 추 대표가 비난 받아야 하는가. 비난 받을 이유 없다. 금배지가 달고 싶었던 정치 지망생의 패기를 이용한 건 당지도부다. 충분한 검증없이 악용한 이들 역시 당지도부다. 젊은 제자가 남은 인생을 망칠 위기에도 스승은 원론적인 사과만 했다. 당은 한술 더 떠 말도 안되는 특검을 하자며 힘을 모았다. 차라리 삭발을 하고 삼보일배를 했다면 덜 추저분하겠다. 파업에 나선 학교 조리사를 밥하는 아줌마로 부른 이도 단서 조항을 달아 하네마네한 사과를 했다. 이미 여론은 두 스크라이크다. 한방 더 맞으면 아웃이다. 당지도부나 돈, 공천 등에 관한 문제라면 제대로 타격이다. 회생불능이다. 추 대표가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자고로 용병의 가장 큰 재앙은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유예(猶豫)에 있다 했다. 장수의 재앙은 매사에 지나치게 의심해 결단하지 못하는 호의(狐疑)에 있다 했다. 유리한 기회를 놓치면 되레 화를 입게 되니 놀란 말처럼 질주하고 광풍처럼 몰아치라 했다. 육도에서 옮겨온 글들이다.
14일 오전 제주시 하니크라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도 하지 않은 적폐 청산을 숨돌리기 하자는 지적은 무시해도 좋다. 국정과제도 다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에는 적의가 다분하다. 상당수가 국정 농단의 침묵자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침묵하는 다수를 무시한 채 소수의 의견을 마치 주도적 여론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탈원전을 두고 몇 차례 저항이 있다. 원자력으로 밥 벌어 먹고 살던 이들이 전기값이 오른다며 호들갑이다. 언제부터 국민들의 두꺼비집을 신경 썼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쯤이면 만들어진 여론에 대해서 고민할 때다. 누가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는지에 대해서다. 개혁 고삐를 쥐어할 때가 임박했기에 달릴 길을 미리 다져놔야 한다. 여론이 충분한 민의를 담지 못한다면 공론을 다루는 기관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반상회 조직을 이용한 공론수렴위원회다. 주민과 찬반의 이해관계자, 정당인 등이 모여 열띤 토론으로 반 단위의 합치된 안을 만든다. 이를 취합해 그 뜻대로 정책에 반영한다면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감히 나서지 못할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서경에 하늘은 백성이 보는 대로 보고, 백성이 듣는 대로 듣는다 했다. 국민들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니 하늘이 역정 낼 일은 없을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나타나는 장애물들은 쉬이 넘어야 한다. 국가 대개조를 향한 큰 줄기를 두고 곁가지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개혁을 시작하면 시의적절한 임기응변으로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근래에 최저임금 1만원을 두고 시끄럽다. 최저임금 인상이 곧 생계에 직격탄이 되는 소상공인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이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라 하기는 해야겠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으니 고민이다. 우리는 일부 프랜차이즈의 만행을 목도하고 있다. 식품 파동을 겪으며 일부 악덕 유통업자들이 시장을 어지럽히는 현상을 목격했다. 가맹점비와 원재료비, 인테리어비 등 프랜차이즈들이 점주들에게 걷어가는 막대한 비용들이 있다. 매점매석과 사재기로 물건값이 적정가를 넘어서며 생긴 비용들도 있다. 정의롭지 못한 비용들이다. 조삼모사로 느껴질지라도 이런 일부 자본가들에게 편중되는 비용을 줄인다면 소득 주도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 지방분권에 발맞춰 노동행정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최소와 최대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지자체가 각자 사정에 맞게 노동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단체장이 최저임금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니 반서민세력이 지방권력을 잡는 일을 막을 수도 있겠다. 남의 손으로 코풀고 도랑 치고 가재 잡으니 일거양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송영무 국방장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추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일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불협화음은 그저 표면적인 현상이다. 추 대표가 불을 질러 사태를 국민의당 만의 문제로 명확히 했다. 임 실장이 '그는 못 말리는 사람'이라며 국민의당을 달래 추경 테이블로 끌어 왔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설득해 장관 후보자 중에 한 명을 포기시켰다. 야당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송영무를 임명했고 추경안 심사를 정상화시켰다. 서둘러 덮으려 했던 제보조작에 대해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높은 사람 중에 하나쯤은 계속 떠들어줘야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다. 치고 들어오는 공격을 막는데 치중하다보니 정작 치고 나갈 기회가 왔었음에도 살리지 못했다. 읽은 수들이 정확한 사실이라면 제 몸을 괴롭히면서 적을 속이는 고육지책, 옥을 얻기 위해 벽돌을 내던지는 포전인옥, 불난 집을 약탈하는 진화타겁 등이 적절히 쓰였다. 추경이 통과되고 국정에 제 궤도에 오르면 이제는 개혁 드라이브다. 정계개편은 필연적으로 마주할 현실이 될 것이다. 동향 사람들이 여기저기 꾸지람을 하고 다녀야겠다. 문을 더 활짝 열어야겠다. 사귀어보지 못한 사람과도 사귈 줄 알아야겠다. 적폐 청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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