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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청춘백서] (하) ‘인턴 인생’ 무한 반복.. 끝이 안 보인다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5 09:00

수정 2017.07.15 10:29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유선영(가명·26)씨는 2년 전 일찌감치 취업에 성공했지만 출근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직도 인턴이기 때문이다. 선영씨는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학기 때 취업에 성공해 주위에서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막막하다”며 “인턴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고 밝혔다.

선영씨의 인턴 경력은 화려하다. 첫 직장 11개월, 두 번째 직장 6개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8개월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러다가 인턴 생활만 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전했다.


선영씨는 “첫 직장에서는 1년 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잦은 야근과 상사의 폭언에도 버텼는데 한 달 남기고 돌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억울했지만 계약서조차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퇴직금도 주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린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6개월 인턴이 끝나자 또 6개월 인턴을 제의했다. 고민하던 선영씨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세 번째 직장 역시 인턴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나마 인턴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회사도 다닐 수 있는 것”이라며 “말이 인턴이지 하는 일은 정규직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선영씨는 “사회 초년생들은 스펙을 갖추어도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 회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처우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래도 선영씨는 이번에는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정식으로 계약서도 작성했고, 월급도 소폭이지만 올랐기 때문이다.

유선영씨처럼 취업에 성공해도 인턴 생활만 하는 청춘들이 많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무리하게 투자할 수는 없다. 수습기간을 두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취업이 절박한 청춘들을 싼값에 부려 먹으려고 인턴 제도를 악용하면 안된다. 또한, 인턴을 채용하는데 인턴 경력자를 선호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계약기간은 채용일로부터 5개월, 보수는 월 139만 원, 근무시간은 주 5일에 1일 8시간(09:00~18:00), 월 1일 연차 부과, 복리후생은 4대 보험(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가입, 토익 700점 이상, 탭스 555점 이상, 토플 79점 이상, 토익 스피킹 120점 이상.

전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어느 기업의 인턴 채용 공고다. 전형절차도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등 정규직 채용 못지않게 까다롭다. 당연히 해줘야 할 4대 보험을 복리후생이라고 당당히 내세우는 걸 보면 뽑힌 인턴들의 생활도 어떨지 짐작이 간다.

인턴 채용 공고를 보면 ‘1년 후 평가해 정규직 전환’이라는 글귀도 눈에 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굳이 1년까지 평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150만 원 안팎의 최저시급을 주면서 여러 가지 일을 다 잘하기를 바란다. 기본 업무뿐만 아니라 파워포인트, 엑셀 등 문서작업에 영상 촬영 및 편집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출근은 일찍 하고 퇴근은 늦게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경우도 있다. 돈은 적게 주고 싶고, 일은 많이 시키고 싶은 기업들, 놀부 심보나 다름없다.

인턴 생활이 무한 반복되는 청춘들. 이렇게라도 밥벌이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턴 제도는 청년 실업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인턴 과정을 무사히 마쳐도 정규직이 될 수 있는 확률도 적다. 기업들은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취급하면 안된다.
그리고 노동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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