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대한민국 부동산에 왜 대폭락은 없었나"

김지수 기자 2017. 7.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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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소득 증가분보다 높지 않아전 세계 집값 추세와 비교, 대폭등 없었기에 대폭락도 없어부동산 시장은 전문가 예측도 맞지 않아… 살 집의 가격상승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집값 대폭등과 대폭락을 가설로 한 댓글 싸움 그만했으면갭투자는 ‘오른다'에 건 집주인과 ‘내린다'에 건 세입자의 옵션 게임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하승주 소장. 부동산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부동산 가격의 결정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둘째 부동산을 너무 싸게 팔지 않고, 너무 비싸게 사지 않기 위해서다./사진=이태경 기자

부동산 시장은 늘 우리의 기대와 낙심과는 무관하게 휙휙 변화한다. 어떤 때는 산들바람 같은 변화가 오지만,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태풍이 불어닥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이 바람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는 이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얼마나 강력한지 알지 못하고 온몸을 내맡긴 채 그 안에서 흔들리곤 한다.

흔들리고 있으면 중심을 보지 못한다. 부동산 관련 기사는 늘 온라인 뉴스의 화제가 되지만, 사람들이 불안을 기재로 쏟아내는 폭풍 댓글은 제 각자의 방향으로 갈지자를 걷는다. 댓글 민심은 늘 흥분된 채로 격렬하다. ‘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켜주지 않아 못 살겠다'는 하소연부터 ‘금리 오르면 두고 보자'는 시기성 경고, 폭락에 대한 주술적 예언, ‘10년째 떨어지길 기다리던 ‘폭락충'들은 앞으로도 집 없이 살라'는 모멸 섞인 악담까지...

이 와중에 서점엔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관련 책도 쏟아진다. ‘나는 마트보다 부동산에 간다' ‘월급으로 당신의 부동산을 가져라' ‘앞으로 5년 부동산 상승장은 계속된다'... ‘바람 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90년대 시집 제목처럼, 부동산 전문가는 물론 직장인도 주부도 부동산 바람이 불었으니, 어서 장바구니를 들고나와 시장으로 가라고 손짓한다.

집 없는 사람은 집값이 오를까 봐, 집 있는 사람은 내릴까 봐 두려운, 바야흐로 온 국민이 ‘집값 불안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요즘, 그 불안의 중심을 뚫고 하나의 질문이 솟구쳐올랐다.

“대한민국 부동산에 왜 대폭락은 없었나?”

‘대폭락론’은 한국 부동산 시장을 10년째 떠돈 주술적 예언이었다. ‘머지 않아'라는 미지의 시제는 마치 폭탄이 장착된 시계처럼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를 동시에 압박했다. 누군가 그 시계를 꺼내 폭탄의 여부를 확인해주어야 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동북아 정치경제연구소 하승주 소장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에서 ‘왜 부동산 대폭락은 오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과거형으로 던진다. ‘앞으로도 대폭락은 오지 않는다'라는 결론에서 시작한 책은, 부동산 대폭락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내 집 마련의 꿈은 어떻게 이용되는지, 전세가는 왜 이렇게 올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한 통계와 차트로 무장한 채 통렬하게 풀어간다.

밝혀두지만,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경제평론가'라고 밝혔다. 하승주 소장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근무했다. 이후 국회의원 비서관, 청와대 출입 기자와 경제지 차장직을 거쳐 현재 경제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왜 대폭락은 없었나’라는 공개적인 질문을 던진 이유는?

“부동산은 전 국민의 관심거리다. 전 재산이 걸려 있고 삶이 걸려 있어서다. 그래서 부동산 기사가 나오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인터넷 댓글 공간에서 격렬하게 싸운다. 집값을 폭등과 폭락의 관점에서만 보고 서로를 코너로 몰고 있다. 이젠 그만 들 싸우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봤으면 싶었다.”

-당신은 스스로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대폭락이 오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고, 그참에 경제 구조에 깃든 부조리까지 청산할 수 있을까? 하승주 소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에서 ‘청산주의'에 대해 냉정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 투자로 돈 벌지 않았고, 거래 횟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도 강화도의 빌라에 산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동산을 소재로 한 대한민국 경제에 관한 이야기다. 경제 중에서 부동산이 가장 핫하니까.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경제평론가이기 때문에 좀 더 거시적이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

-경제평론가로서 부동산을 다룬다 해도 이 강력하고 단순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사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그 질문은 질문한 사람의 욕망과 처한 환경에 따라 다 다르다. 부동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로케이션인데, 당신이 사려는 상가, 토지, 아파트가 다 입지가 다르고, 개인마다 접하는 타이밍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구조를 알면 스스로 가격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 전망은 단순하다. 수요와 공급만 보면 된다. 수요에는 인구수와 가구 수, 소득 등을 고려해야 하고, 공급에는 분양, 착공 등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변수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사느냐? 기다리느냐?”의 기준을 뭐로 잡을 것인가? 그건 엑셀방정식으로 만들면 된다. 복잡한 수식을 제외하고, 내가 살고 싶은 입지를 찾으면 된다. 직장이 가깝다거나 숲이 우거져있다거나. 숫자가 아닌 감성적인 게 제1의 원칙이다. 아마 살고 싶은 동네는 좋은 동네이고 그런 곳은 비쌀 테니, 한정된 예산에서 판단하면 된다. 정작 구매에 들어갈 때는 ‘오를까? 내릴까?’는 제외해야 한다.”

-그건 가장 중요한 질문 아닌가?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해도, 집을 구매하면서 어떻게 ‘오를까, 내릴까'에 눈을 감을 수 있나?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전문가도 예측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라. 그래서 그 답 없는 질문에 속앓이하지 말라는 거다. 살고 싶은 집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금리와 월세만 보라. 월세를 내는 것보다 금리가 낮으면 사면 된다. 가령 1억짜리 집의 대출 금리와 그 지역의 월세 시세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복잡한 걸 너무 간단히 설명해서 허무할 지경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집에 관한 모든 조건이 월세와 금리에 다 들어가 있다. 그 집이 저평가되어 있다면 월세보다 금리가 낮을 것이다. 그러면 사면된다. 궁극적으로 모든 자산은 평균점으로 수렴한다. 주식, 채권처럼 부동산도 투자 자산이다. 월세보다 금리가 낮아서 저평가된 자산은 언젠가는 같아지는 지점으로 모일 것이고, 집값은 오른다고 전망할 수 있다. 시장은 현재의 상태가 숫자로 표시된 것이다. 현재는 대출 금리가 낮아서, 전문가들도 집을 사도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도 소비자들도 가격 전망이 잘 맞지 않자, 방향 감각을 잃은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입지적으로 반드시 올라야 할 곳도 안 오를 때가 있고, 예측 못 했던 곳이 갑자기 치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10년 전만 해도 북촌 한옥이 1억 5천이었다. 지금은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이다. 한옥이 트렌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점점 핵가족화돼서 중소형 아파트가 뜬다고 얘기한 게 10년 전이다. 이제야 중소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이 있다. 앞으로는 중대형 아파트가 부족해서 오른다고도 얘기한다.

시장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그래서 ‘가격 전망'에 휘둘리지 말고, 현재 살고 싶은 곳이 생기면, 예산에 맞게 사라는 것이다. 설사 나중에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상쇄할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도 부동산 트렌드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임대 시장 트렌드를 살펴야 한다. 이제까지 임대는 공공임대와 민간 임대였고, 공공은 거의 복지 차원이었다. 민간 임대는 개인이 주도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꿈이 건물주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조물주만큼이나 숭상받는 집주인들은 이제까지 왜 그렇게 까탈스러운 자린고비로 이미지로 남았을까?

사실상 임대 수익률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다. 이래저래 평균 수익률이 4% 정도인데, 1%가 감가상각으로 날아가면 3% 정도다. 여기서 2% 은행수익률보다 높게 남기려면 유지보수비용을 아껴야 하고, 그런 까닭에 임차인들에게 잔소리하고 각박하게 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시장에 기업이 들어왔다. 국가가 세 부담을 줄여주고 각종 혜택을 주면서 뉴스테이가 임대 시장에 일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임대 시장은 장기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갈까? ‘갭투자'가 여전히 극성이다.

“사실 갭투자는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의 옵션 게임이다. 세입자는 ‘집값이 내린다’는 것에 건 사람이고, 집주인은 ‘오른다'에 풀옵션을 건 사람이다. 불리한 쪽은 세입자다.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은 무한대의 이익을 얻고, 내리면 그만큼의 위험만 감수하면 된다. 반면 세입자는 2년간의 거주 권리가 다다. 향후의 기대 이익은 제로다. 시세 차익과 입지 분석을 마친 집주인들이 충분히 오를 길목에서 인내심과 재력을 갖고 기다린다면 이 옵션 게임에서 세입자는 그저 이익을 내는 과정으로 기여할 뿐이다. 앞으로도 전세가는 금융비용이 월세 비용과 같아질 때까지 오를 것이다.”

-유럽의 임대 시장은 어떤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독일은 OECD 국가 중에서 스위스(34%) 다음으로 자가보유율이 낮은 나라(43%)이다. 한국의 자가보유율이 54%, 유럽 연합의 평균이 63%인 점을 고려하면 독일인들은 어지간하면 다들 임대 주택에 월세를 내고 산다.

독일은 법적으로 심각한 건물 파손이나 월세 체납이 없으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 세입자의 평균 거주 기간은 12.8년이다. 다만 독일 대도시 주민들도 살인적인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소득의 30% 이상, 뮌헨은 무려 47%를 주거비로 지불한다. 한국은 수도권 기준으로 소득의 27% 수준이다.”

-대폭락이 없었던 건 대폭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정작 국민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폭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200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은 소득 증가분보다 낮았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을 때에도 상승률이 국민소득 증가분보다는 더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그래픽=조숙빈

“전체 시장 상황을 보면 그 시기에 한국의 부동산은 OECD 국가 평균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 시기는 흘러넘치는 유동성 자금 때문에 스페인이 100% 미국이 80%가 올랐다.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20%, ¼ 수준이었다.

당시에 대폭락 전망은 선대인 소장뿐 아니라 당시 한국은행이나 대우증권에서도 나왔다. 상당 기간 안에 하락이 예측된다는 거였다. 전망은 틀릴 수 있다. 사실상 대폭락이 없었던 건, 대폭등이 없었기 때문이고, 대폭등이 없었던 건 당시 정부가 굉장히 강한 부동산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 시절엔 실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르지 않았나?

“당시엔 시장이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었기 때문에, 상승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이었다. 부동산 대폭발 시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스페인 어느 나라도 한국 정부처럼 선제적이고 강한 안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8·31 대책이나, DTI, LTV 같은 금융규제 정책 덕분에 한국의 상승률은 오히려 유연했다.

더불어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100억을 투자한 국책 사업 등으로 재정 정책을 폈던 것도 부동산 대폭락을 막았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따로 논의할 문제지만,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우리나라 부동산은 큰 충격 없이 보냈다. 정부 재정의 힘이 컸다. 당시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나?”

-대폭등 대폭락처럼 부동산 변동성이 커지면은 사실 국민 모두가 힘든 것 아닌가?

“그렇다. 폭등이나 폭락이 오면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이 서민이다. 한쪽에선 대폭락이 오면 서민들이 살기 좋아질 거라고 하는 데 거짓말이다. 그 고통의 크기는 소득에 반비례한다. 소득이 많은 부자야 당연히 버틸 수 있지만, 빈곤층은 하루하루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했을 때를 상기해보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 국민이 겪은 고통은 더 심했다. 2008년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33%가 급락했고, 미국의 압류주택 수는 이후 200만 호까지 불어났다. 그렇다면 200만 호의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은 노숙해야 했고, 대부분은 다시 임대주택을 찾아야 했다.

많은 사람이 홈리스가 되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전체 소득의 50% 이상을 임대료로 내는 임차 가구가 전체의 1/4 이상이었다. 참고로 한국의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20% 정도이다. 현재 미국이 30%대인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수냐 진보냐를 막론하고 한국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대체로 잘 취하고 있다고 했는데,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그렇다. 미국 정부의 실패 사례에 앞서 일본을 보라. 일본의 실수는 1980년대 버블을 방치한 것이지만, 더 큰 실수는 그 버블을 끄기 위해 동원했던 무지막지한 금융정책이었다. 1990년 3월, 일본 정부는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 정책을 도입했고, 신규 부동산 대출이 전면적으로 중단됐다. 최고 속도로 질주하는 덤프트럭이 급커브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격이다. 트럭의 속도는 0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트럭이 전복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일본은 이후 초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그래픽=조숙빈

반면 한국 정부는 공급과 가격 안정면에서 신중하고 사려 깊은 정책을 펼쳐왔다. 노태우 정부가 펼친 주택 200만 호 공급이 대표적이고, 이후에도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의 70%는 정부가 택지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가격 관리 면에서도 그렇다고 보는가?

“올랐다 내렸다 하지만, 연도별로 집값의 변동 주기를 보면 다른 나라의 가격 상승 하락률보다 관리가 잘 된 편이다. KB국민 은행의 전국 주택 가격 지수를 보면, 1986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14년은 270이다. 30년 동안 2.7배 올랐다는 뜻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30년 동안 25% 하락한 것으로 나온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치로 수렴된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강남이나 일부 지역을 특화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적으로 장기간 들여다보면 이게 사실이다.”

-내 집 마련은 모든 서민의 꿈이다. 국민은 ‘집값을 못 잡는다'고 정부에 실망도 하지만, 반대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면도 있지 않은가?

“맞다. 대표적인 게 주택 자가보유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다.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는 주택 자가보유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10년간 총력을 기울였다. 4년마다 대선을 치러야 하는 미국은, 빈곤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출확대 정책을 실행했다.

부시는 “국민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소유하게 된다면 미국 미래의 중요한 부분을 소유하게 되는 것입니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업시켰다. 집을 담보로 100% 대출이 가능했고, 그것도 마구잡이식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한 문장으로 하자면 ‘미국 가계 중 4%가 주택을 더 갖게 하려다 미국과 세계 경제를 망하게 할 뻔하고 주택 200만 채를 날려버린 사건’이다.

한국 정치권도 자가보유율 인상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뉴타운 열풍은 그런 혐의가 짙다. 정치인들은 쾌적한 집을 얻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마구잡이로 뉴타운을 부르짖었지만, 재원의 한계로 서울 도심 곳곳이 해제를 반복하며 흉터로 남았다. 여전히 그 문제로 지역공동체가 갈등 중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탓에 가계 부채가 1,400조에 이르러 폭발 직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 부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집 담보 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통상 50% 정도다. 외국처럼 100% 채워서 대출해 주지 않기 때문에, 위기 발생의 주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는 자영업 대출이다. 저성장에 내수 소비가 엉망이고, 내수가 더 떨어지면 자영업자의 한계 대출이 터질 수 있다. 결론은 가계 대출 늘면서 담보 대출도 늘어나고 그래서 부동산 위기가 온다는 논리는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6·19 대책은 ‘모자란 정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하승주 소장은 “‘개념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 분명한데도, 전세 계약이 계속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집값 상승에 대한 집주인의 확신 때문”이라고 한다./사진=이태경 기자

“정권 출범 한 달 만에 나온 대책이다. 일단 대책이 필요한 만큼 올랐냐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전국 평균으로 봐도 안 올랐다. 강남 재건축과 신규 분양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과도한 상승 시그널이 잡히지 않았다. 특정 지역에만 추가로 금융 규제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은 그런 판단에서일 것이다.”

-금융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만 손해를 본다는 의견도 있고, 한편에선 왜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부동산이 전 재산이 걸린 문제라 다들 공격적인 되는 것 같다. 보유세 문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임대 공급자에게 원가 부담이 생기면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8월 대책은 어느 정도로 나오리라고 예상하나?

“6월 대책의 보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금융 규제보다는 거래 투명화 정도가 추가되지 않겠나. 전국적인 가격 움직임이 대형 규제가 나오기 어렵다. 서울과 세종, 부산 해운대 등을 빼면 지방 도시 예컨대 울산과 경남, 창원 등은 가격 하락이 심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여전히 우리 세대가 짊어진 도덕적 부채다.

“냉정하지만, 인류 역사상 전 세계적으로 청년들이 집을 쉽게 살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청년 소득을 높이고,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여전히 버블이 붕괴되면 한국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청산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산주의의 문제는 청산이 너무 잘 된다는 데 있다. 화끈하게 말아먹고 다 타버린 후에 식은 재 위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건데, 문제는 재기가 어렵다는 거다. 경제의 문제가 뭔가.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받는데 밥은 하루 세끼 먹는다는 거다. 장기와 단기의 불일치가 거시 경제의 고민이다. 청산 이후에 회복의 증거도 없다. 몇 년을 고생하면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하는데, 그 사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중국 모택동 시절의 대약진 운동도 그사이 4,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현실 경제와 윤리는 다르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결론을 내리고 싶은가?

“모든 토지는 다 다르고, 토지를 향한 각자의 욕망도 다르다. 집에 대한 자기의 욕망을 정확히 했으면 한다. 더불어 현재의 부동산 상황이 어떤가를 최대한 경제의 흐름 안에서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최소한 너무 쌀 때 팔지 않고, 너무 비쌀 때 사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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